키이우 국립대학교 : 우크라이나 최고의 명문대학교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아름다운 대학교
사람들은 한 국가의 교육지표를 평가할 때 그 나라의 대학교의 수준이 어떠한가를 주로 본다. 교육은 당장 국가 발전과는 상관없어 보이고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교육은 곧 좋은 인력들이 양성된다는 뜻이다. 그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공급된다는 것은 국가의 전체적인 발전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 말은 교육이 곧 국가의 미래이자 잠재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명문대학교 키이우 국립대학교 캠퍼스에 가보았다. 우크라이나 명문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이 대학교를 거쳐 갔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크라이나 대학의 대명사
키이우 국립대학교는 키이우 지하철 대학역(우니베르시쩻) 근처에 있다. 키이우에서 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대학'이라고 부른다면 바로 키이우 국립대학교를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키이우 대학교에 느끼는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조화롭지만 눈에 띄는 캠퍼스 건물
키이우 국립대학교의 중앙 캠퍼스 건물이다. 붉은색 건물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은 이탈리아계 러시아인 비켄티 베네티와 그의 아들인 알렉산드르 베네티가 지었다. 이 건물을 짓기 시작한 18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키이우에는 이렇게 큰 건물이 드물었다. 베네티 부자는 키이우 대학의 건물을 지으면서 과거에 있던 키이우의 유적들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짓고자 하였다. 그 결과 이렇게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 탄생했다. 키이우 대학의 설립 이후 이 일대가 발전했다고 하니 이곳을 키이우 근대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겠다.
우크라이나 국민 작가의 이름으로 명명된 대학교
키이우 국립대학교의 정식 명칭은 '타라스 셰브첸코 국립 키이우 대학교'이다. 앞선 키이우 국립 극장에서 타라스 셰브첸코를 간략히 소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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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만약에 가게 된다면 아마 타라스 셰브첸코의 이름을 가장 자주 듣게 된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딴 건물, 거리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우크라이나 사람에게 타라스 셰브첸코를 안다고 언급만 해도 아주 좋아할 것이다.
원래 설립 당시에는 대학에는 타라스 셰브첸코의 이름은 없었다. 처음 1834년 러시아 제국의 황제 니콜라이 1세에 의해서 성 블라디미르 대학교로 설립되었다. 성 블라디미르는 키예프 공국의 대공으로 슬라브 역사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화시킨 인물이다. 나중에 여러 과정을 거쳐 1930년대에 지금의 셰브첸코 대학교로 명명되었다. 2차 세계대전 중 키이우가 독일에 점령되었을 때는 학교 캠퍼스가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하는 등의 고초를 겪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로 돌아온 키이우 국립대학은 명실상부한 우크라이나 최고 명문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대학생이나 교직원이 아니면 안에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밖에서 구경한 모습으로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멋진 대학의 건물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많은 유명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인물 세 명을 소개하고 싶다.
부패 정치인에서 우크라이나 결사 항전의 상징 : 페트로 포로셴코
먼저 우크라이나의 재벌 출신 정치인,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이자 현직 국회의원 페트로 포로셴코가 있다. 우크라이나 중부 빈니차에서 태어난 그는 키이우 국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사업에 뛰어들어 우크라이나 최대의 제과 기업 로셴을 창업했다.
이후 그는 정치에 입문했는데 장관을 몇 차례 역임하고 우크라이나 제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대통령 재직 중 부패 혐의로 국민에게 비난받고 지지율이 폭락하였다. 그래서 차기 대선에 출마하여 재선에 도전했지만, 방송인 출신 정치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게 결선투표에서 큰 득표 차로 패배하였다.
그냥 부패한 정치인으로 잊힐 줄 알았던 페트로 포로셴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평가받게 되었다. 다른 재벌이나 고위층이 전쟁 발발 이후 외국으로 도망갔지만, 포로셴코는 우크라이나로 돌아와 민병대를 조직하여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다.
세계 복싱계를 재패한 클리츠코 형제
블라디미르 클리츠코 (좌), 비탈리 클리츠코(우)그리고 유명 졸업생으로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 클리츠코 형제가 있다. (형 : 비탈리 클리츠코, 동생 : 블라디미르 클리츠코) 클리츠코 형제는 키이우 대학의 스포츠과학과 졸업생이다.
형인 비탈리는 복싱 챔피언 최초 박사학위 소지자로 그의 현역 시절 별명은 `닥터 아이언 피스트`(강철 주먹 박사)이었다. 그들은 헤비급 역사상 최강의 선수의 반열에 항상 꼽히는 선수들이다. 클리츠코 형제는 번갈아 가며 세계 복싱계를 10년 이상 제패했다. 형제 중에 누가 더 강할 것인지는 복싱 팬들의 논쟁 대상이었는데 형제는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맞대결하지 않았다. 형제끼리 싸우지 말라는 어머니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탈리는 은퇴 후 정치에 입문하였는데 현재 키이우 시장으로 재직 중이고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해 클리츠코 형제는 예비군으로 입대해 일선에서 전투 중이다. 그와 동시에 각국의 군사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전직 복싱 챔피언의 명성과 직접 일선에 나서서 전투를 하는 형제의 모습을 본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캠퍼스 앞의 아름다운 '타라스 셰브첸코 공원'
대학의 붉은 건물 앞에는 바로 타라스 셰브첸코 공원이 펼쳐져 있다. 주말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아름다운 대학 건물에 걸맞은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대학을 찾았을 때는 가을의 막바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동유럽 사람 대부분은 날씨가 좋을 때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가 사는 도시의 풍경을 보는 것이 뭐가 그렇게 특별한지는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풍경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시기가 그렇게 길지가 않아서 그랬다. 내가 공원을 찾았을 때도 사실상 예쁜 꽃들을 볼 수 있는 그해의 마지막 시기였다. 이곳을 찾은 후 며칠 뒤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겨울로 접어들었다. 겨울이 다른 곳보다 긴 동유럽에서 꽃이 핀 도시 풍경은 항상 특별하다. 다시 키이우를 찾아서 친구들과 좋은 날씨에 산책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