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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엔평화기념관 – 그들은 아직도 여기에 있다

당신이 우리를 잊지 않았듯이, 우리도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by 타이준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서울이 함락되고, 낙동강 전선까지 밀리던 절체절명의 순간, 부산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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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흔적을 간직한 곳,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을 찾았습니다.


전쟁이 멈춘지 오래되었지만,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묵직해졌습니다.

전쟁의 기록, 그리고 부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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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내부는 마치 타임머신처럼 1950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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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남침하고,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패퇴합니다. 며칠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후퇴를 거듭하던 국군과 미군은 결국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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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유엔군이 참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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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유엔군 참전에 관한 기록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각국에서 보내온 원조 물자, 군사 작전 지도, 그리고 한국전쟁에 직접 참전한 병사들의 군복과 장비들까지.


그들이 남긴 기록들 속에는,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유엔 16개국 병사들의 사진과 그들이 남긴 기록물이 걸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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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이 전쟁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되었다."


"한국의 겨울은 상상 이상으로 혹독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싸웠다."


"우리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곳은 더 이상 남의 나라가 아니다."


낡은 수첩에 남겨진 글자들, 오래된 필름 속 군인들의 얼굴을 보며 한동안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죽어서도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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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기념관 근처에는 유엔군 묘지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각국의 장병들이 묻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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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를 둘러보니 특히 영국과 캐나다 출신의 병사들이 많았습니다.


"영국인들은 그들이 생을 마감한 장소에 큰 의미를 둔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묘비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죽어서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전쟁 유적지와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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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엔평화기념관과 유엔군 묘지는 단순한 전쟁 유적지가 아닙니다.


보통의 전쟁 기념관이 전투의 기록과 승리의 과정을 강조하는 반면, 이곳은 전쟁의 참상과 희생, 그리고 국제적인 연대를 이야기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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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국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병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


승리의 영광이 아니라,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전사자들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는 점.


보통의 전쟁 기념관은 과거를 기록하는 공간이지만, 유엔평화기념관과 유엔군 묘지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기념관을 나서려는 순간,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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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잊지 않았듯이."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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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기 전까지 한국전쟁은 단순한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그들의 얼굴을 보고, 기록을 읽고, 그리고 그들이 남아 있는 이곳을 바라보며 깨달았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의 희생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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