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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l 01. 2024

궁금해, 테크노의 맛

Place: Techno Clubs

Place: Techno Clubs
궁금해, 테크노의 맛





멋 좀 부린다는 이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테크노(Techno). 이 시크한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 것. 일단 테크노의 세계에 온 걸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어린애들은 가라, 진정한 레이버들이 노는 법



기계음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인 테크노 음악.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베를린행 비행기 표를 끊자.

테크노로 유명한 건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 다른 지역도 있지만, 무엇보다 베를린을 세계적인 테크노 메카로 이끈 건 ‘베를린 장벽 붕괴’가 결정적이었다. 90년대 이후 동베를린 지역의 버려진 공장, 창고, 학교 등에 파티와 예술의 맛을 알던 서베를린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버려진 곳을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개조한 곳이 테크노 클럽으로 발전했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분명 테크노에 관심이 있을 거라 짐작되는바, 테크노 클럽 갈 때 입을 옷에 대한 간단한 팁을 주겠다.



“베를린으로 이사한 것을 말 없이 알리는 법” ©@BerlinClubMemes



우선 테크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올 블랙 스타일링이다. 거기에 페티쉬 웨어의 선두 주자인 베를린답게 가죽, 벨트, 라텍스, 메쉬 탑을 함께 더해주는 것도 좋겠다.

테크노는 음악 장르를 넘어서 자유와 저항을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다. 그러니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건 당연지사. 이런 테크노를 잘 키워낸 베를린이 억압되지 않은 성 문화를 가졌다는 점을 주목하자. 베를린에는 유명한 누드 비치부터, 수영장, 사우나 같은 공간이 성별로 나뉘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타인의 나체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쉽사리 성적 대상화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흥미롭지 않은가?

BALENCIAGA, MUGLER, AVELLANO, 032C 같은 브랜드들은 이러한 베를린 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해 레이버(Raver: 테크노를 중심으로 한 파티 문화인 레이브(Rave)를 즐기는 이들을 일컫는 말)들이 입을 법한 스타일의 컬렉션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BALENCIAGA의 2024 SS는 영락없는 베를린 클럽 앞에 줄 서 있는 레이버의 모습이다.


BALENCIAGA 2024 SS, “베를린 테크노 클럽 ‘Berghain’에 한번 가다” ©balenciaga.com, ©@BerlinClubMemes


MUGLER 2024 Pre-FALL, AVELLANO 2024 FW, 032C 2025 SS ©vogue.com, ©latexpolska.com, ©vogue.com



여기서 조언 하나만 하자면, 테크노 클럽을 방문할 때 아끼는 옷은 입지 말길 바란다. 술을 과하게 마셔서 옷에 토를 하는 불상사가 생기거나, 옷에 담배, 스모그 냄새가 진하게 배어 여러모로 머리 아파진다. 물론, 경험담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베를린의 테크노 문화가 유네스코(UNESCO) 독일 무형 문화유산 목록에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클럽 문화가 보호와 지원을 받을 가치가 있는 분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어떤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토록 젊은 전통이라니. 좀 더 테크노에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그럼, 지금부터 전 세계 핫한 테크노 클럽들을 알아보자.




베를린 Berghain


©timeout.com
©hurriyetdailynews.com


베를린의 클럽에 관해 말하자면 유일무이한 곳이다. 아니,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해도 그렇다. 2004년에 폐발전소에서 게이 클럽으로 시작한 이곳은 입장하기 힘든 것으로 악명 높다. 가드가 자기만의 느낌에 따라 입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 덕분에 구글에 ‘Berghain’을 검색하면 숱한 ‘Berghain (입장하기 쉬운) 아웃핏’ 관련 콘텐츠들이 뜬다. 이렇게 원한다고 해서 들어갈 수는 없는 입장 정책 덕분에 한 번 들어갔다 오면 평생 두고두고 자랑할 이야깃거리가 된다. 오픈 시간은 금요일부터 72시간. 그러니까 한 번 들어가면 3일 내내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소리다. 백문이 불여일견. 후기는 세상엔 직접 경험해 봐야만 아는 것들이 있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덧붙이자면, 워낙 아이코닉한 장소인 만큼 BOTTEGA VENETA, Damir Doma 등의 패션 쇼장으로 쓰이기도 했다는 점.)


주소 Am Wriezener Bahnhof 10243 Berlin S-Ostbahnhof
인스타그램 @berghain_ostgut




베를린 Tresor Berlin



©usomo.de
©technostation.tv


베를린 최초의 테크노 클럽이다. 베를린 장벽이 공식적으로 붕괴된 지 몇 달 후인 1991년 3월에 문을 연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버려진 난방 발전소를 개조한 넓은 공간 덕분에 쾌적하게 춤을 출 수 있는 것도 장점. 감옥 콘셉의 철장과 강렬한 불빛 속에서 무아지경인 레이버들과 함께 즐기다 보면 어느새 다가온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 베를린 테크노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클럽답게 흥미로운 콜라보도 종종 한다. 이를테면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클럽의 향을 모티프로 한 향수를 제작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Carhartt와 협업한 자체 제작 굿즈들도 선보였는데, 이들의 웹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 간다면 구경해 보자.


주소 Köpenicker Straße 70, Berlin, Germany 10179
인스타그램 @tresorberlin




베를린 RSO.BERLIN



©xceed.me
©ra.co, ©google.com


Berghain은 항상 붐빈다. 게다가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베를린에서의 테크노 클럽 방문을 앞두고 있다면 늘 플랜 B를 세워놔야 한다. 그럴 때 추천하는 곳이 RSO.BERLIN이다. 1882년에 지어진 양조장을 현재는 개조한 장소로,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이 몰입감 넘치는 레이브를 가능케 한다. 봄, 여름에는 야외 플로어를 개방해 이색적인 경험이 가능한 클럽이다.


주소 Schnellerstraße 137, 12439 Berlin, Germany
인스타그램 @rso.berlin





세르비아 Drugstore Belgrade


©new-east-archive.org
©tripadvisor.com, ©google.com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대표하는 클럽, Drugstore Belgrade. 다뉴브 항구 바로 너머의 한 도살장을 별다른 개조를 거치지 않고 문화 복합 공간으로 탄생시킨 곳으로 날 것의 감성을 좋아한다면 방문해 보자. 고래의 갈비뼈를 연상시키는 천장에 튀어나온 콘크리트 구조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주로 테크노가 나오지만, 현지 아티스트의 공연도 종종 하니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의 라인업을 확인하고 방문하길.


주소 Bulevar despota Stefana 115, Beograd 11000, Serbia
인스타그램 @clubdrugstore




조지아 BASSIANI


©wmagazine.com


올림픽 규모의 50m 빈 수영장에 위치한 BASSIANI. 과거 구소련에서 10년간 방치된 장소였던 이곳은 단지 하나의 테크노 클럽이 아니다. 퀴어 혐오가 만연한 조지아의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했기 때문. 특히 LGBT 파티 시리즈 중 하나인 Horoom Night은 그러한 정신이 잘 드러나는 이벤트다. BASSIANI는 말한다. “옷을 잘 차려입거나 멋있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공격적인 사람들을 막기 위해 출입 정책을 사용한다”라고.


주소 2, Akaki Tsereteli ave, Tbilisi, Georgia
인스타그램 @basssiani



런던 fabric


©thespaces.com
©timeout.com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다. 너무나 유명한 클럽이니까. 하지만 모든 명성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런던을 대표하는 클럽 fabric은 3개의 룸과 여러 개의 바로 이루어져 있다. 테크노뿐만 아니라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취향을 가진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장르를 선보인다. 이 말은, 방문하는 날의 라인업을 확인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보고 가길 추천한다는 의미다. 관심 없는 장르의 음악이 나온다면 생각 외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오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주소 77a Charterhouse Street, London, United Kingdom EC1M 6HJ
인스타그램 @fabriclondonofficial




도쿄 VENT


©timeout.com
©discotech.me


VENT를 향하는 순간은 늘 묘하게 들뜬다. 시부야에 위치한 여타 클럽들과 달리 오모테산도라는 공간이 주는 도시의 세련된 감각 때문일까. 지하에 있어 콘크리트 계단을 내려가면 미니멀하고 시크한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메인 바와 라운지에는 서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는 공간이 있는데,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기회에 말을 걸어 봐도 좋겠다. 사운드에 진심인 클럽답게 공간 건축 자재도 소리의 자연스러운 굴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어쩐지! 운이 좋았는지는 몰라도 매번 사운드에 만족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가까운 시일에 도쿄 여행 계획이 있다면 방문해 보자.


주소 南青山3-18-19 フェスタ表参道ビルB1, Minato-ku, Tokyo, Japan 107-0062
인스타그램 @vent.tokyo




서울 vurt.


©ra.co
©timeout.com


에디터가 매주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다. vurt.만의 대체 불가한, 깊고 어두운 공간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테크노를 이렇게 제대로 즐길 장소가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 이곳에서 비트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오로지 음악과 나만이 존재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그럴 땐 그저 즐기면 된다. 제대로 된 정통 ‘딥 테크노’ 사운드가 그리워지는 걸 보니 다시 vurt.를 찾을 때가 되었지 싶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414-20 지하
인스타그램 @vurt_seoul




테크노를 찾게 되는 때가 있다. 무언가에 깊이 집중하고 싶을 때, 혹은 자신을 놓고 음악에 온전히 기대고 싶을 때. 그럴 때는 어김없이 테크노 클럽의 문턱을 밟았다. 거기서 몸이 움직이는 대로 몇 시간 춤을 추다 보면 소리가 가진 다채롭고 아름다운 질감이 얼마나 영혼을 충만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느꼈다. 테크노를 제대로 즐겨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음악을 통해 내면의 무언가가 정화되는 느낌을. 아직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오길 바란다. 아, 대부분의 테크노 클럽은 촬영을 엄격히 금지한다. 그러니 잠시 카메라는 넣어두고, 오로지 그 순간에만 집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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