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기관은'수익률'을 따지고, 출연기관은 '집행률'을 따진다.
공공기관 예산과 회계, 그 중에서도 출자기관과 출연기관은 어떻게 다를까?
공공기관의 예산편성과 회계관리는 외견상 어느 기관이나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실무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그 차이가 작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
특히 같은 지자체 산하 출자기관과 출연기관은 설립 목적과 운영 방식이 다르다 보니 예산과 회계 처리 방식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실무자들끼리도 "우리 예산 체계는 왜 이렇게 다르지?" 하며 서로 장단점을 농담 섞어 이야기할 때가 많다.
쉬운 이해를 위해 가상의 기관인 '경기케이팝공사'와 '서울국제소설연구원'의 사례를 만들어보고, 그 차이를 알아보기로 해보겠다. (없는 기관이지만. 실제 출자출연기관 설립목적 아이템이 이런 느낌이 있어서...)
출자기관과 출연기관의 차이는 아래 포스트 참고
https://brunch.co.kr/@quantatime/9
상상의 기관: 경기케이팝공사
주식회사처럼 자본금을 지자체가 '주주'가 되어 투자해주는 구조를 가진것이 출자기관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이후에는 일반 기업처럼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운영해야 하는 특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가상의 출자기관으로 ‘경기케이팝공사’가 설립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공사는 경기도 청년들의 K-POP 스타로의 진출을 도와주기 위해 설립된 출자기관으로, 2030년 설립당시 경기도가 30억이라는 돈을 출자하여 출발한 기관이다. 경기도 25세 미만 청년들에게 '경기아이돌 K-POP 콘테스트'에 입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K-POP그룹을 만들어주고, 1년간 동남아 순회공연 기회를 제공하는게 이 공사의 주요사업이다.
주요 수익원은 경기케이팝공사를 통해 데뷔한 청년들이 방송이나 광고에 섭외되면 그 수익의 일부분을 쉐어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케이팝의 세계화, 경기도가 그 중심' 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기관을 출범하였다.
경기도는 최초 30억을 출자하였지만, 매년 추가로 투입하는 예산은 없다. 경기케이팝공사는 초기 3년간은 수익이 없이 자본금을 깎아먹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타 지자체의 지역축제행사에 경기케이팝공사 소속의 가수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명 '지역상생 아이돌 MOU'를 통해 간간히 1년정도 살 돈을 벌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구조 덕분에 경기케이팝공사는 예산 편성과 집행에서 비교적 높은 자율성을 누린다. 케이팝공사는 경기도 청년아이돌 굿즈판매사업, 동남아 진출사업에 대해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하고, 필요 시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상위기관인 지자체의 승인 없이 예산을 편성할 수 있어 사업 확장이 용이하지만, 이 자율성은 수익성 압박으로 돌아온다.
특히, 30억이라는 돈을 투자했는데 한해 당기순이익이 3천만원만 남으니, 앞으로 100년을 돌려야 본전을 치겠네 라는 지역 의회에서의 비난을 이겨내는것이 그들의 1순위 숙제이다.
예산 편성에 고민 많은 출자기관 경기케이팝공사 재무담당자
(출자)경기케이팝공사:
"올해 경기도 청년 케이팝 아이돌 지역출제 투입사업 수익이 예산 목표를 넘기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나저나 승인 없이 편성할 수 있다는 게 좋긴 한데, 수익 안 나면 그게 다 저희 책임이잖아요. 그리고 지역축제에 섭외되어도, 저희 공사 사장님이 보러가신다고 출장비라도 쓰면 오히려 적자라니깐요. 가끔 자율보다 출여기관처럼 '안정적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출연)서울국제소설연구원:
"그래도 예산의 자율이라도 있는게 어디에요... 우리는 매년 예산 지원은 해주지만 자율은 1도 없는 편이에요. 해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지출해야 하거든요. 뭐, 딱히 탈출구가 없달까요?"
(출자)경기케이팝공사:
"자율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줄 알죠? 저희도 예산 편성할 때 부담이 만만치 않아요. 지자체 눈치를 안 봐도, 외부 감사는 철저하게 받아야 하거든요. 결국 ‘어디에선가 보고 있다’는 마음가짐은 같다는 걸요. 그리고 중요한건 사업분야도 케이팝이라니.....사실 민간하고 경쟁하면 어디 명함도 못 내미는데 자꾸 돈만 더 벌라고 하니까 그것도 아주 죽겠어요"
출자기관 담당자에게 있어 자율성은 자유와 부담을 동시에 의미한다. 예산 편성의 주도권이 있는 만큼 예산의 관리와 회계 처리도 수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사업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결산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상의 기관: 서울국제소설연구원
반면 출연기관은 매년 상위기관에서 지원받은 예산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특정 공공사업 목적에 맞춰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산하에 상상의 기관 서울국제소설연구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서울국제소설연구원은 서울시가 서울을 세계적인 문학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한 출연기관으로, 2029년 서울시가 총 50억 원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출범시킨 연구기관이다.
주요 목표는 세계 문학사와 한국 소설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연구와 교류 활동을 통해 서울의 문학적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연구원의 예산은 주로 서울시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며,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국제소설연구원은 출연기관의 특성상 매년 서울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예산 심사와 감시가 엄격해 자율적인 운영이 제한되는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서울시의 문화정책 방향과 우선순위에 맞춰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하며, 예산 승인 과정을 거쳐야만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원의 운영이 서울시 출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시의회와 시민들로부터 "연구 결과와 영향력이 가시적이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위의 가상의 사례처럼 출연기관은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받는 대신 자율성은 낮고 예산 통제가 강하다. 상위기관에서 정해준 기준 내에서 예산을 집행해야 하므로 "이번 해 예산 남기면 내년 예산 줄어드는 거 아시죠?"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구조다. 관리 기준을 준수하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모든 출연기관의 공통 숙제다.
다만, 출연기관은 정부나 지자체의 안정적 지원 덕에 예산 편성의 ‘한정된 자유’ 안에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공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투명한 예산 집행을 중시하다 보니 때로는 업무의 자율성은 떨어지지만, 매해 일정한 예산 지원은 업무에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가상의 대화: 통제받는 예산으로 고군분투하는 출연기관 '서울국제소설연구원 담당자
(출연)서울국제소설연구원:
"우리는 지원은 안정적이지만, 뭘 결제받으려면 결제 문서만 세 번 넘겨요. 허리띠를 졸라매며 안간힘을 쓰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남은 예산은 무조건 반납해야 해서 적당히 맞추는 것도 기술이에요."
(출자)경기케이팝공사:
"지원이 안정적이라니, 그래도 내년 예산재원 마련할 걱정은 없지 않으세요? 우린 매번 예산 걱정부터 하거든요. 그런데 예산 쓰는 데만 그렇게 제약이 많으면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 않겠어요."
(출연)서울국제소설연구원:
"예산이 남으면 내년에 줄어드니까 무조건 다 써야 하고, 자율성은 사치예요. 그러니 매번 정확하게 맞추는 게 중요해요. 그럼에도 올 한해 다 잘 맞춰가면 뿌듯함은 있죠."
연말 결산 시즌이 다가오면 지방출자기관과 출연기관 담당자들은 각기 다른 긴장감을 안고 결산을 준비한다. 출자기관 담당자는 “올해는 목표 수익이 얼마나 달성됐을까?”에 집중하며 결산을 준비한다. 매출이 목표 이상일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크다. 반면 출연기관 담당자는 “예산을 정확히 맞춰서 사용했나?”에 중점을 두며 결산을 준비한다. 예산을 적정히 맞추고 정확히 집행했을 때의 안도감이 크다.
연말 결산을 앞둔 두 담당자의 고충
(출자)경기케이팝공사:
"올해 수익이 예상보다 좋게 나와서 한숨 돌려요. 덕분에 내년에도 사업 확장 가능할 것 같아요.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출연)서울국제소설연구원:
"자율성이 있어서 좋겠어요! 저희는 예산 맞추느라 쫓아가다 보니, 결국 마지막엔 '한 푼도 안 남기기'라는 목표로 달리죠. 남은 건 반납해야 하니까요."
(출자)경기케이팝공사:
"저희는 그렇게 남은 예산을 알아서 쓸 수 있어 좋긴 한데, 사업 수익이 안 나면 결산 보고 때마다 진땀을 빼게 돼요."
(출연)서울국제소설연구원:
"사실 저희는 내년 예산이 줄어들까 봐 남기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에요. 잘 맞추면 뿌듯하긴 하죠. 역시 같은 공공기관이지만 저마다 사정은 다른가 봐요."
이렇듯 지방출자기관과 출연기관은 예산과 회계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지방출자기관은 자율성과 수익 압박을 받는 동시에 자유로운 예산 집행을 통해 자립을 추구하고, 출연기관은 안정적 예산 지원 아래 예산 통제를 받으며 공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힘쓴다. 같은 공공기관이지만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은 사뭇 다르다.
‘출자’와 ‘출연’은 글자 하나 차이지만, 그 특성은 상당히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해당 기관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사람들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어, 취업을 희망하거나 협업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출자기관은 보통 자본금을 투입받아 자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자율성과 책임을 지니며, 주어진 예산 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출연기관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산을 받아 운영되므로,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중시한다. 하지만 출연기관은 매년 예산 편성과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정책 방향에 따른 성과 요구와 감시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따라서, 출자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업의 성과를 최우선으로 두고 효율적인 예산 관리와 자율적인 사업 추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출연기관은 공공성과 장기적인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며, 예산 사용의 투명성과 공익적 성과를 중요시한다. 이처럼 각 기관의 특성을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효과적인 협업이나 성공적인 취업 준비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