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내비게이션, 인사
李 氏(이 씨)는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늦은 밤, 술 취한 채 대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기르던 개가 짖는다. 그러자 발로 개를 걷어찼다.
‘이 개새끼가 어디 감히, 주인이 들어왔는데, 짖어!’
‘(멍멍)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 되겠습니까! 가족도 돌보지 않고!’
‘어쭈, 이 개새끼가 개 주제에 사람 소릴 하네?!’
‘(멍멍) 사람이 개 소릴 하는데, 개는 사람 소릴 못합니까?!’
이때부터 개 같은 사람을 욕할 때, ‘李 氏(이 씨)~발’이라고 한다고 그런다나 어쩐다나.
언제 보았는지, 누구 작품인지 모른다. 기억에 의존해서, 전면 재구성해 봤다. 대략 삼십 년은 넘은 거 같다.
오늘(2022년 6월 11일) 뉴스를 봤다. 작년(2021년) 강원도 고성에서 푸들(개)을 잃어버린 사람 이야기다. 잃은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개를 찾고 있단다. 찾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사람에게 사례금으로 일천만 원도 준단다. 뉴스 끝에 나왔다. ‘내가 낳은 자식보다 소중하다'고.
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개를 키우지도 않는다. 이유일 수 있다. 오래된 기억이 아픔으로 남아 있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엄마가 동네마다 다녔던 ‘개장수’에게 팔 수밖에 없었던 아픔 말이다.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들었던 거다. 당시(약 45년 전)에는 ‘개 팔아요, 개 팔아요’라며 골목마다 다녔던 ‘개장수’들이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사람이 무척 많다. 아마도 ‘자신의 개’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반려인은 할 말이 많을 거다. ‘귀엽다, 예쁘다, 사랑스럽다, 자식보다 낫다, 천재다---.’ 만약 천만인의 반려인이 있다면, 천만 가지의 칭찬이 있을 거다.
지구상에서 가장 창궐한 포유동물은 ‘인간과 그리고 개’다. 창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친화성’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비친족과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아이를 교대로 보살피고, 관용적인 이웃 집단과 힘을 합쳐 덜 관용적인 집단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뛰어난 개인들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잘 생존하고 번식했다. 친화성이 인간을 더 영리하게 만들었다.”(임종업)
개도 그렇다는 거다. 늑대 무리 중, ‘적자생존 원리와 달리 덜 공격적이고 친화적인 개체가 살아남았다’라는 거다. 스스로 인간과 함께하기로 했다는 거다. 개가 영리하다는 건, ‘친화성’이 뛰어나다는 거와 다름없는 거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각자 중요시하는 교육철학이 있을 거다. 우리 부부가 강조한 거다. ‘인사 잘해라’. ‘자기가 사랑을 받는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뜻’과 연결됐다. 학원생들에게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고맙게도 우리 애들이 ‘인사’를 잘한다. 성인이 된 지금도. 친인척에게는 물론 아파트 경비 아저씨, 이웃 주민들을 포함한다. 항상 ‘밝게 웃으며 친절한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그 인사에 대한 보답(?)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와 같다. 아니, 훨씬 그 이상일 수 있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 혹, 확인하길 원한다면, 본인부터 일단 해보시길! 남은 인생이 달라진다. 진짜다.
인사, 나도 잘한다. 어려서부터 칭찬받았던 부분이다. 청년일 때도, 장년이 된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잘할 거다. 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의 친화적인 관계 맺기는 일상에서 ‘저절로 호박이 덩굴째 들어오는 일’이기도 하다. 심지어 사회적 지위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한둘이 아니다. 정말 많다.
간단히만 말한다.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가장 영향을 미친 분이 ‘엄마’라면, 내 생활에 관한 유익함에 있어서 가장 크게 이바지한 것은 ‘인사’라고 할 정도다. 쉽다. 먼저 밝게 웃으며 친절하게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된다.
‘人事(인사)가 萬事(만사)’라는 말도 있다. 정치 분야에서 흔하게 사용됐다. 인사의 중요성을 말하는 게다. 참, 공교롭지 않은가. “‘직원 채용, 평가, 해임 등과 관계된 일’을 뜻하는 人事(인사)와 ‘안녕하십니까’라고 묻는 人事(인사)의 漢字(한자)가 같은 건, 어쩌면 인사를 잘하는 것이 직원과 회사, 사회의 안녕을 위한 출발선이 같은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장수경)
다른 글에서 자녀를 ‘사교적’이라고 칭찬하면서 자랑했다. 친화성이 뛰어나다는 거다. 실제로도 제일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자녀에 대해 걱정을 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과의 친화적 관계 맺기는 정말 중요하다. 어차피 사회생활이란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겠으나, 성공/실패란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평가든, 타인으로부터의 평가든.
웬만하면 부정적인 내용은 피하고 싶었다. 근데, ‘인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저절로 떠 오르는 사람이 있다. 같은 아파트, 같은 줄에 사는 ‘아무개’다. 지금 아파트로 이사 온 지가 약 20년째다. 아무개를 처음 본 후부터, 정말 열심히(?) 먼저 인사했다. 돌아오는 인사는 ‘무반응’이다. 고개 뼈에 중상이 있는 줄 알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줄 알았다. 약 1년이 지난 후부터는 ‘내가 졌다’다. 이젠 나도 하지 않는다.
혹, 내게만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럴 리가! 이웃 사람 모두에게 그렇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무개와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동시에 만나면, 아무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만 더 반갑게 웃으며 인사한다. 치열한 전쟁 중이다. 이미 내가 이긴 전쟁이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내게만 인사하니까. 내가 세상에서 ‘인사’도 포기한 ‘有二無三(유이무삼)’한 사람이다. 아니 ‘개’다(미안하다). 처음부터 ‘아무개’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해하기 바란다. ‘인사’와 관계돼서 내게 이긴, 정말 드문 개 아니고 사람이니까.
독자들에게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글 쓰다 보니, (지금은 그렇지 않으나) 그동안의 상처가 너무 깊어서, 울분을 참을 수 없어서 그랬습니다. 병날까 봐 그런 거니, 이번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혹, 독자들께서도 이런 개가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누군가 내게 ‘내 장점’을 묻는다면, 일 초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인사를 잘한다.’다. 인사를 잘해서 성공했냐고 묻는다면, 질문 끝나기 전에 답을 들을 수 있을 거다. ‘Yes, Sir!’ 개에게 위와 같이 묻는다면, 주인을 잘 알아보며, 주인과 친하게 지내려는 개의 賢答(현답)도 마찬가지일 거다. (꼬리 흔들며, 멍멍, Yes, Sir!)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하게 잘 사는 비결이다. 이웃을 잘 알아보며, 이웃과 친하게 지내려는 마음과 실천이 그거다.
요즘 대세다. 음식은 백종원, 개는 강형욱, 사람은 오은영. 음식은 잘 모르겠다. 이건 분명하다. 개 같지 않은 개는 강형욱에게로!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은 오은영에게로! 못된 거는 고치며 살자. 개답게, 사람답게. 이들에게 협찬받은 거 없음을 아울러 밝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