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유구유언 09화

사해(死海, DEAD SEA) 해프닝.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나를 살려 주신 건 아니신지.

by 이태승


2019년 가을, 우리 부부는 요르단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있는 아들에게 갔다. 면회 견학 겸 여행 겸이었다. 휴가 일정을 맞춘 아들과 사해에 갔다. 해발이 마이너스인, 소금 농도가 엄청나게 짙은 바다다. 사람 몸이 저절로 둥둥 뜨는, 수영 못해도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가 아니라, 수영 못해도 ‘저 바다에 누워’, 책도 볼 수 있는.


영상에서 본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사해 갯벌 진흙을 온몸에 ‘쓱쓱’ 바른 후, 드디어 사해 속으로 갔다. 풍덩 한 거 아니다. 나는 전혀 수영 못한다.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발목을 적시고, 무릎을 적시고, 허리쯤 왔을 때,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천천히 누웠다. 신기했다. 생전 처음 바다에 뜬 것이다. 아무런 도움 없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아! 좋다. 아! 감사하다. 아! 행복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살짝 고개를 돌려, 옆을 살폈다. 아무도 뵈질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손을 등 뒤로 내려 봤다. 바다 밑이 닿지 않았다. 혹, 물살에 떠밀려 깊은 데까지 간 건 아닐까. 순간 당황했다. 그래도 여긴 사해지! 빠져 죽으려야 빠져 죽을 수 없는.


아 참, 그래도 걱정된다. 만일 발버둥 치다가 소금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요르단에서 요르단강 건너는 건 아닐까(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사람을 불러 볼까. 식구들 앞에서 (노래) ‘간~다, 간~다’면 안 되겠지. 어찌할까. 짧은 시간에 별별 생각이 스쳤다. ‘소금물 많이 마셔서 죽으면, 최소한 부패는 덜 되겠지’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당신들도 겪어 봐라. 그런 생각이 들겠는가. 살 생각이 먼저지.


그래, 살고 봐야지. 소리쳤다. “헬프 미! 헬프 미!”(내가 제일 잘하는 영어 문장이다. 발음이 완벽한 원어민 수준이다. 그래야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장만큼은 여러분도 원어민 수준으로 연습해라. 그래야 산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어떻게 아나. 첫음절 ‘헬’만 크게 해선 안 된다. 모두가 도망간다.)


몇 번을 외쳤을까. 외치는 도중에, 당황해서 진짜 짠 소금물을 마셨다. 고향이 인천인 내가 마셔 본, 세상에서 가장 짠 물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인지 알 거다. 정말 짜다. 정신이 없었다. 화들짝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 사람 얼굴이 보였다.


덩치 큰 서양인이었다. “헬프 미! 헬프 미!”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의 큰 손을 잡는 순간,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내 손을 잡아주는 순간, ‘살았다’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가 이끌어 주는 힘을 밑바탕으로, 힘껏 일어났다. 아니, 근데 물 깊이가 왜 이런가. 무릎 언저리에 있지 않은가. ‘떠밀려 멀리 간 게 아니었나.’ 확인한 순간, 그 ‘민망함’이란! (깊은 곳에서 차라리 빠져 죽었더라면). 얼굴이 화끈거린 건, 다만 중동의 뜨거운 태양 열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일어서자마자 다. 물가에서 나를 쳐다보는 눈들이 보였다. 여러 사람 가운데, 아내와 아들의 눈빛이 유독 달리 보였다. 1초나 2초가 흘렀을까. 그 둘의 얼굴은 다른 쪽을 향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그러나, 어찌하랴! 당시에 동양인들이 별로 없었고, 더군다나 진흙을 그 둘이 내 등에 신나게 발라주었는데. 그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아들 재0(실명? 소리 내 읽어보시길)이는 생김새도 똑같은데.


키를 닮지는 않았다. 재0이는 나보다 약 17cm 정도 크다. 그렇다고 단정 마시라! 내 키가 162.1cm(간절함이 절절하다) 언저리에 있을 거라고. 내 키가 190cm 넘을 수도 있잖은가. 아! 아빠 때문에 국제적으로 ‘쪽팔림’을 당한, 그때부터 재0이가 날 좋아하지 않나 보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재0이, 너는 내 아들인걸. 세상 사람 다 알도록 크게 외친다. “이재0은, 이태승 아들이다!” 백 번을 외친다. 사실, 외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안다. 국가도 확인해 주었다. ‘이재0은 이태승 아들’. 그러니 어디 튈 생각 마라. 알겠지, 이재0!


사해에서 나를 살려 준, 나의 구원자 되신, 이름 모르는 그 사람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혹 2천 년 전, 사해 근처에서 활동하셨던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나를 살려 주신 건 아니신지. 글을 보신다면, ‘언제, 한 번 한국에 오시라.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리다. 당신이 사해에서 드셨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거로.’ 한국,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다. 비교적 서민 음식인 ‘김밥’도 ‘천국’에서 맛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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