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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진소라 Sep 07. 2023

타당한 불행을 겪는 이들을 위하여

이 책을 바칩니다

 세상에! 책의 제목에 '불행'과 '타당하다'라는 단어를 붙여 쓰다니, 미친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타당하다는 말은 '옳다'는 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옳은 불행이 어딨어, 그럼 틀린 불행도 있단 말이야? 이런 불편한 말을 하다니, 작가가 미쳤군.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자자, 불편함을 누구보다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몸소 느끼는 사람으로서 이제 이 두 단어를 선택한 연유에 대해 차차 해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연유에서건 '생존자'라는 주의를 가지고 살고 있다. (남편이 듣고 기겁한 대목이다.) 누구나 어떤 사고든 병으로든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가 말하는 병들 중 일부는 신경정신과에서 다루는 우울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와 같은 것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육체적으로 아픈 것만 투병이 아니다. 앞서 말한 장애들도 투병하는 병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와 같이 투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같이 아프고 같이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타당한 불행'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누군가가 나의 불행에 이유가 있다고 말해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스스로를 두고두고 괴롭힐만한 이유는 아니길 바랐다. 그러니까 이 불행은, 애초부터 나로 인해 나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피어난 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피어난 싹이고 어쩌면 나의 노력으로 가지치기를 할 수도 있는 영역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세상에는 꽤나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글들을 통해 때로는 불행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가 본인보다 더 불행한 상황의 누군가를 보면서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위로와 동지애를 느끼길 바랐고, 때로는 타인이 느끼는 불행의 이유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며 본인의 불행도 한 번쯤 쓰다듬어보길 바랐다. 그리고 1할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거창하게 끄적여놓은 글을 보며 누군가에게 그저 한 번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불행과 행복을 느끼고 간직하고 쓰다듬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내가 혼자가 아니었구나,라고 느끼게끔 해주고 싶었다. 이 글이 그런 목적을 온전하게 충족시켜주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길 마음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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