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복한 독수리 최강 한화 <6>

한화에서 마지막 꿈을 던진 박찬호

by 김일주


한 사람의 야구 인생이 2012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충청남도 공주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사나이는 선수 생활 마지막을 고향에서 마무리했다. 주인공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투수이자 1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박찬호이다. 1994년 대학생이던 박찬호는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세계에서 야구 제일 잘하는 선수들만 우글거리는 정글 같은 세상에 뛰어든 이 젊은 청년은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한국을 위해 공을 던졌다. 1997년 IMF로 인해 한국 경제는 매우 불안정했고 국민들은 저마다 일자리를 잃는 등 개인적 고통은 나날로 커졌다. 사람들의 우울감과 상실감은 컸고, 각자 기대고 싶은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필요함을 채워준 건 한 젊은 청년의 시원시원한 투구였다. 160km에 육박하는 엄청난 강속구로 거구의 타자들을 삼진으로 제압하는 박찬호의 강렬한 투구는 IMF 시절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높인 박찬호. 그 시절 미래의 야구 꿈나무들에게 최고의 롤모델이 된 박찬호. 그러나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LA다저스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FA 계약하며 최정상을 달리던 그에게 갑작스런 긴 부진이 찾아왔다. 경기력 저하와 부상으로 시련을 겪으며 먹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박찬호. 화려했던 전성기가 지나고 여러 팀을 전전하며 저니맨이 된 박찬호. 빛과 어둠을 모두 맛본 박찬호에게 그러나 포기란 없었다. 화려했던 나날들을 뒤로 하고 시련 앞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포기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2009년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 화려함은 잃었지만 오뚝이가 되어 꿋꿋이 마운드에 오른 그는 2010년 동양인 최다승(124승) 신기록을 작성한다.


고향에서 꿈을 던진 박찬호의 선물


미국 생활을 마무리한 그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있었다. 멋모르던 젊은 청춘 시절 메이저리그 무대를 정복하겠다는 꿈을 가진 청년은 오랜 세월이 흘러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충청도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남들에게는 소박해 보일 수 있겠지만 박찬호에게는 거대하고 중요한 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충청남도 공주에서 지낸 박찬호는 20대 초반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메이저리그라는 험난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정상을 향하여 하나씩 목적지를 정복해 나갔고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고향이라는 산꼭대기에 올라섰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억대 연봉은 더 이상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최고가 되겠다는 꿈도 이제 내려놓았다. 그저 한화 유니폼만 입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자신의 연봉을 백지위임하며 한화 입단에 성공했다. 시즌 최저 연봉(2400만원)에 계약한 박찬호는 6억원을 더해 한국야구 발전기금으로 기증하며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비록 한국에서의 성적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모습과는 멀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박찬호의 공 한 구 한 구는 한화팬들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누구나 한 때 시련과 아픔 속에 청춘 시기를 보냈을 우리들. 그리고 저마다 영웅이 필요했던 IMF 그 시절, 박찬호는 국민들에게 영웅이었고 그 시절 청춘들의 빛이었다. 또한 영원한 천하무적일 줄 알았던 박찬호도 부상과 부진으로 초라한 시절을 겪었다. 하지만 오뚝이같이 다시 일어나 공을 던진 박찬호. 그의 끈질긴 노력과 정신력으로 얻은 동양인 최다승 달성의 순간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동시에 팬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감동이자 선물이었다. 우리는 그가 미국에서 활약한 17년간 충분히 많은 선물을 받았고, 한국에서의 그의 투구는 또 다른 선물이었다. 한화팬들은 팀은 비록 최하위였지만 박찬호라는 선물을 받았기에 행복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2012년을 끝으로 야구공을 내려놓은 그에게 우리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축하하며, 그가 걸어온 야구 인생의 피날레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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