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의 전설, 코끼리 김응용 깜짝 영입
2012년 한화는 8개 구단 체제에서 치러진 마지막 정규리그에서 꼴찌 팀이란 불명예를 떠안고 시즌을 마쳤다. 팀은 몇 가지 중대한 결정들을 내려야했다. 우선 팀을 이끌 새로운 감독 선임이 가장 시급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화의 핵심’이자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눈앞에 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완전 FA 자격이 아닌 류현진은 구단 동의하에서만 포스팅 시스템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류현진은 오래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꿈꿔왔다. 특히 2012 시즌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던졌고, 시즌 최종전에서 연장 10회까지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MLB 진출에는 구단 동의와 더불어 차기 지휘봉을 잡을 감독이 과연 류현진의 MLB 진출을 지지해줄 지도 불투명했다. 가뜩이나 최약체의 전력에 류현진마저 빠진다면 어느 누가 감독으로 오든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시즌을 시작할 것이 뻔했다. 설령 아무리 리빌딩을 우선으로 팀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할지라도 류현진 같은 특급 에이스가 빠지는 건 어느 감독 입장에서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과연 류현진의 MLB 진출은 어떻게 됐을까? 그것은 잠시 후 알아보고, 먼저 한화의 새 사령탑은 누가 선임됐는지 2012 시즌을 마친 한화의 스토브리그 행보를 잠시 돌아보자.
2012년 10월 4일 정규시즌이 끝나고 야구계는 한화가 곧바로 새 사령탑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근(전 Sk 감독), 조범현(전 KIA 감독), 김재박(전 LG 감독) 등 경력이 풍부한 감독들이 후보에 올랐다. 시즌 막판 감독대행을 맡아 5할 승률을 거둔 한용덕 수석코치의 내부 승격도 거론됐다. 그러나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인 김성근 감독은 독립구단 고양원더스와의 계약을 연장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된 김성근 감독이 고양 원더스에 남게 되면서 한화에 과연 어떤 인물이 올지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한화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명장 중의 명장’, ‘해태왕조를 이끈 자’,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 10회’에 빛나는 KBO 통산 최다승(1476승) 1위에 올라 있는 ‘코끼리’ 김응용 감독을 한화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한화도 처음엔 김응용 감독 영입 제안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응용 감독은 예전부터 “현장에 다시 복귀하고 싶다.”며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왔고, 한화는 리빌딩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김응용 감독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구단 사장과 단장이 직접 김응용 감독 자택까지 방문해 영입 제안을 했고, 결국 한화의 진심에 김응용 감독도 화답하며 한화의 2013 시즌을 이끌 사령탑은 김응용 감독으로 최종 결정됐다. 김 감독은 계약 기간 2년, 연봉 총 9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괴물이 필요한 코끼리 감독
김응용 감독 : “류현진은 에이스이자 팀의 기둥. 기둥이 빠지면 안 돼.”
류현진 : “ MLB진출은 오래전부터 나의 꿈”
한화에 부임한 김응용 감독은 곧바로 차기 시즌 전력 구상에 들어갔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기 위해선 마운드의 힘이 절대적이다.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이자 팀의 에이스인 괴물 류현진의 존재가 내년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김응용 감독은 MLB 진출에 부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사실 김 감독은 한화 부임 전까지 류현진의 MLB 진출을 적극 지지한 인물이었다. 야인으로 지낼 당시 “현진이는 무조건 미국에 보내야 한다.”며 한국야구 최고 투수인 류현진의 MLB 도전을 지지하며 야구계의 어른으로서 대선배로서 후배 류현진의 도전과 앞날을 응원했다.
하지만 한화 감독의 신분이 된 김응용 감독은 과거 자신이 내뱉은 말을 바꿨다. 아무래도 한 팀의 감독으로서 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든든한 에이스의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4년 중 3번이나 최하위에 그친 한화 입장에서는 다음 시즌 어떻게든 반등이 필요하고, 반등의 희망을 찾으려면 에이스 류현진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한편 류현진은 전부터 자신의 MLB 진출 의지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하고 싶어 했다. 김응용 감독님이 한화 감독으로 와서 기쁜 일이라고 했고,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배워봤으면 좋겠다.”며 김응용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지만, 자신의 MLB를 향한 간절한 꿈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김 감독과 류현진의 입장 차이가 너무나 컸고, 한동안 두 사람 간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만약 MLB 도전을 허락하지 않고 팀에 눌러 앉힌다면 류현진의 상실감은 매우 클 것이며 다음 시즌 의욕을 갖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줄지도 의문이었다. 반대로 류현진을 보내주면 한화의 반등은 힘들어지고, 김응용 감독도 에이스가 빠진 상황 속에 팀을 이끌고 가려면 고전할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