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그동안 고마웠어!
류현진을 보내는 팬들의 두 마음
류현진의 MLB 진출. 그것은 한 개인의 진로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 야구계의 뜨거운 핫이슈였다. 많은 야구인들과 선배들은 류현진의 MLB 도전을 지지했다. 한국의 야구팬 대부분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응원하며, 박찬호에 이어 또 한 명의 대한민국 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활약하는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한화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신들의 에이스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큼 자랑스럽고, 그것은 한국 야구의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한화팬이다. 우리 에이스가 팀을 떠나면, 마운드는 텅빌 것이고, 나는 또 다시 꼴찌 팀을 외롭게 응원해야 할 것이다. 류현진과 같은 선수가 언제 다시 한화에 들어오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3년, 5년, 아니 10년을 기다려도 류현진 급의 선수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화팬들은 김응용 감독의 마음을 이해할 만했다. 한편으로 더 큰 성공을 위해 사랑하는 자식을 떼어 보내는 심정과도 같이 류현진을 자유롭게 보내주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화 팬들이 찬반양론으로 나누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팬 한 사람의 속마음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2년 후 완전 FA자격을 획득할 때까지 위기에 빠진 팀을 위해 2년만 미뤄줄 수는 없을까. 한편으론 2년 후의 더 성장한 류현진의 구위가 메이저리그를 지배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메이저리그 선수 생명이 짧아져서 너무 뒤늦게 메이지리그 무대를 밟은 구대성, 이상훈처럼 후회를 남기지 않을까.
한화는 주변 상황과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류현진의 MLB 도전을 허락하기로 구단과 김응용 감독은 최종 결정했다. 류현진이 7년간 소속 팀 한화를 위해 고생한 부분과 비시즌에도 국가대표로 올림픽, WBC, 아시안게임을 오가며 한국야구의 에이스로 큰 역할을 했던 점 등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MLB 도전을 허락하기로 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한화는 포스팅 비용이 ‘1000만 달러’를 넘지 않으면 류현진을 MLB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류현진을 헐값에 넘길 수는 없었다. 류현진도 헐값에는 가지 않겠다고 한화와 합의했다. 한국야구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투수가 헐값에 MLB로 간다면 한국 야구 수준이 한참 아래 수준으로 평가 받고, 훗날 MLB에 도전할 어린 후배들의 앞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본인의 꿈도 중요했지만, 한국야구와 후배들의 앞날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편 류현진의 포스팅 비용 금액에 관해 전망이 엇갈렸다. 과거 이상훈(60만달러)이나 임창용(65만달러)같은 슈퍼스타들도 너무 낮은 포스팅 비용이 나와 MLB 진출의 꿈을 접기도 했었다. 물론 두 선수는 나중에 일본을 거쳐 뒤늦게 미국 무대 진출에 성공은 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전성기가 지난 뒤라 MLB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그 때와 달리 류현진이 활약하고 있는 한국야구의 수준은 달라졌다. 그 사이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등으로 한국야구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류현진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 캐나다전 완봉승, 결승전 쿠바전 8.1이닝 2실점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특급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는 한국야구가 최고 전성기로 뻗어 나가는 데 에이스로 활약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등판경기마다 MLB 스카우트들을 야구장으로 모이게 했다. 류현진의 포스팅 비용이 과연 얼마에 나올지는 정말 예측불허였다.
마침내 류현진은 한국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한화 구단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포스팅 비용 1000만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2,573만 달러라는 금액이 나왔다. 그 거액을 쓴 팀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팀이자 과거 박찬호가 활약했던 팀 LA다저스였다. 소속팀 한화도 야구인들도 팬들도 모두 놀랐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미국야구가 류현진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사실에 한국야구는 기쁨과 흥분에 빠졌다. 한국야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한화도 그리고 김응용 감독도 지체 없이 쿨하게 류현진의 MLB 도전을 허락했다.
류현진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다저스와 한 달간의 협상기간에 들어갔다. 협상기간동안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고, 류현진 측은 원하는 조건을 얻기 위해 쉽게 도장을 찍지 않았다. 한 달 동안의 협상기한에 도장을 찍지 못하면 류현진은 다시 한화로 와야 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협상 마감 시간 30초를 남기고 극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6년간 3600만 달러(옵션 포함 4200만 달러)의 금액을 받기로 했고, 마이너 거부권까지 획득했다. 마이너 거부권 획득을 위해 협상 마감 전까지 도장을 찍지 않으며 류현진은 구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고, 다저스는 끝내 류현진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KBO에서 MLB로 직행한 첫 번째 선수 류현진
2012년 12월 10일, 또 한 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했고, 류현진은 KBO에서 MLB로 직행한 역대 첫 번째 선수가 되었다. 과거 박찬호의 추억에 젖어있던 한국 팬들은 류현진의 LA다저스 행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도 류현진의 앞날을 응원했다. 10월 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빠지면 안된다. 보낼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드러냈던 김응용 감독도 포스팅 시스템 참여가 결정된 후부터 다저스와 계약이 확정되기 전까지 응원의 말들을 남겼고, 최종 계약이 성사됐을 때도 류현진에게 긍정적 전망과 격려의 말을 남겼다. 구단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허락하자 “감독으로서는 이기기 위한 욕심이 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더군다나 류현진은 에이스 아니냐.”며 류현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런데 선수 본인도 원하고 2년 후에 보내나 지금 보내나 보낼 사람은 빨리 보내자고 했다.”고 말하며 류현진의 MLB를 향한 절실한 꿈을 존중했다. 또한 “내 욕심만 취할 수는 없었다.”, “류현진 자신도 하루라도 빨리 미국에 가고 싶어 하는데 어쩔 수 있느냐”며 당장의 팀 성적보다는 야구계 어른으로서 대선배로서 후배의 꿈을 배려하고 응원했다. 김 감독은 “구단의 결과가 나온 만큼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야구 선배로서 박수를 보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가는 만큼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란다. 감독으로서 류현진 선수의 필요성에 대해 대외적으로 언급한 것은 어느 감독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한국 최고투수 류현진의 팀 내에서의 강한 존재감을 언급함과 동시에 류현진의 앞날을 응원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계약이 최종 성사된 후, 김응용 감독은 “류현진이 20승을 거둘 것”이라며 격려와 함께 류현진이 MLB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현진도 “MLB진출을 위한 첫 단계인 포스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한화는 나를 이렇게 성장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나의 고향이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나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팀과 국가에 기여한 후 한국대표에 걸맞는 대우를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겠다. 좋은 결과로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한민국과 나를 위해 응원해준 팬들의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 며 한화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을 드러냈고,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서의 MLB진출 의지와 자존심도 드러낸 류현진이었다. 그리고 류현진은 거액의 포스팅금액을 통해 전세계에 한국야구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렸고, 한국최고투수라는 것을 미국에서도 인정받았다. 마침내 한국 최고투수로서 합당한 연봉과 대우를 받고 LA다저스로 이적하게 되었다.
류현진은 그 이후 MLB에서도 괴물다운 활약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진출 첫 해인 2013년부터 팀의 3선발로 활약했고, 2019년은 에이스 역할을 하였다. 특히 2019년은 MLB 전체에 류현진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다저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와 승리투수, 5월 ‘이달의 투수’ 선정,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대표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등 사이영상 1순위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결국 MLB 방어율 전체 1위(2.32) 달성 그리고 최종 사이영상 2위에 올랐고 FA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2019년 12월말 4년 8,000만달러의 거액을 받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FA 계약까지 했다. 류현진은 이젠 연봉으로나 실력으로나 MLB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하나가 되었다.
한편 다시 한화 얘기를 이어가겠다. 2012년 겨울 류현진의 MLB진출이 확정된 후 한화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류현진이 없는’ 한화의 시간이 오게 된 것이다. 그동안 상상도 할 수 없는 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 암흑기 동안 꼴찌를 전전했을 때 류현진이 소년가장으로서 든든히 활약하며 한화투수진은 ‘류현진과 아이들’로 불렸다. 한화는 류현진에 절대적으로 의지했고 ‘류-패-패-패-패’ 공식이 성립됐을 정도로 류현진이 등판한 날은 승리, 아닌 날은 패배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동안 류현진 외에 나머지 토종 선발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한화.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이룰 토종 투수를 끝내 키우지 못한 한화는 이제 류현진이 없는 절망적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확실한 승리카드를 쥐고 있던 한화는 그 마지막 승리카드마저 잃고, 이제 새로운 시간을 마주하게 됐다. 과연 그동안 류현진만 의지하는 아이들에 가까웠던 토종투수들은 각성하고 새로운 승리카드가 되어줄 수 있을까? ‘류현진 시대’가 끝난 한화. 이젠 남은 투수들이 성장해 팀을 이끌어야 할 시간이 왔다.
- 류현진 KBO 통산 7년 성적
2006년 30경기 18승 6패 1세이브 201.2이닝 방어율 2.23 탈삼진 204개 6완투 1완봉
2007년 30경기 17승 7패 211이닝 방어율 2.94 탈삼진 178개 6완투 1완봉
2008년 26경기 14승 7패 165.2이닝 방어율 3.31 탈삼진 143개 2완투 1완봉
2009년 28경기 13승 12패 189.1이닝 방어율 3.57 탈삼진 188개 4완투 2완봉
2010년 25경기 16승 4패 192.2이닝 방어율 1.82 탈삼진 187개 5완투 3완봉
2011년 24경기 11승 7패 126이닝 방어율 3.36 탈삼진 128개 3완투
2012년 27경기 9승 9패 182.2이닝 방어율 2.66 탈삼진 210개 1완투
통산 190경기 98승 52패 1세이브 1269이닝 방어율 2.80 탈삼진 1238개 27완투 8완봉
- 류현진 연도별 투수부문 순위 TOP5
2006년 다승 1위(18승) 방어율 1위(2.23) 탈삼진 1위(204개) 이닝 2위(201.2이닝) WHIP 1위(1.05) 완투 1위(6개) 완봉 3위(1개)
*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 달성,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 2006 프로야구 신인왕, 정규리그 MVP 동시 수상(KBO 역대최초)
2007년 다승 2위(17승) 방어율 4위(2.94) 탈삼진 1위(178개) 이닝 2위(211이닝) 완투 1위(6개) 완봉 2위(1개)
2008년 다승 2위(14승) 탈삼진 2위(143개) 완투 2위(2개) 완봉 2위(1개)
2009년 다승 4위(13승) 탈삼진 1위(188개) 이닝 2위(189.1이닝) 완투 1위(4개) 완봉 2위(2개)
2010년 다승 2위(16승) 방어율 1위(1.82) 탈삼진 1위(187개) 완투 1위(5개) 완봉 1위(3개) 이닝 2위 (192.2이닝) WHIP 1위(1.01) *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2011년 완투 1위(3개)
2012년 방어율 5위(2.66) 탈삼진1위(210개) 이닝 3위(182.2이닝) WHIP 2위(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