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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지 Jul 17. 2023

내안의 그림자 내쫒기

아빠, 나는 아빠를 이해하지만 아프긴 해.

"야 이새끼야. 너는 말때문에 망할거야. 너 내가 입 조심하라고 했지!!!"


  사랑받고 싶은 존재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아빠다. 아빠는 내가 성인이 된 이후 나의 말대꾸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내가 아빠를 무시하고 가르치려한다는게 주요 골자였다. 나는 그저 성인대 성인으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빠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말하고. 대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이따금씩 자신의 기분이 나쁘면 내 말을 말대꾸로 들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말 안하고 참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대화가 단절되는 느낌이라 내키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대화를 하다가 이따금씩 터지곤 했다. 아빠의 기분의 따라.  덕분에 나는 아빠의 기분을 살피는 눈치쟁이가 되었다.

  그것에 대한 영향 때문일까? 분명 나도 기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이 있긴 하겠지만 훨씬 더 경계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사회에서 기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들을 보면 싫으면서도 그들에게 인정 받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의 기분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빨리 알아차린다는 것은 좋기도 하고 성가신 일이었다.  나는 그들의 감정변화를 그대로 못두고 그것에 맞추려 이따금 안간힘을 쓴다. 그런 내가 안쓰럽다는 걸 최근에 알게됐다.

  결혼을 준비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분명 상대방의 잘못만은 아니었겠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 다툼이 헤어짐으로 연결될지는 몰랐다. 그는 "나도 내 마음을 몰랐어. 이제 말해서 미안해. 근데 이제라도 말해서 다행인거 같아."라고 했다. 비현실적이었다.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한달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결혼준비를 했던터라 부모님께 말하기가 걱정이었다. 엄마는 듣자마자 나를 꽉 안으며 등을 세게 두드려줬다. "아이고, 우리딸 아파서 어떻게 해. 우리딸. 우리딸. 아프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딸... 아이고.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어."라고 했다. 아빠에게는 말하기가 조금 겁이났다. 아빠 기분이 어떤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도 나는 아빠의 기분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빠가 기분이 조금 괜찮아서 이걸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아빠는 네가 제일 중요해. 혜지 네가 상처받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해."라고 했다. 일단 첫마디가 그것인게 그래도 감사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아빠는 2주동안 나와의 대화를 피했다. 하지만 나는 느꼈다. 나를 못마땅해 하는 아빠의 아우라를. 나의 눈치센서는 이럴 때 번거롭다. 그리고 아빠의 말에 은근슬쩍 묻어나있는 말들을 민감하게 받았다. "운동좀 해. 살도 좀 빼고.", "너는 항상 말을 조심해야해."타이르듯 말했지만 나는 알았다. '아, 그 사람이 떠나간 이유를 나에게서 찾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 했다. 하지만 아빠는 참지 못했다. 그 불편한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는 상태로, 마음에 거슬리는 작은 일이 생기면 아빠는 참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짜증을 냈다. 그 짜증을 온전히 받아내는건 우리 가족이었다. 죄인도 아닌데, 아빠의 허탈한 마음을 이해하며 짜증을 받아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아빠의 입이 터졌다. 나에게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빠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막 때렸다. "내가 다 문제야. 그래.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내 입을 찢으려고 하고, 내 머리를 때렸다. 진짜 내가 미웠다기 보다 아빠 입을 막고 싶었다. 아무리 그만하라고 해도 멈추지 않을 것 같았기에.

  이후, 아빠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가족 중 그 누구와도. 나는 그래도 예의는 지켰다. 아침 저녁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고 아빠가 나갔다 들어오면 다녀오셨냐고 인사했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내 행동과 말이 아빠에게 상처가 되고 힘들게 했다면 미안해."라고 했다. 아빠는 그 와중에도 자신이 이 집에 어른임을 인정받고 싶어했다. 아빠의 그런 생각이 어디서 나왔는지 너무 알고 있다.  그런 안쓰러운 모습들이 어려서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한데에서 나오는 걸 이해 못하는게 아니다. 그러나 그건 아빠의 상황이고, 나는 내가 살기위해 기도했다. 더 깊은 대화를 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말들은 여기에 적어본다. 언젠간 그 대화를 나눴다며 여기에 다 쓰고 싶다.


"아빠 나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를 이렇게 좋은 사람으로 키워주신 엄마 아빠가 고마워요. 두분이 나를 사랑한 것을 모르지 않아요. 그렇지만 나 잘 되라고 했던 많은 표현 중에는 어린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상처가 됐던게 많아요. 그리고 그때 마음에 아팠어요. 그냥 말씀드리고 싶은거에요. 제가 그랬다라는 것을"


나는 이제 다시 나를 부축해 일어나, 내 속에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거절할거다.

내가 어떤 상황이 받아들여져, 기꺼운마음으로 양보를 하더라도 내 마음에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어야 한다. 사람들로 부터 "저 사람 참 겸손하고 좋다 그런데 자기 입장도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내가 나를 봤을 때도 그렇게 봤으면 좋겠다. 길들어져야하지 않는 중심이 내 속에 있어 단단한 사람이 되고싶다. 다른 사람의 기분에 의해 휘둘려지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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