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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플랜 Feb 28. 2024

카페가 망했다(1)

카페 창업을 준비하다

2022년. 드디어 카페를 운영한지 5년이 되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자영업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게 되었는데 5년 안에 10곳 중 8곳이 폐업을 한단다. 나는 5년을 버텼다!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모 버틴 건 버틴 것이다. 나는 성공한 자영업자인가? 아니다. 왜냐하면 축하해야 할이시기에 나도 폐업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꿈도 없이 방황하던 20대를 끝내려고 많은 시도를 했었다. 수많은 강연회를 찾아가 들어보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도 많이 읽어보았다.     


‘아.. 뭐하지.. 뭘 해야 할까..’     


그런 수많은 시도 끝에 찾게 된 건 사업(장사)이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답답한 넥타이를 매고 하루 종일 앉아있는 건 내 성격이랑 맞지 않았고, 가게를 차릴 수 있는 남들보다 좀 더 나은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프로그래밍이 나한테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앉아서 컴퓨터로 일하는 방면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 2번째 문제다. 도대체 무슨 장사를 할 것인가? 그 때 문뜩 스쳐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물장사가 남는 장사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물로 하는 장사가 마진이 많이 남는 다는 얘기를 어디서 주워들었던 모양이다. 물로 장사하는 것 중 생각나는 것은 술, 아이스크림, 커피였다. 술은 못하는 탓에 술집을 차리는 건 생각할 것도 없이 아웃이었다. 이제 아이스크림집이냐 카페를 준비하느냐였다. 둘 중에 고민해봤는데 그래도 뭔가 커피향이 가득하고 여유 있게 신문을 펴고 읽으며 모닝커피를 마시는 로망이 떠오르는 카페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 날 바로 커피 학원을 등록했다.      




항상 시작이 가장 설렌다. 내 인생 첫 커피수업을 시작할 학원 문을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열자 안에는 진한 커피 향과 함께 벽에 각종 상과 인증서가 마치 벽지처럼 다닥다닥 도배 되어 있었다. 나는 학원에 진열되어있는 커피머신들과 각종 원두들을 살펴보다가 수업이 진행될 교실로 들어갔다.     


수업을 하는 교실에는 큰 칠판이 벽 한편에 있었고 카페에서 쓸 법한 큰 커피머신들이 여러 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쭈뼛쭈뼛 거리다가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나와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10명 정도로 나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부터 근육질 남성, 친근해 보이는 5살 정도 더 있어 보이는 여성, 창업을 준비하는 어머님까지 다양했다. 근데 그 중에 웬걸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A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는 혼란스러운 시기 유독 착한 친구가 있었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고 외모가 출중하지도 못나지도 않은 적당한 그녀는 굳은 일을 도맡아하고 친구들이 부탁한 것들을 잘 들어주는 친절한 친구였다. 나랑 친하지는 않았지만 여기 커피학원에서 만나게 되다니 뭔가 큰 연결고리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며 인사할 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희끗한 머리에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앞으로의 수업과정을 설명해주셨다. 그렇게 시작한 커피 수업은 너무 재미있었고 카페를 하기로 한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금방 피어오른 커피향이 좋았고 내 손으로 뽑아내는 황금색 에스프레소가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1시간이 1초 같았던 첫 수업이 끝났다.     


수업을 마치고 혼자 어색할 수도 있었던 첫 수업을 함께한 A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A는 부모님이 앞으로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카페창업을 도와드리기 위해 이 바리스타 수업을 듣는 다고 했다. 나와 같이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니 동료가 생겼다.     


A는 수업에도 가장 열정적이었고 수업 받는 학생 중 가장 빠르게 카페 아르바이트도 구해 일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으로 일자리를 구하는데 밍기적대고 있던 내 입장에서는 추진력 좋게 나아가는 A가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A는 고등학교 때랑 달라보였다. 항상 적당한 포지션에 머물러 있던 그녀는 커피를 배우는 학생 중에 단연 실력도 1등이었다. A와 과거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A는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A가 과거 친구들이 자신을 혹여나 싫어할까봐 부담스러운 부탁들도 거절하지 못했고 불평, 불만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이 다 부질없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속사정을 듣고 왜 그녀가 달라보이는지 알게 되었다.     


A와 나는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도 같이 따며 커피 박람회도 같이 다녔다. 그 후 꽤 시간이 지나고 카페를 준비하던 A의 부모님이 결국 카페창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A는 아쉽게도 바리스타를 그만두고 직장인이 되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겨 소식을 알 수 없지만 이제 남들이 생각하는 불편하면서 좋은 모습을 버리고 자신의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A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잘 나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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