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나무 장을 드디어!
우리 집엔 신혼 때부터 눈엣가시 같은 나무 수납장이 하나 있었다.
남편이 혼자 살던 6평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 작은 원룸에 싱글침대 하나, 건조기, 나무수납장, 플라스틱 4단 수납장,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지냈었다.
고양이도 한 마리 같이 살았다.
좁디좁은 집에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나무 수납장이 있었다.
그 수납장은 남편이 혼자 살 때 외국에 계신 시어머님께서 놀러 오셨다가 사주신 거였다.
값이 꽤 나가 보이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장이었다.
결혼한 지 5개월 후에 14평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신혼집이니까 마음에 드는 가구들을 사서 꾸며놓았다.
방 2개, 거실 하나 있는 집이었는데 보기 싫은 나무장은 남편 서재 구석에 놓아두었다.
혹시나 남편이 어머님이 사주신 거라 귀중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몰라 가지고 갔다.
그때는 미니멀라이프가 뭔지도 몰랐고 엄청난 맥시멀리스트였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가지고 갔다.
짐을 옮겨주시는 분들이 원룸인데 무슨 짐이 이렇게 많냐고 하셨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어서 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12년 동안 여러 번의 이사를 했다.
그때마다 내 마음에 들지도 않고 항상 눈에 밟히는 나무 수납장을 가지고 다녔다.
천으로 가려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놓는 것이 답이었다.
시어머님이 우리 집에 오신 건 신혼집에서 둘째 낳고 얼마 안 되어 한 번이다.
뭐가 무섭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가구를 늘 가지고 이사 다녔을까?
시어머님이 나중에 오셔서 찾으실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남편에게 원망을 들을까 봐?
이번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결심한 게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 내 에너지를 빼앗는 물건들은 모두 비우기로 했다.
좋아하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이사하기로 했다.
중고거래 앱에 저렴한 가격에 올려두었더니 여러 명이 거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얼른 꺼내어 그 위에 있던 물건들은 팬트리와 다른 장에 정리해 두었다.
비워도 전혀 상관없는 물건이었는데 뭐가 무서워서 12년이나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일까? ㅋㅋ
가지러 오신 분이 좋은 물건을 이렇게 저렴하게 내놓으시다니 감사하다고 했다.
’ 내가 물건을 보는 눈이 없는 걸까?‘
남편에게 나무 장 팔았다고 하니까
”그거 엄청 비싼 건데~? “
라고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원래 중고거래는 살 때 금액을 생각하면 안 돼~”
라고 답을 했다.
“엄마의 유품이 될 뻔한 물건이었네?”
라고 하길래
“그러게 유품 되기 전에 얼른 비워야지~~”
라고 답했다.
천만다행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유품이 되기 전에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비워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상상만으로 아찔하다.
아이들이 중고거래 할 때 따라 나와 쿨하게 나무 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고마웠어.~“
내가 늘 물건을 비울 때 ’ 안녕해주고 고맙다 ‘고 말하는 거라고 했더니 이제는 아이들이 알아서 잘한다.
솔직히 나는 고맙지 않았다?
속이 후련할 뿐이었다. ㅋㅋ
내 집인데 내가 사는 공간인데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로만 채워놓고 살고 싶다.
아마 미니멀라이프를 하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떤 물건은 보기만 해도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또 어떤 물건은 볼 때마다 에너지를 깎아먹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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