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족을 위해 집 가꿔주기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집 내놓은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없다. ‘집이 빨리 나가게 하려면 집을 깨끗하게 해 놓으면 된다’는 말을 들어 늘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며 살려고 한다. 집 보러 올 사람만을 위한 건 아니고 나와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 방학과 동시에 내 기준의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아이들이 아파 엄마 곁을 떠나려 하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명절을 앞두고 둘째 아이를 시작으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셋째, 그다음 날은 넷째까지. 모두 증세가 같았다. 요즘 한참 유행 중인 노로바이러스일까 염려하며 병원에 방문을 했지만 다행히 아니라고 한다. 막내가 아프고 나서는 집을 깨끗하게 정돈하기가 쉽지 않았다. 잘 때도 떨어지지 못하게 하고 낮잠 잘 때도 나가려 하면 깨서 운다.
결국 집은 초토화되었다. 미니멀라이프 하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돼지우리 그 자체였다. 아이들은 아프고 내가 움직이지 못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지럽혀진 집에서는 화와 짜증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걸 코로나 때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다. 아이들과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서 비우고 정리했다.
막내의 상태가 조금 나아지니 엄마를 놓아주었다. 바로 한 공간씩 정리해 나갔다.
먼저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를 닦아 식기세척기에 넣었다. 장염이라 소독을 해야 하기에 살균효과도 추가하고 고온건조까지 했다. 비워져 가는 싱크대를 보며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에 상쾌해졌다.
아이들이 격리했던 안방의 창문부터 열고 환기를 시켰다. 이불을 걷어내고 늘어놓은 장난감들을 장난감통에 넣어 정리했다. 바닥에 남아있는 모든 것들을 한 곳으로 쓸어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했다. 물걸레질까지 하고 소독제를 뿌렸다. 빈 바닥을 보니 더욱 개운해졌다.
청소와 정리의 힘을 또 한 번 경험했다. 이렇게 상쾌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맑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은 나와 막둥이가 잤던 방의 블라인드를 올리고 이불을 개고 베개를 털었다.
바닥 먼지들을 쓸어내고 물걸레질과 소독제까지 뿌렸다. 빈 바닥을 볼 때 묘한 쾌감이 든다.
거실은 식탁 위의 물건부터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식기들은 설거지하기 전에 다 치워두었기에 다른 물건들의 자리만 찾아주면 되었다. 행주로 닦아내고 역시 소독제를 뿌렸다.
화병의 물을 갈아주고 가운데 자리 잡아 주었다.
드디어 꽃과 어울리는 집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거실 바닥의 물건들도 모두 쓰레기통 앞으로 쓸고 제자리에 둘 물건들을 옮기고 먼지와 쓰레기는 빗자루로 쓸어 담아 버렸다.
물걸레에 소독액을 담아 뿌리며 닦아냈다.
단지 어지러웠던 집을 정리했을 뿐인데 그동안의 모든 스트레스들이 다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청소하고 깨끗한 집과 마주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나를 대접해 주는 느낌이랄까?’
청소하며 몸을 움직였기에 ‘몸이 가벼워져서일까?’ 어지러운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아이들에게 더 친절해지기도 한다.
이 맛에 정리하고 청소하나 보다.
청소 후 단정한 집을 바라보면 나와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힘들지만 매일 시간을 내어 내가 사는 공간을 가꿔주며 살아갈 때 화목함 또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