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집의 모습
'이 놈의 집구석. 왜 이렇게 정신없는 거야. 다 갖다 버리고 싶어.'
이런 마음으로 지내던 결혼 11년 차. 4남매의 엄마이자 전업주부다. 집에 있으면 한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집에서 어느 한 곳도 내가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물건이 많아도 너무 많아 거실을 지나갈 때 물건들이 발에 차였다.
미니멀라이프 실천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이제는 집에 있어도 마음이 편해졌다. 미니멀라이프 시작 전에는 등원시키고 해야 할 집안일들을 뒤로하고 '카페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요즘엔 집에서 잔잔한 음악을 켜두고 차 한 잔 마시며 식탁에 앉는다. 창 밖에 보이는 나무들과 하늘뷰를 감탄하며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집중력도 생겨 뭔가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지 물건만 비우고 정리했을 뿐인데 여백이 주는 평온함과 주어진 여유시간에 나를 돌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 조금씩 하게 되었고, 그 일들을 꾸준히 하다 보니 성취감도 생겼다. 넷째를 낳고 불현듯 찾아온 마음의 병도 치유되었다.
엄마라면 누구나 '내가 지금 뭐 하고 사는 건가?' 라며 고민할 때가 있을 것이다.
엄마가 된 지 10년이 다 되어갈 때 느낀 감정이다. 특히 전업주부라면 더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내가 사는 공간을 다스리지 못해 마음의 병을 얻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이해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게 되었다.
집의 의미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나와 가족이 생활하는 안락한 공간을 꿈꾸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상상하던 집의 모습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아이들과 살을 맞대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고 아이가 많아 북적북적하지만 마음만은 여유롭게 마무리하는 하루.
물건을 비우고 정리한 후 맞이하게 된 일상이다. 그 전의 삶은 소위 전쟁을 방불케 했다. 매일 치워도 치워도 끝없는 늪에 빠진 기분이라고나 할까? 생각해 보면 다 내가 들이고 정리하지 못해 처하게 된 상황이었다. 조금만 의식하고 물건들을 시간을 내어 정리했더라면 그런 마음의 병은 얻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매일 비우는 연습들을 하고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두는 일들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게 되어서 참 감사하다.
아이 넷이나 키우는데 무슨 집정리냐며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핑계를 댔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집 정리가 안 되어서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많던 물건들을 줄였더니 시간이 생겼다.
집에서 쉬기도 하고 약속이 있지 않는 한 나가지 않고 싶어질 정도가 되었다.
노후주택이라 예쁘지도 않고 수리해야 할 곳들을 보며 불평이 나올 수도 있지만 집순이가 되어가는 내 모습을 보면 가끔 놀라기도 한다. 그만큼 집에 있는 게 편해졌기 때문이다.
비우고 정리한 후 찾아온 변화들이 많은데 가장 놀라운 건 집을 싫어하던 4남매 엄마가 집순이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지금도 집에 있으면 한숨부터 나오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전업주부들에게 꼭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보시라고 권면하고 싶다. 전업주부도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집에서 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