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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Mar 22. 2024

4남매 단독 육아에 필요한 미니멀라이프

꿈꿔오던 집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미니멀라이프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직으로 인해 이사를 가야 한다. 거리가 꽤 돼서 출퇴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서 맘대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집을 내놓은 지 네 달이 되어가는데 집이 나가질 않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은 방을 얻어 나가서 따로 지내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주말부부로 지내게 되었고 4남매 육아는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았다. 이미 코로나 때 6개월 이상 혼자 돌본 경험이 있어서 지금 필요한 것이 뭔지 잘 안다. 지금 필요한 건 더욱더 미니멀한 집이다.

집에 물건이 많이 없어야 아이들과의 사이도 좋아지고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결혼 전에는 저녁 식사 후 가족들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과일 먹는 풍경을 상상했다. 아이를 넷이나 낳고 보니 그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저녁 먹고 나면 쌓인 집안일을 하기에 바빴다. 정리한다고 열심히 움직여도 정리 안 되는 집을 놔두고 아이들을 한 명씩 씻기고 나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한바탕 안 잔다고 더 놀겠다고 떼를 부리는 아이들과 씨름을 했다. 간신히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아이들이 어지럽혀 놓은 장난감을 또 정리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후에는 저녁 먹고 나면 바로 주방 마감이라는 걸 한다. 시간을 정해두고 무조건 그 시간 전까지 주방 일을 마치는 것이다. 7시로 정했다.


주방 마감

주방 마감을 한 후 아이들을 씻긴다. 이제 큰 아이들은 혼자 씻을 수 있게 되어 셋째, 넷째만 씻기면 되어 시간이 더 줄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하며 정리할 물건들을 많이 줄여서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상상해 오던 집의 모습에 가까워져 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비록 예쁜 잠옷을 입고 책 읽고 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고 종이접기 하며 안 된다고 접어달라고 울고불고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현실이긴 하다. 그래도 이렇게 개학하고 바빠진 아이들과 저녁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미니멀라이프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더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마음을 많이 돌봐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과 함께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각자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어떤 일이 즐거웠는지 어떤 일이 감사했는지 나눈다. 아직 말을 잘하지 못하는 넷째는 패스하고 셋째까지 쫑알쫑알 이야기 꽃을 피운다. 요즘 기록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중이라 노트 한 권에 아이들이 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노후주택 안방


단지 물건을 비웠을 뿐인데 얻게 되는 유익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물건을 비워내니 아이들과 눈 마주치는 시간을 더 갖게 되고 살을 맞대고 놀 수 있는 시간을 채우게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게 해 준 미니멀라이프하길 참 잘했다.

아이들 아빠와 함께 하지 못하는 건 참 아쉽지만 말이다. 얼른 이사가게 되어 남편과 함께 상상해 오던 집의 모습을 이뤄가고 싶다. 그날을 생생하게 그려보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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