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 사남매맘 May 10. 2024

'공간'이라는 선물을 하고 싶다.

미니멀라이프 2년 차 4남매맘 남의 집 정리를 시작하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지 2년 차가 되었다. 매일 비우고 정리하는 삶의 연속이다.

4남매와 함께 지내며 집안일로 허덕이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넘쳐나는 물건들 속에서 아이들과 눈 마주칠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8년의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코로나와 함께 집에서 네 아이를 가정보육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와 가족이 지내야 하는 공간이 집인데 물건에게 점령당한 느낌이 드는 집에서 얹혀사는 기분마저 들었다.

코로나 감염이 염려되어 아이들과 바깥 놀이도 잘 못하던 때라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어떤 날은 너무 지쳐 울기도 했다. 아이들을 간신히 재워놓고 아이들이 어지럽혀 놓은 장난감을 또 정리하며 쉬지 못하는 내가 불쌍하기까지 했다.

도저히 이렇게 살다가는 아이들에게도 너그러운 엄마가 되기 어렵고 나 자신에게도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넷째가 19개월이 되었을 때 이미 코로나 감염도 되었겠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몇 년 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그 작은 생활..

베란다 세 개와 거실이며 방 곳곳에 켜켜이 쌓여있는 물건들을 이제는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을 학교와 원에 보내고 바로 작은 곳 한 곳부터 물건을 다 꺼내고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비우고 닦아주고 제자리 찾아주는 일을 몇 개월간 반복했다.

물건을 버린다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져 누구에게 받은 물건들, 사놓고 사용하지 못한 물건들을 이고 지고 지냈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했기에 그 물건들을 과감하게 처분했다.

중고판매로 기부로 비워내기도 하고 나누기도 민망한 물건들은 75리터 쓰레기봉투에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점점 빈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록 19평의 작은 집이었지만 4남매가 뛰어놀 수 있는 거실이 생겨났다.

엄마의 욕심으로 채워둔 아이들이 읽지도 않는 많은 책과 책장으로 답답했던 거실에 환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공간'이라는 선물을 하게 되었다.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엄마와 뒹굴거리며 몸으로 놀 수 있는 공간.

아마 코로나 때여서 그토록 더 그 '공간'이라는 선물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나와 가족이 온전히 쉴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

공간을 선물 받은 나와 가족은 이전보다는 조금 더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물건을 치우라고 정리하라고 얼굴을 붉히는 횟수가 줄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많을수록 필요한 물건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의외로 물건이 많지 않을 때 아이들은 오히려 창의적으로 논다. 집이라는 공간은 불필요한 물건은 줄여가고 아이들 웃음소리로 채워갈 때 비로소 집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가족에게 '공간'을 선물해 보기 위해 비우고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런 의미로 이제는 집안일과 물건으로 지쳐 힘든 엄마들에게 찾아가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번에 찾아간 집은 16평에서 7인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물건들에 압도당했다. 예전의 우리 집을 보는 것 같아 놀랐다.

그야말로 물건에 얹혀사는 것 같은 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운데 식탁의자에 7개월 된 아기가 앉아 있었다. 우리 넷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

주방과 거실, 방과 화장실, 작은 베란다까지 짐으로 가득했다.

정리 전 후(설거지를 중간에 마쳐서 건조중)


4남매 키우며 여동생까지 함께 살고 있는 집이라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저 매일매일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만으로도 벅찼을 것이다.


일단 한 번 둘러본 후에 주방에 있는 짐들을 먼저 다 꺼냈다.

꺼내서 놓을 자리도 부족했지만 꺼내고 빈 상태를 확인했다.

물걸레질을 한 번 하고 동선에 맞게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정수기 위쪽으로 텀블러와 컵들을 놓아두었다.

그 옆으로는 차와 커피류들을 놓아두었고, 건강식품도 놓아두었다.

냄비 놓을 자리의 칸의 높이를 다시 맞췄다.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 불필요한 물건들, 여태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 너무 낡거나 오래된 물건들을 비워내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에어프라이어의 자리도 가스레인지 바로 옆이라 위험할 것 같아 바꿔주었다.

주방 정리를 얼추 마친 후 아이들의 옷을 정리했다.

4남매의 옷이니 얼마나 많을까..

정리 전 옷장과 비워낸 옷들

우리 집도 그랬기 때문에 느낌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보풀나고 불편하고 작아지고 입을 것 같지 않은 옷들을 빠르게 비워냈다.

지속적인 비움과 정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과연 혼자 유지하며 할 수 있을지가 염려되었다.

최근에 유*브 채널 중에 정리와 청소를 봉사로 해주시는 분께 대신 신청해 드렸다.

다행히 신청 접수가 잘 되어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정리를 통해 새롭게 얻은 '공간'에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힘든 엄마들에게 공간을 선물하고 싶은 4남매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