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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Jun 05. 2024

남의 집 정리를 통해 알게 된 정리 안 된 집 특징

미니멀라이프 2년 차 4남매맘이 남의 집 정리하는 이유

미니멀라이프 실천 2년 차. 5개월째 주말부부로 지내며 4남매를 혼자 양육하고 있다.

지칠 만도 한데 비우고 정리하는 일을 하며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정리의 힘’을 알리고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면 비울수록 행복해지는 것’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SNS에 혼자 정리하기 힘드신 분들께 찾아가서 함께 도와드리겠다는 공지글을 올렸다. 몇몇 분이 신청해 주셔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서 비움과 정리 방법들을 가르쳐드리고 함께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쓰레기 집’에 사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우울과 무기력 등으로 인해 배달음식 시켜 먹고 쓰레기를 방치하고 정리하지 않고 쌓아둔다고 한다.

‘방의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저 나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에 따라 우리 집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은 매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찾아간 집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마음의 상처가 있고 그럴만한 상황들이 있었다.

비운 물건들

정리되지 않은 집들의 특징을 몇 가지 발견했다.

일단 집의 크기에 비해 물건이 한없이 많았다. 베란다 구석구석에도 물건들이 가득 채워져 창문을 가려 환기와 채광에 어려움이 있었다.  택배 상자 그대로 층층이 쌓여 있기도 했다.

물건 중에 약이 많았다. 약은 그냥 버리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어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해 둔 집이 많았다. 바닥에 먼지도 많아 비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물건의 제자리가 없어 가구 위에 수납하려고 사놓은 수납용품들이 올려져 있거나, 식탁 위에 식재료 말고 뜯지도 않은 상자나 장 보고 와서 올려둔 봉투들이 있었다.

같은 종류의 물건들의 개수가 많았다. 대용량 구매를 하거나 있는지 모르고 또 구매한 물건들이었다.

빈 벽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든 벽에 가구가 테트리스하듯 놓여 있었고 가구 안에도 물건들이 가득했다.

몇 년 전에 정리수납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셨다고 부끄러운 미소와 함께 고백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리업체에서 정리를 다 해주고 가셔서 나중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때만 깨끗하고 유지되지 않아 다시 이렇게 어지럽혀졌다고 하셨다.

아무리 큰돈을 투자해도 바뀌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정리 ‘습관’이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남편과 자주 싸운다고 하신 분들도 많았다. 남편이 집에 와서 쉬고 싶은데 쉴 곳이 없어 답답해한다고 하셨다.


아이가 어린 집이 많았는데 나 역시도 아이들 어릴 때 장난감이 많으면 내가 더 편해지고 아이들도 행복할 줄 알았다. 오히려 그 장난감들이 독이 되어 나를 힘들게 했다.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고 어지럽혀 놓은 장난감들을 치울 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 어릴 때는 최소한의 장난감만 두고 몸으로 놀아주거나 바깥 놀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은 듯하다. 


쓰레기 집인데 괜찮냐고 문의하신 분이 계신데 그 집은 말 그대로 쓰레기와 물건들이 이곳저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빨래통에는 빨래가 산처럼 쌓여있었고 침대며 식탁, 의자 위 모든 가구 위에 물건이 가득했다.

남편분 소원이 식탁에서 밥 먹어보는 거라고 하셔서 다른 곳보다 먼저 식탁과 의자 위아래의 물건들을 비우고 먼지를 닦아냈다. 그곳에서 신청자 분과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후에 매일 식탁에서 식사하고 계신다는 후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했다.

함께 비우고 정리하며 공간을 만들어 드리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 도전,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이 일이 뿌듯하다.

뭐 그렇게 집을 쓸고 닦고 남의 집까지 가서 정리해 주고 오냐고 물어오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매일의 작은 정리습관들이 가정의 평화도 지켜줄 수 있다고 말이다.

절대 집안일이 하찮은 일이 아니고 주부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전하고 싶다.

나와 가족을 담는 그릇인 집을 가꾸고 정리하는 일이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일임을 말이다.



노후주택도 예뻐보이게 하는 정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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