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2년 차 4남매맘 남의 집 정리를 시작하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지 2년 차가 되었다. 매일 비우고 정리하는 삶의 연속이다.
4남매와 함께 지내며 집안일로 허덕이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넘쳐나는 물건들 속에서 아이들과 눈 마주칠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8년의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코로나와 함께 집에서 네 아이를 가정보육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와 가족이 지내야 하는 공간이 집인데 물건에게 점령당한 느낌이 드는 집에서 얹혀사는 기분마저 들었다.
코로나 감염이 염려되어 아이들과 바깥 놀이도 잘 못하던 때라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어떤 날은 너무 지쳐 울기도 했다. 아이들을 간신히 재워놓고 아이들이 어지럽혀 놓은 장난감을 또 정리하며 쉬지 못하는 내가 불쌍하기까지 했다.
도저히 이렇게 살다가는 아이들에게도 너그러운 엄마가 되기 어렵고 나 자신에게도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넷째가 19개월이 되었을 때 이미 코로나 감염도 되었겠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몇 년 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그 작은 생활..
베란다 세 개와 거실이며 방 곳곳에 켜켜이 쌓여있는 물건들을 이제는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을 학교와 원에 보내고 바로 작은 곳 한 곳부터 물건을 다 꺼내고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비우고 닦아주고 제자리 찾아주는 일을 몇 개월간 반복했다.
물건을 버린다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져 누구에게 받은 물건들, 사놓고 사용하지 못한 물건들을 이고 지고 지냈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했기에 그 물건들을 과감하게 처분했다.
중고판매로 기부로 비워내기도 하고 나누기도 민망한 물건들은 75리터 쓰레기봉투에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점점 빈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록 19평의 작은 집이었지만 4남매가 뛰어놀 수 있는 거실이 생겨났다.
엄마의 욕심으로 채워둔 아이들이 읽지도 않는 많은 책과 책장으로 답답했던 거실에 환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공간'이라는 선물을 하게 되었다.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엄마와 뒹굴거리며 몸으로 놀 수 있는 공간.
아마 코로나 때여서 그토록 더 그 '공간'이라는 선물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나와 가족이 온전히 쉴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
공간을 선물 받은 나와 가족은 이전보다는 조금 더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물건을 치우라고 정리하라고 얼굴을 붉히는 횟수가 줄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많을수록 필요한 물건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의외로 물건이 많지 않을 때 아이들은 오히려 창의적으로 논다. 집이라는 공간은 불필요한 물건은 줄여가고 아이들 웃음소리로 채워갈 때 비로소 집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가족에게 '공간'을 선물해 보기 위해 비우고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런 의미로 이제는 집안일과 물건으로 지쳐 힘든 엄마들에게 찾아가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번에 찾아간 집은 16평에서 7인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물건들에 압도당했다. 예전의 우리 집을 보는 것 같아 놀랐다.
그야말로 물건에 얹혀사는 것 같은 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운데 식탁의자에 7개월 된 아기가 앉아 있었다. 우리 넷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
주방과 거실, 방과 화장실, 작은 베란다까지 짐으로 가득했다.
4남매 키우며 여동생까지 함께 살고 있는 집이라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저 매일매일 아이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만으로도 벅찼을 것이다.
일단 한 번 둘러본 후에 주방에 있는 짐들을 먼저 다 꺼냈다.
꺼내서 놓을 자리도 부족했지만 꺼내고 빈 상태를 확인했다.
물걸레질을 한 번 하고 동선에 맞게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정수기 위쪽으로 텀블러와 컵들을 놓아두었다.
그 옆으로는 차와 커피류들을 놓아두었고, 건강식품도 놓아두었다.
냄비 놓을 자리의 칸의 높이를 다시 맞췄다.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 불필요한 물건들, 여태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 너무 낡거나 오래된 물건들을 비워내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에어프라이어의 자리도 가스레인지 바로 옆이라 위험할 것 같아 바꿔주었다.
주방 정리를 얼추 마친 후 아이들의 옷을 정리했다.
4남매의 옷이니 얼마나 많을까..
우리 집도 그랬기 때문에 느낌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보풀나고 불편하고 작아지고 입을 것 같지 않은 옷들을 빠르게 비워냈다.
지속적인 비움과 정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과연 혼자 유지하며 할 수 있을지가 염려되었다.
최근에 유*브 채널 중에 정리와 청소를 봉사로 해주시는 분께 대신 신청해 드렸다.
다행히 신청 접수가 잘 되어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정리를 통해 새롭게 얻은 '공간'에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