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적인 공간에 쓴 나의 일기다.
있잖아, 코코넛 긁어먹어 본 적 있어?
호로록 과즙을 마신 다음에 숟가락으로 살살 긁으면 과육이 떠지거든,
그거 한 톨도 안 남기고 다 먹겠다고, 박박 긁으면 나중에 나무껍질 같은 게 긁혀 나와.
교육부가. 그 숟가락 같을 때가 있어.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박박 긁어먹고 숟가락을 탁! 하고 내려놓는 거지.
나는 과즙과 과육을 모두 털린 채 일과를 마치고.
절대 월급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야. 월급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고
네시 반 퇴근이라고 부럽다고들 하지만
집에 갈 때쯤엔 동료들 눈에 초점이 없어. 멍 한 거야. 그냥 귀소 본능으로 집에 자동 도착해.
사진의 저 아저씨는 머리에 수건까지 이고 본업으로 돌아오라고 외치는데.
난 부업만 하는데도 과즙 과육 탈탈 털리니, 본업은커녕, 곧 코코넛 바가지로 사용해도 될 듯.
'본래의 할 일'이 뭘까
재가 되기 전에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코넛 바가지가 되는 일 말고.
코코넛 바가지는 브런치에 들어와 고뇌에 빠진다.
글을 쓰는 것에 온 힘을 다해도 모자를 판국에, 일터에서 일을 하고, 집에 와서는 밥을 하고, 또 아내역할을 하고. 오직 글을 쓰는 데에만 정진해도 한발 나아가기 어려운데 말이다.
그래도 글 쓰는 게 좋다고, 글쟁이가 되겠다고 남은 시간에 또 바락바락 밧줄을 붙잡고 있는 내 처지가 딱하다. 마른세수를 연거푸하고 커서 앞에 앉아있는 꼴이라니.
사실 그대들과 고민하고 싶었다.
일인다역의 연극을 소화하며, 과연 재가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일인다역의 연극을 하다가 내가 산산이 부서지지는 않을지.
혹여 살아남은 당신은 행복하고 온전한지.
비단 생업과 본업 속에서 갈등하는 자는 나뿐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와 당신이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