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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레쌤 Oct 20. 2022

영어 1등급이 나오기는 하는데.. 불안해요

- 90점의 문턱 그 언저리에서 -

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학원 분위기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묘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목표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수시 지원을 안정적으로 해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공부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내년을 기약하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중 누군가는 나에게 상담 요청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익숙하게 학생을 데리고 상담실에 가서 문을 닫고 책상에 앉아서 학생을 바라보면서

“무슨 일 때문이니? 공부하기 많이 힘들구나 에고..”라고 인사를 건네며 토닥여본다.


그러면 꽤 많은 수의 학생들이 10초 이내에 눈물을 글썽이곤 한다.



이렇게 눈물을 보이는 학생들의 성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4등급 이하의 노베이스와 1등급과 2등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애매한 상위권 학생들이다.


4등급 이하의 눈물을 보이는 학생들 대부분은 수능이 처음인 고3 학생들이 많다.


대학이라는 벽을 넘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한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이야기

집에서 재수는 절대 안 시켜준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왜 이렇게 될 때까지 공부를 안 했는지 후회가 된다는 이야기


여러 이야기들의 종착지는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다독여주며 

현실적인 향후 계획을 상의하며 마무리하는 것이다.


문법 질문처럼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상담이 아니기에 공감이 더 필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1등급과 2등급 사이를 줄타기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의 질문은 거의 한결같다.


영어 1등급이 나오기는 하는데요.. 좀 불안해요

이 경우에는 학생의 성격, 학습방법 등을 이야기하다 보면 답을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이 등급대에 학생들은 90점이 넘는 1등급의 짜릿한 맛을 몇 번씩은 누려봤지만 90점을 턱걸이로 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공부해서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가게 되었을 때 확실하게 한 번에 95점 정도가 나와주면 좋겠다는 게 학생들의 바람이지만 현실은 90점 91점이라는 벽을 먼저 만나게 된다.


공부라는 녀석은 위로 올라갈수록 큰 점프가 힘들고 1점이 소중하고 간절해지는 녀석이라서 ‘안정적’이라는 단어를  쉽게 허용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 문제만 더 틀리면 88점 혹은 89점이 나오기 때문에 다음 모의고사를 볼 때는 자신감보다는 떨리는 감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혹시 운이 좋아서 91점이 나온 것은 아닐지, 

시험이 쉬운 시험이라서 1등급이 나온 것은 아닐지 등과 같은 생각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1등급을 달성할 때까지는 단어 암기, 문법 공부, 구문 독해, 유형별 풀이 등을 하나씩 완수해가며 무언가 할 공부가 있었지만 90점이 조금씩 넘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책상에 앉아도 딱히 무언가 정복할 건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도 생긴다.


단어도 문법도 독해도 문제풀이도 많은 문제집과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수 차례 반복했기 때문에 딱히 모르는 게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극복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점검할 것은 기술적 접근이다.


기술적 접근이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스킬을 말한다.

어디만 읽으면 답이 보인다는 류의 스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푸는 스킬은 이미 90점의 문턱까지 올라오면서 학생별로 자신만의 근거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등급까지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이 익히지 못한 스킬은 시험을 보는 디테일에 관한 것이다.



1) 듣기를 하며 풀 독해 문제 정하기


영어 과목의 경우는 듣기와 독해 부분으로 크게 구분을 할 수 있는 시험이다.

17문제의 듣기 영역은 문제 간의 공백 시간이 4초 내외 정도라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생각보다 여유를 가지고 독해 영역의 문제들을 훑어보거나 풀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듣기를 하면서 자신이 어떤 유형의 독해 문제들을 풀 수 있는지, 듣기를 틀리지 않으면서 최대 몇 문제나 풀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꾸준히 쌓아온 공부라는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듣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어떤 유형의 독해 문제를 몇 문제나 풀지를 확실히 정해놓고 수능에 임하면 그날의 컨디션이나 감정 기복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시험 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


2) 독해 문제를 푸는 순서 정하기


약 20분가량의 듣기가 끝나면 남은 50분 미만의 시간은 남은 독해 문제들을 푸는 것이다.

독해 문제는 유형별로 난이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문제 푸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 좋다.


쉬운 난이도부터 어려운 난이도 순으로 푸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지만 성향에 따라서 번호 순서대로 푸는 것이 더 잘 맞는 학생도 있고 좋아하는 유형들 먼저 풀고 싫어하는 유형을 제일 마지막에 푸는 것이 맞는 학생들도 있다.


각종 공부 관련 커뮤니티에 수능 문제 풀이 순서 등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기 때문에 결국엔 스스로 테스트해보면서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3) 시간대 별로 풀어야 할 문제 정하기


듣기+독해 문제 풀기와 문제를 푸는 순서도 정했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시간 분배다.

영어 듣기가 끝나면 약 1시 30분 정도가 된다.

그럼 이때부터 40분이 되기 전까지 28번 문제까지 완료를 하고 50분이 되기 전까지 장문 독해 유형인 41~45번까지 풀겠다는 식으로 시간대 별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해야 한다.


자신만의 시험 시간표를 만드는 것이다.

시험 시간표가 있다면 컨디션이나 감정 기복에 휩쓸리는 것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1점이 소중한 90점의 학생들에게 시험 점수별 편차가 적게 나오는 것만큼 안심을 주는 것은 없다.


나만의 시간표를 만들고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수능 전까지 모의고사를 풀며 예리하게 감각의 날을 다듬는 스킬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로 점검해야 할 것은 기본기이다.


치열하게 점수를 끌어올려 90점의 문턱까지 올라온 학생들이 매일 같이 하는 것은 대부분 모의고사를 풀고 오답 체크를 하는 것이다.


실전 감각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보니 의외로 기본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단어 암기를 놓치고 있다면 적어도 모의고사를 보면서 몰랐던 단어 정도는 암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단어는 다다익선이고 어휘력은 결국 단어 암기하는 작은 습관이 모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재료의 이름과 특징을 모르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문제만 푸느라 문법 공부를 안 하고 있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조금의 시간을 할애해서 문법 내용들을 복습하고 나만의 노트에 단권화하며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1문제가 출제되는 문법을 위해서가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독해 실력을 위해서다.

요리사들이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요리에 쓸 재료들을 꺼내 손질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문제만 푸느라 한 문장 단위의 구문 독해를 안 하고 있다면 적어도 모의고사를 풀고 나서 어려웠던 문장들을 다시 확인해서 천천히 분석하며 구문 독해를 연습해줄 필요가 있다.

영어를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의 시작과 끝이 결국은 한 문장 단위의 문장을 분석하는 구문 독해 연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요리사들이 눈을 감고도 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해온 썰기와 베기라는 기본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과 같은 원리이다.




90점의 문턱까지 올라온 학생들의 노력과 성취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꾸준히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경지이다.

더 이상 지식적인 부분에서 모르는 것이 있는 상태가 아니다.

다만 90점이라는 문을 열기만 했지 그 후에 뭘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제 치밀하고 섬세하게 감각의 날을 다듬는 것만 남았다.

조금만 힘을 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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