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활의 첫 단추, 어디에 머무를까.

한인 민박 NO! 현지인 민박 YES!

by 이심

외국의 첫 주거지는 외국살이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영어는 물론, 정말 아무런 준비나 정보 없이 급하게 가게 된 영국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첫 단추를 제법 잘 끼웠던 것 같아요.

1.png <영국, 에딘버러 홈스테이 했던 스페인+이탈리아 부부 집 앞>

일단 외국에 도착하면, 집이 '짜잔~' 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단기 하숙을 하던지, 호텔에서 지내던지 해야합니다.


저와 남편은 당시 호텔이 아닌 하숙을 선택했어요. 홈스테이인거죠.

호텔이 너무 비싸단 이유가 첫번째였고,

두번째 이유는, 현지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이었어요.


근데 이 때, 한인이나 영국의 토박이들이 하는 홈스테이집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저는 '영국에 가는데 당연히 영국인이 하는 홈스테이 집을 가야지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남편과 이야기 해보며, 현지에서 태어나서 자란 현지인들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의 정착에 관해서는 오히려 정보가 약할 수 도 있을거라고 판단했지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영국에 정착한 지 10년쯤 된 '이탈리아 남자 + 스페인 여자 부부'의 집에서 3주간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어요.

모두 10년 쯤 영국에서 지낸 사람들이지만, 결혼 한지는 4년 정도 된, 당시 아이는 없는 신혼부부였지요.


만약 저희가 외국살이의 첫 출발을 이 집에서 하지 않고, 한국인 민박집이나 호텔에서 했다면,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한인 교회, 한인회, 그렇게 한국 사람들과 몇 년을 보냈을거라 생각해요.

아마 외국인 친구를 만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저희가 만난 이탈리안, 스페인 부부는 본인들이 영국에 정착할 때의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갖가지 방법으로 저희를 도와줬어요.



그들이 제 인생 첫번째 서양인 친구 입니다.

물론 스페인 악센트가 엄청 강해서 안그래도 안들리는 영어에 첫 날부터 언어장벽을 실감했지요.

그 친구들이 집을 소개해주는데 주방 뒷쪽에 작은 문을 가리키며, "There is a GARDEN" 이라고 하는데 'GARDEN' 을 못알아 들어서 'Sorry?' 를 5번은 말한 것 같아요. 계속 가르뎅 가르뎅 가르뎅, There is a GA르den! 이라고, '르' 발음을 너무나 '르르르르~~~' 하고 굴려서, 가든일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땐 sorry, pardon 도 떨린 마음으로 겨우하던 첫 날 이라 스펠링이 뭐냐는 한마디를 못하고 결국 그냥 웃으며 넘어갔어요.

다음날 밝은 낮에 그 문을 열어보고 넓은 정원을 보고 깨달았어요. '가르뎅'이 가든이었구나 하고.



홈스테이 집에 3주간 머무르면서, 저희 부부는 2년간 살 집을 보러 다녔어요.


근데 집을 계약하려니, 에이전시에서 우리의 신원을 보증할 은행 계좌를 열고 오라며 계약을 안해주고, 은행에 갔더니 계좌 오픈을 위해선 우리의 신원을 보증할 집 계약서(단순 여행자인지, 실제 거주자인지 구별을 위해) 를 가져오라며 계좌 안열어주고.

더 화가나는건 일본인이나 유럽인은 그런게 필요없더라구요.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치를 실감하며 슬프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고 그냥 어이가 없었습니다.


홈스테이 집으로 와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홈스테이 친구들이 '신분 보증인'이 있으면 된다며 보증인에 자기들 주소와 이름 써서 내라고 알려주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수월하게 계좌 개설하고, 집 계약하였어요. (말이 '수월'이지, 한국 은행 같은 초고속 시스템이 절대 아닙니다. 몇날 며칠을 기다려야 합니다.)


휴대폰을 개설할때 도, 어떤 회사의 폰이 외국인에게 쉽게 개설해주는지 홈스테이 호스트 친구들이 알려줬어요.



아마 영국인들이었다면, 이방인들의 이런 자잘한 어려움들은 전혀 알지 못했을거에요.

그 친구들은 영국인과 같은 유럽인이긴 해도 어쨋든 영국인이 아닌 이방인이기에

이런 불편한 점들을 그래도 좀 알고 저희를 많이 도와줄 수 있었어요.


사실 이런 점은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에요.

혹은, 에이전시에 수수료만 지불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 현지인과 말을 한 마디라도 더 영어로 할 기회를 기대하기는 어렵죠.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 내가 직접 부딪혀서 얻어낸 결과에 대한 성취감은 말할것도 없고요.


10년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 스페인 여자친구는 저의 최고 절친 중 하나에요.

친구라고 썼지만 저보다 7살이 많은데, 정말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 친구를 통해 느끼고 배웁니다.

이런 사람이 제 친구라는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 친구들과 알게된지 1년이 채 안되었을 때

이 여자친구의 고향인 스페인으로, 2주간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스페인 중남부 시골의 작은 마을인데, 아버지가 아직도 살고 계신 그 친구 집에서 지내고 왔지요.


다음화엔 스페인 친구와 함께 한 스페인 여행이야기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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