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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

by 대마왕

그 해에는 아무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그 해에는 허투루 집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 해에는 서로 농을 주고받지도 가무를 즐기지도 않았다

아이들도 고개를 떨구고

지천에 핀 노란 꽃을 망초라 부르는 것도 속이 안풀려 개망초라 불렀다


학생들은 통곡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관청의 관원은 일손을 놓았다

양반도 상놈도 모두 얼굴을 굳히고

분노는 바람되어 길 옆으로 구르고 이 날을 목놓아 통곡했다


빛을 되찿을 때 까지 그 해는 그렇게 을씨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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