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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우주를 담았다

by 대마왕

김치


땅 위로 자란 배추의 잎으로 태양과 바람과 양기를 담고

바다에 녹아있던 소금으로 양기를 중화하고

땅 속에서 온기와 냉기와 물의 철학을 품은 무의 음기를 담아

빠알갛게 물들은 고추의 매운 세상의 정기를 버무리고

바다를 휘휘 돌던 생선을 묵혀 시간을 담은 젓갈을 더해

상생의 발효가 만들어내는 우주의 조화

그것이 김치다


혼자 내는 순결한 맛도 싱그럽지만

인생 어찌 싱그럽게만 살 수 있으랴

잘 버무려 시간의 함수로 삭힌 그 맛도 깔쌈하지 아니한가?

묵은지 펼친밥상에 개똥철학 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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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