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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 Oct 10. 2023

MZ세대, “우리는 매일 놀이공원에 간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MZ세대는 어릴 적 부모와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면서 놀이를 즐겼던 세대이다. MZ세대의 부모인 현재 50대는 과거 그들의 부모와는 달리 자녀들을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에 맞물려 대형 놀이공원 문화가 급성장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면서 놀았던 기억은 MZ세대가 이후 성장해서도 자신들의 놀이를 위해 기꺼이 줄을 서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심리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기억에도 공부방을 운영할 할 때,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놀이공원에 가거나 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부모와 함께 가기로 약속한 날부터 가는 당일까지 매일 남은 날을 세면서 기다렸다. 어쩌면 이들은 놀이공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마음속에서 하루하루 날을 세면서 시간의 줄을 섰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지금은 20대인 딸과 아들이 어렸을 때, 놀이공원을 자주 데리고 갔다. 아이들이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탈 수 있도록 힘들어도 장시간 함께 줄을 서곤 했다.


게다가 놀이공원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진 촬영이다.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들과 즐거운 체험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기록하였다.


놀이공원에서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대기 시간이 길다. 놀이기구의 인기와 대기 시간은 비례한다. 하지만 30분에서 1시간 이상 줄을 서도 체험시간은 5분 정도도 극히 짧다.  그 5분의 체험을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긴 시간 줄을 선다.  


요즘은 이런 긴 줄을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 등 흔히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라는 곳에 가면 놀이 공원처럼 줄을 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 또는 먹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곳에서는 굳이 물건을 사기 위함도 아닌데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브랜드의 주력이 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단순 볼거리를 넘어선 체험 공간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MZ세대에게 이런 공간은 소비만을 위한 공간도 아니고, 단순 체험 공간도 아닌 놀이 공간이라고 해야 요즘의 현상이 설명되는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매장 앞 긴 줄을 보고 놀이공원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리라.     


최근 딸과 함께 요즘 젊은 층 용어로 ‘핫하다’는 장소를 다니게 되었다. 딸과 오붓하게 즐거운 시간도 보내면서 ‘마케팅과 브랜드’를 배우기 위한 일종의 현장 체험 학습이었다.  


딸이 추천하는 장소는 늘 대기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내가 주차를 하는 동안 딸은 줄을 섰다.      


매장에 들어가면 공간 곳곳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점들이 보였다. 아예 매장에 있는 상품 진열대와 그 외 모든 인테리어 소품은 자유롭게 그리고 좀 더 효과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계획하여 배치된 것 같았다.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사진이 선명하게 잘 나온 걸 보면 조명마저도 사진 촬영을 염두에 두고 설치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누구나 사진을 찍고, 어느 누구도 사진 찍는 것에 대해 항의하지 않는다. 매장 안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놀이에만 집중한다. 사진 찍기는 각자의 놀이에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진 듯했다.       


신사동 골목길을 차로 가던 중 한 플래그십 스토어 주변에 젊은 여성들이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모여 있었다. 다들 작고 예쁜 쇼핑백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사람과 차가 오가는 길 중앙에서 흡사 모델이 취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안 되던 내가 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탬버린즈라는 매장이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핸드크림, 비누, 향초 등 여러 가지 욕실이나 화장실 제품을 파는데, 여기 제품의 특징은 향이 독특하고 좋다는 것이다. 딸도 핸드크림 몇 개를 갖고 있는데 향이 맘에 들어 쓰고 있다고 했다.      


내게 핸드크림이나 비누는 마트나 인터넷에서 적당히 피부에 맞는 것 사다 놓고 쓰면 그만인데, 요즘 젊은 세대는 핸드크림이나 손소독제 하나도 놀이 공간에서 즐기며 구입하고 있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구매를 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그들은 단순한 소비가 아닌, 소비를 가장한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즐기는 놀이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놀이공간은 온라인을 통해 기록되고 확산된다.     


MZ세대는 놀이공원에서 짜릿한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 줄을 서는 것과 유명 식당이나 상점 앞에서 줄은 서는 것은 하나의 놀이에 참여하는 당연한 과정으로 여긴다. 소비는 놀이와 결합하였다.     


딸과 함께 다니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사실은 나는 ‘글’로 브랜드를 힘들게 배우고 있었고, 딸은 브랜드를 놀이로 즐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딸을 따라다니며 체험했던 시간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MZ 세대의 놀이 공간을 체험하면서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분명, 30년 전 나의 20대와 지금의 MZ세대인 20대는 다르다. 내가 20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과거 나의 20대’를 다시 답습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20대를 따라 하자는 것도 물론 아니다. 20대 프로젝트는 30년 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과 하기 싫어 게을리했던 것들을 시도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뤄나갈 또 하나의 20대가 더 궁금해진다.      


20대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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