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성공한 다이어터의 치팅데이
맙소사 ! 3,095kcal 이라니...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후배가 모처럼 찾는다기에, 동네 맛집 세 군데를 들러 가며 맛난 식사와 음주를 즐겼던 지난 금요일 이후 며칠 뒤인 오늘, 뒤늦게나마 식사 기록을 남기려고 그날 뭘 먹었던가 기억을 헤아리며 입력을 해 보니, 돈가스와 함께 한 파스타를 빼고서도, 또 알 길이 없는 곱창전골의 칼로리를 대충 넣었음에도, 거의 칼로리 폭탄에 해당할 만큼의 열량과 나트륨을 먹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대로 꼬박꼬박 입력했다면 적어도 저것의 2배는 더 먹었으리라)
이른바 치팅데이.
이런 안주를 앞에 두고 어찌 술이 안 넘어갈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해장한답시고 쌀국수를 먹었음에도 숙취인지 허기인지 잘 알지도 못할 배의 신호에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흡입하다 일요일 오후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모처럼 강둑 걷기에 나섰다.
벌써 낙엽이 지기 시작한 것을 이제야 느끼며 헛둘헛둘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10km를 훌쩍 넘어선 거리. 온몸이 흠뻑 젖은 기분이 좋아 다음날에도 어제 걸었던 그 감흥이 더 살아나 강둑을 한 번 더 걸어 전날보다 더 멀리 걸어갔다 되왔다.
늘 변함없는 닭가슴살과 김치와 밥을 먹었던 이틀과, 닭가슴살과 김치와 라면을 먹었던 오늘 아침까지, 감히 체중계에 올라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을 내리 10km 이상을 걸었고, 왠지 잠을 잘 잤던 요 며칠의 기분 탓일까, 아침이 되자마자 체중계에 올랐더니, 어라 !
분명히 늘어 있어야 할 몸무게는 그대로인 데다 점수가...
지난해 11월 처음 재었던 체중계의 종합점수는 말도 안 되는 60점 밑이었는데, 오늘 아침의 건강보고서 종합점수가 99점이라니...
모든 지수가 초록색으로 들어와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최근 몇 달간 95~98을 오가던 점수가 오늘 단번에 99점이라니 폰을 들여다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원래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치팅데이를 핑계 삼아 잘 움직이고 잘 자고, 평소대로 잘 먹었던 결과일까. 성공한 다이어터는 이래서 하루하루가 즐겁다.
ps) 필자는 20kg+ 이상을 감량했지만 소위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의 몸매는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지금의 내 몸을 자랑스럽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