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난 편을 보고 직접 요리해보신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더 많은 레시피를 소개하고 싶지만 오늘은 제가 사랑하는 채식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채식 그거 건강에 나쁜 거 아니야?
물론 어떤 채식은 건강에 나쁩니다. 한 예로 감자튀김은 비건입니다. 하지만 매일 감자튀김만 먹는다면 분명 건강이 나빠지겠죠? 분명 지속적인 정크 비건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균형 있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면 채식만으로도 건강이 나빠질 일은 없을 겁니다. 모든지 극단적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것이 문제겠지요. 그것은 육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보건기구(WHO)의 산하기구 국제암연구소는 2015년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습니다. 1군 발암물질에는 석면, 담배연기 등도 포함이 되어 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소시지나 베이컨을 먹으면서 석면이나 담배연기를 먹는다고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매일 가공육만 먹는 사람의 몸은 분명 나빠질 겁니다. 이렇듯 모든 채식이 건강에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틀렸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채식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건강 문제입니다.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건강이 안 좋아서 채식을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이럴 때는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막상 채식이 건강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모순적입니다. 실제로 저는 채식을 시작한 이유로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물론 식단과 함께 병행한 운동도 영향이 있겠지만 제가 특히 좋아했던 음식들이 삼겹살, 곱창, 가공육 등인 것을 생각하면 채식이 도움이 됐다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호박씨와 아몬드 같은 견과류와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같은 십자화과 식물 그리고 대두는 물론이고 병아리콩, 렌틸콩 등 콩류를 통해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동물성 식품을 통해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비타민 b12도 해조류와 발효식품을 챙겨 먹는다면 결핍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식물은 안 불쌍해?
이것 역시 동물권을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일 텐데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식물은 불쌍하지 않습니다. 식물에게는 동물이나 인간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중추신경계나 통각 수용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에게는 식물이 불쌍해서 먹지 말아야 한다면 정작 많이 소비하고 있는 동물의 고통에는 신경 쓰고 있지 않는지 다시 질문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죽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체는 없어야 하니까요.
세 번째, 채식은 비싸다?
비건 택스(vegan tax, 비건 제품에 추가 부과되는 비용)란 말이 생길 정도로 비건이 붙으면 더 비싸지는 경우를 본 적도 있을 겁니다.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채식의 진입 장벽을 한층 더 높이는 이유겠지요. 하지만 단순하게 채소와 고기로만 비교하자면 채소값이 훨씬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공식품들이나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비건 음식, 디저트들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비싸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시장논리에 따라 수요가 더 늘어난다면 공급가도 더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게 조금 비싸더라도 제가 비건 제품들을 소비하는 이유입니다. 비싸다는 이유로 소비하지 않는다면 기업에서는 비건이 공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제품들을 출시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몇 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가치 소비'라는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인데요. 내가 구매하는 제품들이 나의 양심을 지켜주고 지구를 지켜준다는 생각을 하면 최저가의 유혹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짧은 변호 아닌 변호를 읽으면서 채식에 대한 오해가 조금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완벽한 비건이 되는 걸 바라는 건 아닙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 속에 채식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허용시키고 그렇게 점점 채식을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