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예술이다

by 프로스윤

해가 오봉산 셋째 봉우리 위로 한 발 정도 올라와 있다. 옅은 안개가 낀 상태로 문수산, 염하강, 용진진의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그림 같다.

짙은 안개가 끼는 상황은 종종 보는데 그때는 먹으로만 그린 것이 라면 지금은 아주 옅은 채색 물감으로 그린 수묵화다. 그러나 글로는 이를 표현할 수 없다.

내가 거실에 설치한 20년 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아이패드로도 찍어 보지만 이 모습을 내 사진실력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사진작가들도 이런 기막힌 장면을 찍기도 하지만 내가 본 이 순간의 감동은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그 감동을 그림으로 그리려고 하고, 그림이 아직도 사진과는 다른 예술 창작활동으로 남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나도 이런 감동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지만 그림에 소질이 없다.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군내 학교 학예발표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은 적은 있다.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상상화 부분에서 상을 받았지만 공부 좀 한다는 아이에게 이런저런 그림을 베껴서 그려보게 하고 대회에 나가서 '소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였는데 그냥 학교의 청소시간 모습을 그려놓고 열심히 크래용으로 칠하였더니 상을 준 것이다. 그때 이후로는 그림을 그려 본 적도 없다. 그래도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미술과목 만점을 받기는 했으니 미술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림에 소질이 없어서 사진을 배워보기도 했으나 예술적 소질이 없음은 어쩔 수 없어서 몇 년간 줄기차게 시도하였던 사진 찍는 취미도 포기하였다. 그렇지만 미련은 남아있어 거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열심히 문수산, 염하강, 용진진을 찍고는 있다.


그림은 물론 음악에도 소질이 없다. 어릴 때 어머니나 형들이 자주 불렀던 흘러간 옛 노래 이외에는 음악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음악과목 만점을 받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정작 모차르트나, 베토벤 음악들을 들어보지 못하고 합격한 것이다. 중요한 노래의 계명을 외워서 악보상의 노래가 어느 노래인지 맞추면 되는 시험은 잘 봤다.

성인이 되어서 여러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였지만 지루하기만 하였고 교향곡이라도 들으면 졸렸다.

막걸리 집에서 젓가락 장단도 잘 맞추지 못하고 노래방에서 첫 소절 시작점을 찾지 못해 박자를 놓칠 정도로 박치에 가깝다.

지금도 자동차 안에서 CD에 클래식을 담아서 10년 넘도록 듣고 있지만 몇 곡의 중요 부분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매일 문수산, 염하강, 용진진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경을 보면서 살고 있다. 이런 풍경은 매일 보아도 지겹지가 않다. 지인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도 가끔 우리 집에 들러서 전방의 풍경을 보고 멋있다고 하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2년째 보아도 멋있고 매일 보아도 그 모습이 다르게, 또 멋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음악이 나오고, 그림이 나오고, 시가 나오면 더 좋겠지만 그냥 보고 흘러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일은 또 더 멋진 풍경이 나올 테니까.


아침을 챙겨 먹고 어제 못한 잡초 뽑는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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