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의 세계

by 프로스윤

이렇게 옅은 안개가 낀 날은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그냥 데크에 앉아서 용진진, 염하강을 바라다본다. 강 건너 문수산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오른편의 오봉산만 윤곽이 뚜렷하다. 어제부터 더위는 한 풀 꺾였고 새벽에 약간의 비까지 내려서 길고양이 두 마리도 알맞은 날씨에 기분이 좋은지 서로 뒤엉켜 장난질이 한창이다.

잔디는 비와 이슬에 잎과 흙이 적당하게 젖어서 생기가 돌고 국화순과 새로 심은 미니 백일홍은 습기를 머금어 편안한 모습이다. 한낮의 뙤약볕에 풀이 죽었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배롱나무에 창궐하던 진딧물도 잦아들었고 무성한 맥문동은 보라색 꽃대가 올라와서 뒤편의 에메랄드그린 울타리와 조화롭다.

정원과 집 뒤편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데크에 앉으면 정말 여기가 천국인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검진 뒤끝에 컨디션이 별로였지만 오늘은 몸도 가뿐해졌다. 독한 약을 먹고 속을 모두 비우고 카메라를 넣고 창자를 휘저었으니 정상일리가 없다. 집사람이 차려준 야채죽, 인삼 닭죽으로 좀 원기가 회복되었고 어제 더위를 피해 함허동천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와서 인지 저녁부터 몸이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저녁때 탁구장에서 집사람과 탁구를 칠 때에도 컨디션이 좀 좋아져서 스매싱과 드라이버가 몇 번 힘차게 내려 꽂히기도 했다.

이렇게 몸이 좋아지면 기분도 좋고 모든 것이 좋다. 염하강과 문수산이 멋진 것도 나의 몸과 마음 때문인 것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이냐는 오래된 논란을 생각을 할 필요 없이 몸과 마음은 같은 것이다는 것을 절로 느낀다. 막연하게나마 이데아의 세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고 이기이원론이 더 맞는 것으로 여겼었는데 이런 상쾌한 아침을 맞으면 여기가 이데아의 세계이고 이기(里气)는 모두 일원적인 것으로 통합된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고양이 밥이나 주면서 맛있는 요리만 만들어 먹으며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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