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결혼식 문화

by 프로스윤

오랜만에 서울 집에 왔다. 18일간 강화에서 계속 머물다가 어제 집사람과 서울 집으로 온 것이다. 1주일 정도 강화에 머문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장기간, 연속하여 머문 경우는 없었다. 집사람은 서울 집을 너무 오래 비워두는 것 같다는 이유로(물론 딸들은 있었지만), 나는 지인의 혼사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온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은 대부분 서울과 강화에 2벌씩 갖추어 두었으므로 어디 가도 불편하거나 낯설지는 않다. 컴퓨터, 노트북 등 전자기기는 전부 동기화가 되어있어 작업을 위하여 일일이 들고 다닐 일도 없어 참 편리하기는 하다. 길고양이가 강화 집에 밥 먹으러 왔는지 서울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지인들의 혼사와 상사가 굉장히 많은데 작년부터 꼭 가야 할 곳을 제외하고는 축의금, 조의금만 보내는 것으로 정했다. 그래도 좀 많았고, 정확하게 계산은 안 해봤지만 부조금이며 화환대금이 꽤 많은 액수일 것 같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생각해 왔는데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 장례문화는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눈도장을 찍기 위한 예식 참석이지 진정성 있는 축하나 위로의 문화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화이니 부고장, 청첩장은 빠짐없이 확인하고 부조금, 화환은 대부분 보내지만 직접 참석하는 것은 많이 줄였다. 30년 전에 아버지 상례, 5년 전의 어머니 상례가 있었을 때 물론 많은 지인들의 위로로 크게 도움받은 것은 사실이다. 아버지는 내가 공직 임관 직전인 1994년 초에 돌아가셔서 문상객의 방명록이 남아있지 않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최근이라 방명록, 부조금과 조화 목록 등을 만들어서 지금도 가끔 보기는 한다. 부고나 청첩장을 받고 내가 인사를 하여야 할 곳인지, 직접 가야 할 곳인지가 망설여질 때 이 목록을 보게 된다. 어찌 보면 참 유치하기는 하다. 품앗이 문화에 나도 길들여진 것이다.


나의 두 딸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기는 하지만 언제 결혼을 할지, 하기는 할 생각이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집사람은 아이들이 반드시 결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누구와 결혼을 시켜야 할지 막막해하며 지금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으나 나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할지, 누구와 할지는 딸들이 생각해서 할 일이고 나의 일이 아니다. 내가 딸들의 결혼 결정에 관여하지도 않을 것인데 왜 내가 지금부터 걱정을 해야 하나? 나의 결혼도 스스로 결정한 것 아니었던가?


또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사실, 예전에는 현존하는 사피엔스로서의 나의 의무가 생존과 번식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나의 생존과 번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피엔스 종으로서의 생존과 번식이 중요하다고 여겨질 수 있고 사피엔스 종의 자연선택에서 내가-나의 유전자 DNA가- 선택될 가능성도 이제는 없다. 더 나아가서 우주 만물의 생물 중에 꼭 사피엔스만의 생존과 번식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번식 절차(?)에서 발전한 결혼제도가 참 많이 변경되어 왔는데 지금의 결혼식 관행과 절차는 너무 번거롭고 비경제적이다. 좀 있는 집에서는 고급호텔에서 식장을 치장하는 꽃값만 3천만 원이 넘고, 식사비용은 억대를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의 형식에 그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로서는 모르겠으나 그런 것을 물어볼 처지도 아니다. 그들이 현명하게 선택할 것이다.


내일 가야 할 결혼식은 신라호텔이니 오랜만에 스테이크를 먹을 것 같다.

keyword
이전 21화노화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