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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Oct 04. 2024

손해 보는 것도 좋아!

어린 시절 나를 만나다

가을인가 보다

서랍 속 블라우스와 가디건을 꺼내도 좋아

양말도 포송포송하게 세탁해 서랍에 넣어 두었다

거울 앞에 낯선 여인네가  엷은 미소로 웃고 있다

얼굴빛이 누르스름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에고,, 이제 더, 더 이뻐지기는 힘들 것 같고,,

예전에 울 엄마가  오이 얼굴에 올려 주시던 기억이

난다

이쁜 각도로 예쁜 척 해도 현실은 아. 줌. 마~~

아.줌.마

미스적엔 수없이 따라오던 남정네들,,

지금 가끔  따라오는 이들이 있다

길 물어볼 때,, 방향을 모를 때

자기 갈길을 왜 내게 물어보는데~~

내가 버스노선도도 아니고,, 네비도 아닌데

자기 갈길은 알아서들 갑시다!


오늘따라 점점 잊혀가는 것들이

그리운 날이다

원래는 좋아했지만 점점 잊혀가는 것들이 생각나는 오후,,

어릴 적 아침마다 배달되던 통통하고 투명한 유리병에 들어있던  왕관 그림의 ㅅㅇ우유

학창 시절 아침마다 나오던 순정만화 캔디와 테리우스

목 아프다고  감기가 올라치면 금세 설탕물과 복숭아통조림을 꺼내 주시던 울 외할머니

고수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 있던 공기놀이

한 두 번씩은 했을 우리 여자아이들의 고무줄놀이

무. 궁. 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오징어게임, 팔방놀이, 구슬치기

등굣길에 울 엄마 건네주시던 체크무늬 보온도시락

겨울이면 어깨끈에 매달려있던 벙어리장갑

단짝 친구가 접어주었던 유리병의 천마리 종이학.

슈퍼 앞 겨울이면 뱅그르 돌아가는 기계안 호호빵

야간자습 후 늘 골목어귀에 마중 나온 고3 때의 울 아버지

초등시절 교탁 앞에 놓여 있던  난로 위에 물 끓는 통통한 우거진 주전자

문구사 앞 줄 서서 먹던 달고나

엄마가 전기 프라이팬에 해 주시던

달달한 카스테라


대기업 카스테라를 지금도 구입해서

먹지만 어린 시절 울 엄마의 카스테라 맛은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엄마의 카스테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맛,,

사랑을 얼마나 부었길래

그냥 사랑테라!!!

그렇게 부르리라,,




이 글을 적으며 언뜻 웃음이 나왔는데

맘속으로는 그리움 바다가 되어 일렁인다


이것뿐이랴 만은

생각나면 꼭 정리해야 하는 내 성격 탓에

오전에 집정리를 하다

낡은 앨범에 울아들 어릴 적 모습에 한참 웃었고

미스때와  판이한 완전히 변해버린 올드해진  내  모습에  쓸히 웃었다

오늘은 정리가 필요했고 오래 입어 해어진 좋아하는 구두와  옷들을 헌 옷수거함에 버렸고  좋아하는 향 좋은 커피를 사서 옮겨 넣었다


커피 향이 좋아서 뒷집 언니에게

반 봉지소분해서 나누고 ,,

선물 들어온 신선한 생선과 쌀은 지인들과 나눔

안 입는 옷들과 구두 과자는  바자회에 보내고 ,,

추석에 선물 들어온

과일과 한과, 참치는 가족들에게 나눴다

난 나눔을 좋아한다

무엇이든 쌓이면 나누고 주기를 반복한다

비우면 채워진다. 그 보다

비우면 비워진다

그또한,,그대로 좋아 보인다,,

친구들은 늘 손해 보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손해 보는 것도 좋아!


같지만 다른 하루.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기억하게 될 남은 날을 위해 성실히 살아두어야 할 오늘을 기록한다

남은 날들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

난 또 오후에 있을 또 다른 일에 밑그림을 그려본다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제겐

제일 인 듯합니다



오늘의 교훈: 손해 보는 것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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