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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Jan 01. 2024

본분

우리는 왜 이곳에 있는가


우리의 본분


 '위국헌신 군인본분'


 군인의 본분을 이보다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


 이 명제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역으로 복무 중인 병사들에게는 이 절대적인 명제가 썩 반갑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이다. 좋든 싫든 신체요건을 갖춘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이라면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좋든 싫든',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군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병역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없다면, 군대는 유지될 수 없고 우리는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없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전쟁 중이며, 적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전쟁이 다시 시작될 때 일어날 일들을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혹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총도 들지 않고, 훈련도 하지 않는 군인들도 많이 있다. 그들이 군대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단순히 총 들고 철책을 지키는 것만이 국가를 지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군대를 유지하고, 국가를 지키는 길이다. 내가 속한 부대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해안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은 밤낮 없는 경계근무로 해안을 지킨다. 다른 이들은 부대를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누군가는 물자를 관리하고, 누군가는 병사들이 먹을 식사를 만든다. 각자의 자리에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누가 덜 힘들다고 불평할 이유도, 더 힘들다고 으스대며 다른 이를 무시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같은 본분을 다하고 있는 같은 군인이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일에 의문이 든다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라. 한 번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계속해보라. 그렇다면 점점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군인의 본분은 단순 명료하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본분의 망각


 대부분의 문제는 이 본분을 망각한 상태에서 비롯된다. 수직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군 조직 특성상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운 부분이나 불편한 부분이 많다. 더욱이 1년 넘게 비슷한 일을 반복하다 보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도 있다. 물론 효율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것들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해서 꼭 필요한 일을 뭉그러뜨리고 넘어가거나 본인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는 등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는 군인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이다.


 군인의 명예는 군복으로부터 나온다. 군인의 본분을 망각하여 그 명예를 실추시켜서는 안 된다. 잊지 마라. 1년 6개월간 우리는 군복을 입은 군인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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