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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Jan 12. 2024

조직

조직의 유지와 발전



 관계의 주체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으니 조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조직이 어떻게 유지되고 작동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조직이 유지되는 방식에 대해 말해보겠다.




질서와 혼돈, 혼돈과 질서


 조직 내에서는 두 가지 반대되는 상태가 필연적으로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혼돈과 질서다. 혼돈이 질서를 부르고 질서가 혼돈을 부른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직은 유지된다. 나의 예시를 통해 이 과정을 설명하겠다.


 내가 입대하기 전 소위 '악마'라는 선임이 부대 안에 존재했다. 그는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이곳을 떠났고, 선임들은 그가 행했던 부조리 등을 나에게 알려주면서 이제는 그러한 악습은 사라졌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실제로 내가 생각했던 군대의 모습에 비해 이곳은 통제나 간섭이 비교적 적고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곳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신병이 새로 들어오지 않으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신병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 전역자들로 인해 인원이 감소하다 보니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상승했다. 그래도 부대인원 중 대부분이 베테랑 상병장들이다 보니 작업이나 근무는 큰 문제가 없이 진행되었다. 조직 내에 나름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신병이 들어오게 되었고, 질서 속에 혼돈의 씨앗이 발아하였다.


 나와 내 맞후임의 경력 차이는 7개월이다. 사회에서는 1년 차이가 큰 대수겠냐만은 군대에서 갓 전압 온 이등병과 상병의 경험치와 주특기 능력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내 맞후임이 처음 근무에 투입되었을 때 막내를 갓 벗어난 나는 이미 7개월 동안 업무에 숙달되고 조만간 분대장을 이어받는 나름 베테랑이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기존에 업무를 진행하던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잘못된 행동은 지적을 해야겠지만, 신병이니까 할 수 있는 작은 실수에도 과하게 나무라는 일이 잦았다. 질서가 깨지고 혼돈이 찾아오니 질서를 되찾기 위해 통제가 다시금 생겨났다.




자유와 통제의 조화

 

 군대에서 참 애매한 관계가 바로 선후임 관계이다. 후임을 대할 때 너무 편하게 대해주면 열심히 능력을 배양할 시기에 너무 풀어질 수 있고, 과하게 통제를 가하면 후임들이 위축되어 자기 능력을 펼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선임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막역하게 대하는 것도, 그렇다고 과하게 군기가 드는 것도 군대라는 선임의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다.


 신병이 계속 들어오던 시기에 내가 그러했다. 계급과 경험의 차이가 많다 보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고 불필요하게 통제를 가하려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는 조직의 자연스러운 작동방식이다. 특히 구성원들이 자주 교체되는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사회의 타 조직에 비해 이러한 혼돈과 질서의 순환주기가 더 빠르다. 이 과정에서 자유와 통제의 반복은 필수 불가결하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고 필요한 순간에 자유와 통제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길이다.




개인의 부재에 대한 우려


 가끔 상병이나 병장들 중에서 본인이 휴가를 나가거나 전역을 하면 본인이 속한 분대나 부대가 어떻게 유지될지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앞으로 분대를 이끌어갈 일병들도 선임이 부재한 시기나 전역한 뒤의 분대에 대해 걱정하곤 한다. 개인의 능력에 대한 확신과 인정으로 인한 것이겠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개인의 부재로 인해 그 조직이 위험에 처한다면, 그 조직은 애초에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부재를 채울 수 없게 설계된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비단 권력만이 아니더라도 모든 조직에서는 한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인력이 존재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앞서 말한 걱정을 하는 이라면, 걱정은 덜어두고 개인이 부재해도 조직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조직 전체의 발전에 힘써야 할 것이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그렇다면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의 가치와 목표이다. 개인의 개성과 다양한 관점이 존중받는 시대에 조직을 하나로 묶는다는 것이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들이 다 같이 공유하는 가치와 목표가 있어야 그 다양한 개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이는 조직원들에게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반이 되어야 조직이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내가 이 글의 첫 장에서 우리의 본분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혹 공통의 적을 제시하여 조직을 하나로 규합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발전 시기의 우리나라 군부정권이 그러했다. 이는 인간의 본능에 의한 것이기에 어느 집단에서나 발생하는 일이다. 물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당연히 건강한 방법은 아니다. 적은 또 다른 적을 만들고, 조직원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내부의 적을 만들게 되어 조직이 와해될 우려도 있다. 그렇기에 조직의 발전을 위한 건강한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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