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형 애착의 안전기지
나는 혼란형 애착이다. 우울증, 불안장애, 조울증, adhd가 있고 어쩌면 경계성 인격장애일지도 모른다. 18살 때부터 정신과 약을 먹었고 10년이 훌쩍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호전과 악화만 반복할 뿐이다. 나는 치료될 수 있을까, 되물림을 끊을 수 있을까.
‘애착’, 에인스워스의 애착 이론에서는 낯선 상황에서 유아가 나타내는 양상을 관찰해 애착 유형을 4가지로 나눈다. 약 20분간 진행되는 실험은 유아가 엄마와 함께 있다가, 엄마가 떠나고, 낯선 사람이 다가오고, 엄마가 다시 돌아와 낯선 사람과 셋이 있다가, 낯선 사람이 떠나는 상황을 경험하게 만든다.
안정형 애착의 유아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주변에 대한 호기심을 많이 보였다. 엄마가 떠나자 불안감을 호소했고 엄마가 다시 돌아오자 엄마에게 달려갔다.
회피형 애착의 유아는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엄마가 떠나가거나 다시 돌아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불안형 애착의 유아는 엄마에게 계속 안기려 하는 행동과 엄마를 밀고 차는 행동이 양가적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혼란형 애착의 유아는 엄마가 다가가자 몸을 피한다던지 뒷걸음질 치거나 엄마에게 안기자 몸이 늘어져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이 보였다.
에인스워스의 제자 메리 메인은 40여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와 부모 간 애착 유형을 역추적했다. 그러자 한 살 시기와 여섯 살 시기의 애착 유형과 엄마와 아이의 애착유형이 일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애착이 계속 이어져 대물림되는 것이다.
불안정애착이 대물림되는 애착장애는 개인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그리고 몸과 마음의 상태까지 영향을 끼친다.
오카다 다카시의 “애착수업”에서는 애착과 정신질환의 연관성 그리고 접근법을 주장한다.
오늘날 넘쳐나는 수많은 정신적 문제는 대부분 애착과 관련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애를 먹는다. 아동병원에서 내가 만났던, 증상이 매우 복잡해서 일반 치료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던 아이들도 애착이 안정되면서 상태가 개선되었다.(15)
상당수 정신질환이나 소위 ‘이상한 상태’는 상처받은 애착이 좌절을 거듭하면서 증상으로 나타난 결과다. 약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치료가 어려운 사례일수록 애착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41)
부모의 사정 때문에 복지시설에서 자란 아이는 산만함, 충동 성향을 보이는 빈도가 높다. 또한 학대나 양육 포기 때문에 생기는 애착장애는 adhd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애착장애 때문에 생기는 충동성이나 산만함 때문에 adhd 진단을 받기도 한다.(75)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불안정애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열쇠는 ‘안전기지’에 있다.
안전기지는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자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 그런 존재를 찾고 스스로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오카다 다카시의 “애착수업”에서는 사람이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없을 때 대체재를 소개한다.
안전기지가 되어줄 지원자를 만날 수 없을 때는 다른 방법으로 안전기지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다.(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