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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렌 Aug 05. 2020

이별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다림이가 떠나고 우리는 한동안 다림이 생각을 했다. 

  해를 본 다음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선명히 해가 보이는 것처럼 다림이가 없어도 다림이의 모습이 집에 남아 있었다. 

  디라스가 말로 나를 놀라게 했다.      


  “풍선 위에 두 개의 점이 있는데 풍선을 불면 두 점이 멀어지잖아. 두 점이 멀어지려고 해서 멀어지는 게 아니야. 누가 풍선을 불었기 때문이지.”     


  다림이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이별이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는 정해진 기간 동안 임시 보호처의 역할을 하면 되었다.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다. 다림이가 없던 집이 원래 우리 집이었고 다림이가 머물던 집은 우리 집의 제자리가 아니었다. 한동안 다림이가 가고 다림이가 있던 우리의 집이 원래 우리 집이 아니었을까하는 착각이 들었다. 정신 차려! 다림이가 없는 집이 제자리야! 그렇게 말하며 내 뺨을 후려쳐야했다.      


  렛트가 거실 창틀에 앉아 밖을 본다. 뒷모습만 보면 그땐 뭔가 철학적으로 깊이가 있는 동물 같다. 나는 그런 자세에 매료되는 사람이다. 렛트가 떠나고 나도 밖을 쳐다본다.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흔들려서 제자리를 찾으려는 것인데 어느 쪽일까. 새가 앉아 있던 자리와 새가 앉아 있지 않았던 자리. 나뭇가지는 어떤 자리로 돌아가려고 흔들리는 걸까. 저 흔들림이 미련이겠지. 여운이겠지. 

  누가 머물다 가면 기억이 남는다. 제자리로 돌아와도 원래의 제자리와는 다른 것이다. 단 며칠뿐이었는데 다림이가 나를 길들여 놓고 간 거 같다. 빗으로 그루밍을 해 준 것은 나인데 내가 길들여져 버렸다.     

 

  렛트와 정해진 시간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렛트는 요즘 잠이 많다. 


  “아픈가?”     


  지난 주말에는 렛트의 부목 때문에 병원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부목을 하고 왔는데 어느 순간 부목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이동 장에 렛트를 넣고 달렸다. 늦은 시간이라 의사 선생님의 퇴근을 걱정하면서. 하지만 하나도 귀찮지 않았다. 이상했다. 내가 아플 때 병원 가는 걸 귀찮아해서 병을 키우는 스타일인데, 렛트를 위해서는 하루 두 번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달리고 있었다. 주말을 렛트에게 반납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디라스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건다. 


  “여름이라서 그래요. 우리 고양이도 잠이 많아졌어요.”     


  남들도 그러면 안심이 된다. 털 때문일 것이다. 털이 많아서 여름이 힘들 것이다. 

  렛트와 나는 풍선 위에 찍힌 점과 같다. 누가 우리를 그 위에 올려놓았을까. 그분이 풍선의 입술에 입술을 대고 천천히 풍선을 불고 있다. 우리는 가까워지고 있는데 멀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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