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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렌 Aug 25. 2020

밥이라는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여행 중에 고양이를 데리고 동냥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고양이 옆에 동냥 그릇을 놓고 또 그 옆에 이렇게 적힌 푯말을 적어 놓았습니다.      


  고양이가 먹을 수 있게 돈을 주세요.      


  고양이를 데리고 인질극을 벌이는 것 같았습니다. 돈을 주지 않으면 고양이를 굶겨 죽이겠다. 이런 뜻으로 읽혔거든요. 

  고양이에게 돈을 준다고 해서 고양이의 배가 부를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주인은 고양이를 불쌍하게 만들어서 우리의 호주머니를 털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고양이는 작고 굶주려 있었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인간의 사랑을 그는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나약한 것들에 대한 인간의 동정과 연민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났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동물들을 함부로 대합니다.     


  보물 때문에 새끼 낙타를 죽이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거기 사람들은 보물을 숨길 때 어미 낙타와 새끼 낙타를 데리고 갑니다. 땅을 파고 보물을 묻은 다음 낙타들에게 그 위를 지나가게 합니다. 땅을 평평하게 다져서 다른 땅과 구분이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하면 거기가 어딘지 나중에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미가 보는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입니다. 어미는 새끼가 죽은 자리를 영원히 기억하기 때문에 그곳을 잊지 않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어미를 앞세워 보물을 찾으러 갑니다.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어미의 슬픔을 이용하는 거지요.      


  저는 여러 날 그곳에 머물다 결국 아저씨를 찾아가서 고양이를 팔라고 했습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아저씨는 고양이를 저에게 넘겼습니다. 고양이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밥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정성을 다해 보살폈고 밥은 건강해졌습니다.     


  하지만 나라들 사이의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밥을 데리고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우연히 제 이야기를 들은 여행자가 자기가 돌보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떠날 때는 다른 여행자를 찾아 돌보게 하겠다고.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밥이 얼마나 잘 지내는지 가끔 사진을 보내주기로.     


  한동안 밥은 여행자를 여행하는 고양이로 살아가다가 마지막엔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밥과 함께 했던 여행자들에게 밥의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밥은 얼마 전에 죽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은 밥이 땅에 묻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밥이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헤어질 때 밥과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가 생각납니다.      


  "소원이 있으면 말해봐. 나도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줄 수 있어."      


  "네가 굶어 죽지 않는 거야."      


  결국 제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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