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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가정,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유전자

by 와르다 Nov 30. 2024

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와는 3살인가 4살에 이혼했는데, 다양한 눈빛을 경험했다


이혼가정임을 밝히면

내 앞에서는 안쓰러운 표정

무표정

토끼눈

뒤에선 수군수군


뭐 사실 상관없었다.

오래된 일이어서 이혼했던 순간은 기억나지 않고,

여자들만 살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린 브라도 벗고 살어~

우린 샤워하고 다 벗고 나와 후다닥 옷을 찾아 나가~ 볼사람도 없거든


그런 표정을 방어하기 위해 여자들만 살면 좋은 장점들을 하나하나 말하다 보니


툭하면 툭 장점들이 나왔다.


근데, 음,,


정말 너무 서러운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건 어머니가 날 부족하게 키운 것도

사랑을 덜 준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서러운지


그건 운동회날 때

아빠들이 멋지게 뛰는 모습

가족들끼리 돗자리에 앉아 밥 먹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우리 아버지가 우리 돗자리에 같이 앉는 걸 상상한 건 아니었다.

그냥 다만 그때 기분이 그랬다.


난 어렸을 때 아버지를 두렵고 무섭고 싫다고만 생각했다.

아마 은연중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싫은 말을 해서 그렇겠지?


미우나 고우나 나의 유전자는 그를 향해있다.

그 사람을 닮은 습관이 나올 때면 어머니는 마치 그 사람을 직면한 듯 끔찍하게 그 습관을 싫어했는데,

손바닥으로 코를 올려 훌쩍 닦는 것,

손톱을 물어뜯는 것 등이 그러하다.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어쩜 똑같냐고

그 눈을 미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가장 행복해하며 말하는 아버지를 닮은 유전자가 있는데, 그건 노래를 잘하는 것이었다.


내가 노래를 부를 때는

 ‘너네 아빠가 노래는 정말 잘했다~’

물결표시는 꼭 해줘야 한다.


어머니는 내 목소리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달란트라며 하나님을 높여드리는 걸로 사용하라고 하신다.


어머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말하라 하면

반사신경적으로 딱 이야기하곤 한다.


동생이 기타를 치고, 내가 피아노를 치며

같이 찬양을 부르며 놀던 그때다


나도 생각난다. 베란다에 있는 피아노 햇살 맞으며

빛바랜 악보를 펴

동생과 합을 맞추며 노래 부르는 시간들이 행복했지

그런 것들이 우리 가정을 평화롭게 만들었다


아버지에게 감사한 것은

나를 어머니와 만나게 해 준 거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물해 준 거

더 이상 연락해주지 않는 것


세 번째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그건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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