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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Feb 17. 2024

#35. 시엄마께 내 등근육 사진을 보여 드렸다.

어머니, 제 등근육 너무 멋있지 않아요!?

대뜸 이렇게 말하긴 우습지만, 솔직히, 남편은 나르시즘이라고 하지만, 내 등근육 멋있다. 예쁘고 멋있고 마음한켠이 뻐렁치고 그렇다. (으쓱)


사실 처음부터, 어머님께 보여드릴 생각은 없었다.

요가에 푹 빠져 사는 나를 보고, 그래서 살은 좀 빠졌냐고 물어보는 형님께, "살이요? 살도 빠지고, 이런게 생겼어요." 하면서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앞에서 우리 얘기를 듣고 계시던 시엄마께서 "어디어디, 나도 좀 보자." 하셔서 남사스러움을 무릅쓰고 보여드렸다.


왜냐면, 여자도 이렇게 등근육이 생길 수 있고, 무게를 들지 않고 내 제몸 하나 건사하는 운동만으로도 근육이 생긴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작년 가을,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다. 아쉬탕가라는 요가의 종류를 기반으로 한 과정이었다. 한 삼개월정도는 정말 기억에 남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 사이, 짧다면 짧은 삼개월 사이, 몸이 기가 막히게 바뀌었다. 캬-


이후, 운동전도사가 됐다. 운동하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체력이 얼마나 느는지, 인생도 변할 수 있음을 설파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첫번째 타겟은 남편이었다. 남편 귀에, 시도때도 없이 "자기야, 자기 나보다 하루 더 산다고 혼인서약서에 썼었잖아. 지금처럼 살면 어림없어. 운동해야지," 를 천번넘게, 아니 정말 셀수없게,

국을 뜨는 와중에, 강아지 산책을 하다가, 대파를 사다가, 화장실에 들어갈 때, 자려고 누웠을 때, 코딩을 할때, 카톡으로, 운전 중에도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해댔다. 당연히 남편은 진심으로 짜증과 화를 냈고, 징글맞아 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정말 귀에 피가 날 것처럼 계속 잔소리 해댔다. 그러니까, 남편은 드디어 운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 운동 소리, 제발 그 소리 좀 그만 하면 안돼? 흡사 남편의 표정이 이랬다.




하루 15분, 태양경배 자세 A와 B를 5번씩. 별거 아닌데, 꾸준히 하니 몸이 바뀌었다. 말라서 비실비실 멸치같던 몸에서,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좀, 멋드러진 몸이 됐다. 처음엔 푸쉬업도 부들거렸는데, 이젠 제법 폼이 난다.

 

뒤돌아보면, 이 시기가 정말 우리가 같이 산 이후 혹한기라도 불릴만한 그런 시기였다. 정말 사이가 나빴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운동염불을 왰다.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긴 했지만, 남편은 이제 운동 안하면 귓가에서 맴돈다고 했다. 운동해야지....운동해야지...운동...운동....


하루 8시간 이상 곱등이처럼 어깨가 앞으로 굽어져있고, 목이 빠져있던 개발자 남편이 고작 하루 10분의 요가로, 몸이 변해가는 걸 보면서,


몸은 정말 나아지는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닳았다. 하루종일 몸을 못나게 쓰는 주인을 탓하지도 않고 묵묵히 아둥바둥 버티다가, 나아지려고 방향을 바꾸자마자 기다렸던 만큼, 건강해지려는 순간을 잡아낸다. 기특한 내 몸.


어떤가, 작은 스트레칭, 푸쉬업, 턱걸이 하나가 몸을 바꿔낼 수 있다. 믿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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