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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Mar 05. 2024

사랑의 화신, 미리엘 신부(2)

(레미제라블의 등장인물)


소설 속 인물탐구(1)

 

저녁 식사 무렵이다.


누가 주교가 있는 방의 문을 두드렸다. 그 문은 항상 빗장을 걸지 않는 방이다. 주교는 바로 말했다. "들어오세요". 세차게 문이 열렸다. 한 허름한 옷을 입은 중년 남자였다. 주교는 태연히 그를 처다 보았다. 그는 바로 말했다. 자신을 밝혔다. "저는 장발장입니다. 형무소에서 19년형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했다. 주교가 말했다. "부인, 한 사람분의 음식을 더 갖다 주세요" 예상외 응대에 놀란 장발장은 그의 출소증명서를 꺼내 놓았다. "저는 징역살이를 한 죄수입니다. 감옥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그것은 솔직함이 아니었다. 자포자기한 짐승의 표호였다. 모두가 그에게 잠잘 곳을 거부한 세상에 대한 저주처럼.


주교는 말했다. "부인, 잠자리도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발장에게 직접 말했다. "자, 노형, 앉아서 불을 쬡시다. 곧 식사를 하고 나면 잠자리가 준비될 거예요"

“정말입니까?. 여관 주인양반. 돈은 내겠습니다. 친절한 여관주인 양반”

주교는 말했다. “나는 여기 사는 신부요”. 

“신부라고요? 참 친절하신 신부님이시네요”


그제야 발장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를 개새끼라고 하는 세상과 그를 노형이라고 하는 세상이 같은 하늘 아래 있다니. 이리 발장과 미리엘 신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주교가 한 말은 이것이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집이요. 당신은 고통받고 목마른 사람이니 잘 오셨소. 여기는 당신의 집이요. 여기 있는 모든 것은 당신 것이오. 당신은 나의 형제요”

그리고 그가 가진 가장 좋은 포도주를 가져와 발장에게 따라 주었다. 정작 주교는 너무 좋은 포도주로 먹지 못하고 보관만 하던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하녀인 부인이 물건이 없어진 것을 먼저 발견하고 큰일 난 듯이 주교에게 말했다. 어제 그 부랑인이 은식기를 훔쳐 담을 뛰어넘어 갔다고 말했다. 이제 주교님 식사는 무엇으로 제공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말한다. 그러자 주교는 원래 은식기는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야 했는데 제대로 되었단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른 그릇 (쇠그릇 또는 나무그릇)에다 먹으면 되지 하며 아무런 동요가 없다. 그리고 평시와 같이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 어쩌면 큰일 같은 은식기 도난사건은 찻잔 속의 태풍 속으로 슬그머니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건은 그냥 종료되지 않았다. 





기어이 주교와 발장의 두 번째 만남이 이어졌다. 주교관에서 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있을 때이다. 행색이 수상한 부랑자가 보따리를 들고 새벽에 급히 허둥대니 헌병들이 그를 붙잡았다. 보따리를 풀어보니 값이 나가는 은식기가 나왔다. 출처를 추궁하니 교구 신부에게서 선물로 받았단다. 도저히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헌병들은 그를 데리고 주교관에 확인을 하러 왔다. 발장를 보자마자 주교는 그에게 은촛대도 주었는데 왜 그것은 빼놓고 갔느냐고 말했다.  이왕 왔으니 다시 그것마저 가져가란다. 큰일을 예상한 발장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리하여 발장은 또 한 번 감옥에 가야 할 위기의 순간을 모면한다. 미리엘 주교가 즉흥적으로 꾸며낸 거짓말이 그를 구원하였다. 두 사람은 모두 거짓말을 했다. 한 사람은 죄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은 사람을 구윈 하기 위해서 사랑을 거짓말로 바꾸었다. 십계명에 기록된 거짓증언 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것이다. 큰 죄악이다. 거짓은 나쁘다 하지만 미리엘 주교의 거짓말도 과연 그러할까. 그러나 어느 누구도 미리엘 신부의 이러한 거짓말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거짓은 누구를 위하여 하는가 또는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는가에  따라 죄가 되기도 하고 성자가 되기도 한다. 발장은 그 자신을 위하여 위기를 모면하려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것은 비난받아야 할 범죄자의 행위이다. 미리엘 신부가 한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로써의 거짓말이다. 타인을 구원하는 성자의 거짓말이다. 같은 거짓말이라고 똑같은 저울에 올릴 수 없다. 사랑이 뒷받침되는가에 따라 같은 거짓말도 하나는 참이 되고 다른 하나는 거짓이 된다. 세상에는 거짓이 더 많이 널리 펴졌다. 힘도 들이지 않고 쉽게 나온다. 꼭 보듯이 정말인 듯이 믿게 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 미리엘 주교는 발장에게 말했다. “형제여, 이제 당신은 악에 속하지 않고 선에 들어섰어요. 벌써 당신은 그 죄과를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천주께 바쳤어요”. 


발장을 형제애로서 사랑하는 주교의 진심에서 그는 이미 성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원하는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발장를 구원하는 자세이다. 참 성자의 길을 따라가는 제자의 따름이다. 성인을 묘사할 때 아우라가 보이듯 미리엘 주교에서도 성인의 아우라가 보였다. 


미리엘 주교와 장발장은 더 이상의 만남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82세에 모든 사람들의 존경 속에 죽었다. 성자처럼 영면했다고 신문기사는 기록되었다. 그때 발장은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있었고 이후 몽트레유쉬르메르 시의 시장이 되었다. 그는 미리엘 주교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검정 상복과 모자에 상장을 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발장은 어릴 적 주교님 댁에서 하인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 가지 점이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존경을 받는 것이었다. 존경이라는 저수지의 같은 반열에 서 있었다.


미리엘 신부. 그는 ‘다른 사람에게 베푼 작은 사랑이 바로 내게 한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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