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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Mar 23. 2024

더 깊어질수록 알게 되는 진실(1)

제 아내는 흙수저 출신입니다. (ep.8)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날씨가 점점 차가워질수록 우리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서로의 현실을 공유하고 받아들이기로 하자, 우린 더욱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정말 결혼을 목적으로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아마 그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종종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와도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졌다. 그녀가 말했다.


"다음 주 주말에 동기 오빠 결혼한다고 해서, 거기 좀 잠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아, 그래? 어디서 하는데?"

"우리 회사에서 가깝더라고. 아마 동기들 엄청 많이 올 걸."

"동기들은 결혼 많이 했어?"

"그렇지, 아무래도 내가 동기들 중에서도 어린 편이니까."

"그럼, 나도 같이 갈까?"


그녀는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러자고 답했다.



  일주일 뒤, 그녀의 동기가 결혼하는 결혼식장을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갔다. 그녀는 그녀의 다른 동기들과 나를 인사시키느라 바빴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동기 한 명은 옆에 아내로 보이는 분과 함께 있었는데, 우리를 보고는 반기듯 웃으며 말했다.


"오, 남자친구분이시구나! 이제 다음 차례이신가요? 하하."


나는 그냥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녀도 동기의 농담이 그리 싫지는 않은 듯했다. 우리는 결혼식장을 유심히 살폈다.


"오빠, 여기 결혼식장 괜찮지 않아? 인테리어도 좋고 음식도 잘 나온다더라."

"그러게, 주차장도 넓은 것 같고...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편한  위치인 것 같네."


우린 마치 결혼식장을 예약하러 온 예비 신랑, 신부처럼 결혼식장을 평가하고 있었다. 곧 결혼식이 시작되어 우린 구석 끝 빈자리에 앉았다. 어머니들의 화촉 점화, 신랑 입장, 신부 입장, 주례, 축가, 감사 인사, 행진 등 일반적인 결혼 절차였지만, 옆에 그녀가 있어서 그런지 오늘만큼은 신랑의 벅차오르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신랑, 신부 부모님들께 인사드리는 시간에서는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도 보았다.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결혼식에서 이때가 가장 슬프더라..."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만약 결혼한다면 신부 측 부모님은 그녀의 어머니가 혼자서 앉아 계실 거였다. 그녀의 눈물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동기들과 인사를 나눈 뒤 린 그녀의 회사 근처 카페로 가서 결혼식 후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간대?"

"발리 간다고 하던데... 오늘 바로 가는 건 아니고, 내일 출발이래."

"진짜 좋겠다. 신혼여행은 푹 쉬다 올 수 있는 곳이 최고인 것 같아."

"맞아. 결혼식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거야."


우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결혼식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동기들 얘기도 함께 나눴다. 그러다 문득 나는 그녀가 결혼식에서 눈물을 보였던 때가 생각나서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 듣고 싶어졌다.


"아까... 결혼식장에서 많이 슬펐어? 눈물 흘리고 있어서 좀 놀랐네..."

"아, 다른 결혼식장에 가도 그래. 부모님께 인사하는 시간이 왜 이렇게 슬픈지... 엄마도 생각나고... 주책이지?"

"아니, 아니. 어머니 혼자 딸 키우시느라 힘드셨겠다."

"맞아. 우리 엄마 고생 많이 했지. 나 때문에...."


나는 문득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가 살아왔던 과거를 자세히 듣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전까지 스쳐가며 짧게 들었던 내용에 대해서도 묻고 싶은 게 꽤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어머니와 어떻게 지내 왔던 건지 물어봐도 될까?


혹시 그녀가 생각하기 싫은 '그 사람'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한번 푹 쉬더니, 내게 말했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

"그럼, 물론이지. 편하게 얘기해도 돼."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상세한 어릴 적 얘기들은 내게 충격과 슬픔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전 07화 현실의 벽을 깨부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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