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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Mar 16. 2024

현실의 벽을 깨부수기로 했다.

제 아내는 흙수저 출신입니다. (ep.7)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부터 주말 내내 난 그녀의 질문에 답을 찾고 있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


그녀나 나나 가진 것 없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애송이일 뿐이었다. 그러니 우리 둘이 만나서 희망찬 미래를 그릴 수 있을지 확신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우리 부모님을 생각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부모님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둘 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셨다. 친할아버지는 아버지 어렸을 때 열차 사고로 두 다리를 잃으셨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어머니가 세 살 때 지병으로 두 분 다 돌아가셨다고 했다. 옆집 아주머니께서 돌봐주셔서 명절엔 항상 그 집에 들러 인사를 드렸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일찍 결혼하셨다. 분명 나에게도 본인들이 살아온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제공해 주려 노력하셨을 테다. 그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난 부모님보다 더 좋은 삶을 살았다.


  이러한 생각에 다다르자 그녀와 앞으로 더 만나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우리의 과거의 삶보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고, 자식에게도 우리의 삶보다 더 좋은 삶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말이다. 그건 순전히 한 도 없는 자산 보단, 꾸준한 직장생활로 얻을 미래 소득과 어떤 상황이 와도 굴하지 않을 열정과 능력, 체력이 뒷받침될 거라는 의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와 그녀는 아직 젊었고 우리의 사회생활은 이제 시작이기에... 난 이런 마음을 갖고 그녀의 연락을 한참 동안 기다렸다.



  주말이 지나 각자의 회사 생활로 바쁜 평일 저녁에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빠, 금요일 저녁에 시간 되면 잠깐 볼까?
그래, 그러자. 7시까지 동네로 갈게


만나자는 약속만 간단히 하고선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녀나 나나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분명 고민 끝에 어떠한 결론을 내렸을 테다. 나와 같은 결론이기를 바라며 남은 평일을 보냈다.



  만나기로 한 금요일 저녁, 그녀와 자주 가던 그녀의 동네 근처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십 여분정도 지나자 그녀가 도착했다. 회사에서 막 퇴근한 듯한 모습이었다. 만날 때마다 미소를 지어주었던 그녀가 오늘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내 앞에 무표정한 채로 앉아있었다. 난 시한부 선고를 받는 사람 마냥 그녀 앞에서 긴장한 채로 그녀의 입술만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내가 그녀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꺼냈다.


"오빠, 우리 이제 어떻게 해?"


그녀의 질문은 계속해서 내 귓가에 맴돌았던 일주일 전의 그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려고 시간을 가졌던 게 아닌가. 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리고 왔지만, 그녀가 또 똑같은 질문을 한다는 게 황당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만나자고 한 거 아니었어?"


내가 약간은 쏘아붙이듯이 말을 하니, 그녀는 한동안 잠잠했다. 그녀는 역시나 먼저 내 확신에 찬 답을 원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에게 운전대를 쥐어주어야만 했다. 그녀가 가고 싶은 길을 나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길로 가달라고 내비게이션처럼 언제까지고 외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가 긴 침묵 끝에 말하기 시작했다.


"오빠,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오빠를 만나면서 행복했었고, 앞으로도 우린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긴 해. 하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


그녀의 말은 이제 끝이라는 얘기를 돌려서 말하는 과거 헤어질 때 자주 들었던 표현이었다. 그렇게 체념하려는 순간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근데 지금까지 보아온 오빠의 모습은 그 높은 현실의 벽을 깨부술 것 같아서... 거기에 내 미래를 걸어보고 싶어. 나도 우리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더 행복한 날들을 위해서 노력할 거니까..."


그녀의 마지막 말은 내가 계속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결론과 같은 것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야 내가 답해야 할 차례가 온 듯했다. 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른 채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고마워,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리가 함께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행복하자, 우리."


  우리는 카페를 나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술도 함께 곁들일 것이었다. 오늘 마시는 술은 취해도 울음으로 끝나지 않고 행복한 웃음으로 끝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온 지 6개월이 지나는 이 시점에 나는 드디어 애초에 가지고 있던 그녀와의 결혼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9살에 가진 게 아무것도 없던 사회 초년생인 나는 미래에 대한 포부만으로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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