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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28. 2022

ISTJ의 회사 생활

"자신의 약점은 최대한 가리고, 강점의 무기를 휘두르자!"

  얼마 전 MBTI 검사를 또 해봤다. MBTI란 일반인들이 간편하게 시행하는 성격 유형 검사로, 16가지의 성격으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도구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기에 자신의 MBTI 유형을 모르는 사람은 잘 없다. 첫 만남이나 소개팅 자리에서도 본인들의 성격 유을 공개하여 서로 MBTI 관점에서 궁합이 맞는지 앞으로의 관계를 예상해본다. 사회와 관계 속에서 불안을 느낄수록 개인의 심리와 성격 검사가 유행이라고 하니, 어찌 보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도 마찬가지로 기분 따라 성격 유형에서 변화가 있을까 싶어 틈틈이 하게 되는데, 여전히 ISTJ가 나온다. ISTJ의 성격 유형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청렴결백한 논리 주의자'라고 말한다. 내가 그렇게나 대단한 사람이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별로 나랑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한데,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이놈의 'ISTJ'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ISTJ로 점철된 나의 성격이 회사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점검해보기로 했다.


허튼 짓은 싫어요!

  나는 회사에선 최대한 회사 일만 하는 편이다. 회사에 오게 되면 회사 일과 관련된 생각만 하려고 하고, 근무 시간 동안은 최대한 개인적인 일을 꺼내놓지 않는다. 나만의 시간으로 업무를 하나씩 처리해 가는데, 주변에서 갑자기 개인적인 농담으로 끼어드는 게 그리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내가 목표한 일이 다 끝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개인적인 말을 걸어주면 좋아한다. 하지만 먼저 사적인 얘기를 잘 꺼내놓지는 못한다. 어떻게 보면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게 회사에서 내가 목표한 성과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데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면, 기대 반 초조함 반으로 빠르게 일을 처리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일이 쌓여 있는데 갑작스레 딴짓을 한다거나 허튼짓으로 시간을 보내는 걸 싫어한다. 회사에서도 할 땐 하고, 쉴 땐 일 다 끝내고 쉬자는 생각이 강하다. 난 대부분 사람들이 회사에서 이런 생각으로 일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을 막판까지 미뤄놓고 자신을 몰아붙여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정말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보고 피곤하겠다고 말한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편한 방식으로 일하는 게 정답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극혐!!

  나는 한 회사에서 한 직무로 10년 간 일하고 있다. 생각보다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성향과 잘 맞기도 하지만, 커리어 상 유리한 직무는 아니기에 최근 고민이 크다. 하지만 갑작스레 지금 하던 일을 내려놓기는 힘들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천천히 업무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하나의 업무를 오래 하다 보면 일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예상 시간이 이미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갑작스레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거나, 해본 적 없는 일을 맡게 되는 경우 당황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얼마나 걸릴지 시간 예상이 어렵고, 이 일을 얼마만큼의 중요도를 갖고 처리해야 할 지도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때는 내 시간과 열정을 좀 더 투자해서 난관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늘 새로운 것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변화가 없으면 뒤쳐진다는 괴리감이 나를 짓누를 때가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좀 더 미리 변화를 예측하여 조금씩 바꿔가는 방식으로 유연한 태도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측정 가능한 일을 달라!

  내가 회사에서 10년 간 동일 직무를 하더라도 크게 불만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분석을 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을 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실제로 분석하고 측정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명확하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편이다. 우리는 데이터로 말하고, 데이터로 결정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ISTJ인 나에게 있어서는 딱 맞는 일이다. 분석이나 측정을 다루는 방식은 항상 기준이 있고 체계가 있기 때문에 절차대로만 일하면, 정확하고 명쾌한 일처리가 가능하다. 인터넷에서는 ISTJ의 추천 직업으로 프로젝트 매니저, 감평사, 공무원, 교사, 펀드매니저가 있다고 하는데, 나처럼 분석 및 측정 연구원도 ISTJ 에겐 추천할만한 직업인 것 같다. 단지 어떤 분야의 분석과 측정이냐에 따라 직무의 비전이 달라지므로 미래에 전망 있는 분야를 잘 선택하길 바란다. 목표가 분명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앞서 얘기한 직업군이 아니더라도 ISTJ에겐 좋은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친한 사람들에겐 직설적으로 표현한다거나, 참다가 한 번에 터뜨린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신중하고 차분하며, 세세한 기억력이 좋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들도 있다. 어쨌든 회사 생활을 할 때 본인의 성격 유형이 어떠한 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면, 직업을 선택할 때나 업무를 조정할 때 또는 직원들과 친분을 쌓을 때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회사는 전쟁터이다.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가리고, 강점의 무기를 휘두르며 장기적으로 싸워야 하는 만큼 본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회사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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