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의 욕구
삶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동시에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앤디 푸디콤, 헤드스페이스 공동창립자 겸 승려
헤드스페이스는 명상을 해 본 적이 없거나 시도하려 했으나 그 방법을 잘 몰라 습관화시키지 못했던 사용자들을 위한 가이드형 명상 앱이다. 나에게 명상이란 왠지 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어두운 방에서 고요하게 홀로 진행하는 고독한 수련의 인상을 가진 활동이었다. 나의 주변인들로부터 명상의 효과와 그 중요성에 대해 노출되었고 자연스럽게 헤드스페이스라는 플랫폼도 접하게 되었다.
내가 헤드스페이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저 주황색 동그라미 친구, 두 번째는 공동창립자 겸 승려인 앤디 푸디콤의 오디오 더빙, 그리고 세 번째는 간편함이다. 헤드스페이스는 그래픽과 모션 디자인을 아주 훌륭하게 활용한 프로덕트이다. 자칫 장벽이 높을 수 있는 명상이라는 활동을 귀여운 캐릭터와 안정감 있는 모션 그래픽으로 친근감 있게 구현했다. 또한 헤드스페이스의 명상 콘텐츠는 아주 소비하기 쉽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 명상 회차는 10분 남짓한 길이로, 굵직한 카테고리 별로 나누어져 있어 원하는 명상 테마를 찾기 용이하다. 이를테면 그날의 기분과 마음 상태에 따라 스트레스 관리, 수면 조절, 감사의 마음 찾기 등의 다른 마음 챙김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명상은 성우의 디렉션을 따라 하는 가이드 형식이고 창립자이자 승려인 앤디 푸디콤이 대부분의 콘텐츠에 성우로 참여했다.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성우의 옵션이 꽤 되지만 난 늘 앤디의 목소리를 택한다. 나에겐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아직도 명상 초보자이다. 이 앱을 접한지는 수개월이 되었지만 명상을 일상화하겠다는 나의 목표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심리적 부담을 느끼거나,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꼭 찾게 되는 앱이다. 단 십 분이지만 제대로 된 명상 세션은 러닝머신 위에서 삼십 분 동안 땀을 뺀 것과 흡사한 정신적 청량감을 안겨준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 나의 일상에 주도성을 개입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과 할 일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고 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결국 내가 오늘 하루 정말 이루고 싶었던 건 성취하였는지, 나에게 충분한 휴식은 주었는지와 같은 중요한 점들은 짚어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명상은 이 같은 중요한 점들을 짚고 넘어가 주는 계기가 된다. 명상을 알게 된 후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조절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태도가 생겼기에 이 프로덕트는 내 삶의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음이 불안하거나 피로하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앱을 열고 명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명린이인 현재의 나는 정신적 혹은 감정적으로 불만족스러움을 느낄 때 이 프로덕트를 찾는다.
_ 01. 외부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이 불안할 때
살다 보면 외부적 요인으로 감정에 손상을 입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망쳤을 때,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해야 할 때, 소셜미디어 속 사람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낄 때, 남에게 상처받는 말을 들었을 때 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런 자극들을 받는다. 우리 모두에겐 정신건강이라는 기본적인 면역체계가 있지만 개인의 면역력 혹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그 외부 자극을 대응하는 방어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유달리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이 터지는 날이나 감정이 예민한 날엔 더더욱이 헤드스페이스를 찾게 된다.
_ 02.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생산성이 떨어질 때
나에게는 수많은 강점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중력은 그중 하나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이이다. 그간 나의 행동방식을 관찰하고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며 내가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연구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컨디션을 모두 갖춰놓지 못한 채로 일을 수행해야 하는 날들이 더 많다. 해내야 할 일들은 산더미 같은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생산력은 저조할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십 분이라는 시간을 내어주고 헤드스페이스를 실행한다.
_ 03. 마음이 복잡, 어지러움을 느끼고 하루 일과가 차분하게 정리되지 않는 기분일 때
나는 학업도 취업도 열심히 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는 날에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아무런 업무나 과제를 하고 있지 않음에도 심신이 100%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없었다. 이럴 때에 내려놓는 연습, 마음을 편히 먹는 연습, 그리고 일상에 감사하는 연습 등을 해야 하는데 헤드스페이스가 그걸 아주 똘똘하게 도와준다.
내가 생각하는 헤드스페이스의 가장 큰 역할은 사용자로 하여금 마음 챙김을 위한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게 한다는 점이다. 비록 그 공간이 내 방 한구석이고 그 시간이 고작 십 분일지라도 말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마음을 챙겨야겠으니 저 구석에 가 앉아 명상을 시작해야지'라고 하는 사람들은 잘 없다. 적어도 나와 비슷한 마음 챙김 레벨에 있는 명린이들에겐 말이다. 앱을 켜고 주황색 동그라미가 나를 반겨주면 그다음에 찾아오는 십 분은 온전히 나와 나의 마음 챙김을 위한 시간이 된다는 게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전문가들은 명상 입문자에게 가이드형 명상으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적막 속에 있으면 '명상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잡생각으로 명상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헤드스페이스의 가이드형 명상은 전문가들이 어떻게 호흡을 관찰하고 몸의 긴장을 풀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해당 카테고리(사용자가 욕구를 해소하고 싶어 하는 그 부분!)에 연관된 지혜로운 말들을 중간중간 섞어준다.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명상 카테고리 얘기를 좀 더 해보자. 마음 챙김을 원하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목적 혹은 욕구가 있다. 불면증을 다스리고 싶은 욕구,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싶은 욕구 등 말이다. 무슨 명상을 할지 카테고리를 선정하는 그 제일 첫 과정부터 사용자는 '오늘 내가 뭐가 불편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셈이다. 스스로를 진단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어디에 있음을 포착하는 중요한 과정을 헤드스페이스는 이미 명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하게끔 하는 것이다.
Situation (나의 상황): 정신적 혹은 감정적으로 불만족스러움을 느낄 때
Motivation (나의 동기): 마음 건강을 챙겨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일들에 집중하고 싶다
Expected Outcome (원하는 결과): 청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윤택한 삶을 살고 싶다
모든 것은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산책을 나가고, 넷플릭스를 감상하고 하는 모든 행동들 말이다. 이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이 떠올랐다.
피라미드의 아래층에 있는 욕구들이 하위 욕구, 인간이 최소 생존하기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물, 음식과 같은 기초적 욕구들이다. 그리고 상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행복과 윤택한 삶으로 가까워지기 위한 욕구들이 나열되어있다. 상위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인간의 욕구를 이렇게 쪼개어 분석해보는 것 또한 중요할 것 같아 첨부해 보았다.
한 번쯤은 내가 이용하는 프로덕트가 이 피라미드의 어디에 앉게 될지 생각해 보자. 내가 자주 찾는 프로덕트가 해결해주는 욕구를 들여다본다면 평소 나에게 부족한 것들은 무엇이고 가장 목말라하는 부분은 또 어디이지를 진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사용하는 앱을 관심 있게 쳐다보는 것 만으로 마음을 거울을 들여다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 헤드스페이스는 누군가에겐 감정적인 안전을 전달해주는 안전의 욕구 해소(2층),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감과 성취감을 일깨워 주는 자존의 욕구 해소(4층)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