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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Oct 01. 2023

헤어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까?

누구나 하나쯤 어린 시절 아름다운 이별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멀리 떨어진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소중한 친구들과 이별해야 했다. 이후로 서로 편지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함께 모래 놀이터 한 편에 쌓아 올린 조약돌 탑처럼 그 이별의 순간은 나의 추억 속에 아름다운 사진 한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씩씩하라며 나를 배웅해 준 친구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슬픔보다 왠지 마음 따뜻해지고, 기분 좋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헤어짐은 좋은 추억보다는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나 역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이별이 있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과 같은 매우 슬픈 기억 말이다. 어린 시절 유난히 나를 따르던 강아지 '뽀삐'가 이웃들이 놓은 쥐약을 먹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본 나의 가슴엔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고통의 기록으로 각인된 장면이 남아 있다. 그 순간이 너무 가슴 아파 그 후, 다시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도 못 하는 아픈 추억이다. 생각지도 못한 헤어짐이었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도 없었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헤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주거나, 후회하거나 분노하거나, 그리워하거나 미워하거나, 다양한 감정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이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헤어지는 연습이 필요한 것일까? 다시 질문해 보자.          

이 질문은 내가 처음 던지는 질문이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산다는 것은 많은 헤어짐의 연속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문제는 뒤이어 헤어지는 방법이 올바른지, 헤어진 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헤어진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등등 많은 고민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헤어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습을 한다면, 헤어짐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연습을 한다는 것 자체가 헤어짐을 가볍게 여기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답이 과연 존재할까? 쉽게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물론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헤어지는 것도 결국 인간관계의 일부라는 점이다. 인간관계는 항상 완벽할 수 없고, 때로는 서로에게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빨리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물론 헤어지는 것을 연습한다고 해서 헤어짐이 쉬워지거나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헤어지는 것을 연습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감사하고, 용서하고, 잊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헤어짐을 더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헤어짐의 연습을 준비하는 이유라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해 볼 질문은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이다. 어떤 사람들은 헤어지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미리 감정을 조절하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헤어지는 것이 너무 화나서 상대방에게 복수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헤어지는 연습도 각자의 목적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헤어지는 연습을 할 때에는 자신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는 연습은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키고, 자신과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상대방과의 연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헤어짐에 대한 슬픔이 줄어들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정리하는 척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과의 감정적인 결속이 약해지고, 헤어짐에 대한 후회가 줄어들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거나 여기는 척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과의 좋은 기억이 쌓이고, 헤어짐에 대한 감사함이 늘어날 수 있다.          

마음이 아픈 이가 볼 때, 사실 이런 이야기가 다 부질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별에 딱 맞는 대처법이란 것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 자체가 너무 큰 욕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아픔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라보기 연습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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