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교사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일반인들이 부러워하는 긴 방학을 보냈기에 의욕 충만한 채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을까? 아니면 오랜 휴식이 주는 부작용에 시달릴까?
일반인들의 눈에는 달리 보일 수 있으나 많은 교사들은 나름의 과도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에 학교 가기가 겁난다고 말하고 있다. 업무량이나 난이도가 과도하거나, 성과에 대한 평가나 보상이 부족하거나, 직장 내 갈등이나 갑질이 심하면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
번아웃은 일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중 교사의 번아웃은 교사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잃어버리고, 학생과 동료에 대한 열정과 동기를 잃는 상태를 말한다. 교사의 번아웃은 교육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무엇이 교사를 힘들게 하고 있을까? 교사들은 교육활동에서 힘든 점으로 유치원 초‧중‧고‧특수교사 모두 과중한 행정업무를 꼽고 있으며 국가의 잘못된 교육정책과 학생의 폭언, 폭행이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교사 10명 중 4명 정도는 학생의 폭언·폭행 경험과 학부모의 빈번한 민원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외에도 담임교사들은 교과 지도 이외에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데, 반에서 한 명이라도 폭언·폭력·대듬·흡연·음주·성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하나의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짧게는 수일에서 수개월까지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령기가 올라 갈수록 교사로서 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시달린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없는 고교 교실이 7%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듯이 학교 수업에 뒤처진 학생들, 소위 무기력한 학생을 돌보는 문제도 교사에게 강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최소 성취 수준 40% 미달자가 발생했을 시 그에 대한 책임을 해당 교과 교사에게 지우는 형태로 교육정책이 흘러가고 있기에 교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교사의 주된 역할이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이기에 뭐라 항변할 수도 없는 듯 보이지만 한 학급에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의 출발점이 동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적된 학습 무기력을 해소할 뾰족한 방안도 없는 것도 현실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있는 고교의 경우, 대학처럼 학업성취 미달자에 대한 유급제도는 도입하지 않으면서 학생의 학력 제고의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도달자 해결책을 교사에게 요구하다 보니 많은 교사들이 보충수업이라는 형태로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 상황에서는 교사가 보충수업을 해주고자 학생을 찾아도 그 학생이 다수의 과목에서 보충이 필요하기에 학생과의 시간 약속을 잡기도 힘든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에 교사들은 농담 삼아 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하는 소중한 학생들이라고 말하고 있는 웃픈 현실인 것이다.
이에 더해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맞이하는 이처럼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식도 학교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교사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사가 현장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교 내부에서 어려움을 밝히고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함에도 이를 위한 고민과 해결책은 없이 교사 개인이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 교사의 번아웃이 발생한다.
교사의 번아웃은 교사 개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행복도, 학교의 조직 문화와 효율성, 그리고 사회 전반의 교육 수준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교사의 번아웃은 심각하게 인식하고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사회 인식적인 차원과 제도적인 차원의 개선을 통해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상황에 대한 교육지원청의 개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개 교사 수준에서 감당해야 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가장 우선인 학생들의 학업 수준 향상 문제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실제적인 행정업무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움에 빠진 교사에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많이 열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거나 치료를 받거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이나 번아웃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교사의 번아웃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전반에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교사의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와 사회에서 교사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학교 현장의 한 주체인 교사가 번아웃이 아닌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 아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느껴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반임을 모두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