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경령
목적 없이 달리기 십상이다.
어디 가는 줄 알면 좀 좋으련만.
갈 곳이 있기보다 멈추지 못해 달린다.
때로 숨이 가쁘다.
그럼 걸을 법도 한데 꿋꿋이 달린다.
뒤처지는 건 견딜 수가 없다.
분명 쉰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
아직이란다.
내가 자라듯 세상도 커지나.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목적지가 없으니 도달이 없는 거였다.
당연한 사실은 당연해서,
잊혀지곤 한다. 어이없게.
목적을 찾자고 다짐하는 찰나,
본질은 그게 아니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작은 성취는 또 다른 욕심을 일으키는데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무니
결국 행복하지도 않았으니까.
목적지를 정하는 일보다도
과정을 즐기는 게 간절해졌다.
간절한 맘을 요동치게 한 문장이 하나 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문제를 해결하는 날카로운 이성과,
주변을 살피는 따뜻한 감성이 공존하는 삶이다.
그런 사람이 되리라는 꿈이면
꼭 어딜 도달하지 않아도, 혹 목적지가 없어도
내달리는 과정이 감사할 것 같았다.
존재의 의미를 이루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니까.
냅다 달리는 중에
걸음걸음마다 세상에 희망이 되고
그 사실이 내게 원동력이 될 테니까.
그렇게 나만의 문장이 됐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의연히 다시 발을 떼게 용기를 준
고마운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