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학원 TOP3 비교하기
WSET를 따기로 결정했다면, <WSET를 어디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 시간과 에너지가 정해져 있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현대인이니까. WSET를 공부할 수 있는 기관은 국내에서 크게 3곳이다. 1) WSA 와인 아카데미, 2) 와인비전, 3) 서울스쿨오브와인이 그곳인데, 3군데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3곳 모두 서울에 있다는 것.
지방에는 1군데도 없다는 것(가끔 지방 특강하러 내려오는 경우도 있으나 이건 진짜 가뭄에 콩 나는 느낌이다. 심지어 서울에서 듣는 것보다 더 비싸!). 대전에 사는 지방인의 관점에서 어떤 곳을 선택해야 최대한 편안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1) 장소, 2) 일정, 2) 비용, 이 3가지 기준으로 나에게 최적화된 학원을 찾았다.
오늘은 WSA 와인 아카데미, 와인비전, 서울스쿨오브와인 이 3곳을 1) 장소, 2) 일정, 3) 비용, 4) 특징을 기준으로 비교분석해보겠다.
지방인의 입장에서 우선 1) 온라인으로 들을 것인가, 2) 오프라인으로 들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서울의 바쁜 직장인들도 시간 절약을 위해 온라인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아무래도 퇴근하고 학원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현재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는 곳은 WSA 와인 아카데미와 와인비전 두 곳뿐이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WSA는 교재만, 와인비전은 테이스팅 와인 키트와 교재 일체를 집으로 배송한다. 학생들은 학원에서 보낸 배송 자료를 보며 줌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굳이 강남에 있는 학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편안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다.
다만, 여기서 학원별로 마음에 걸리는 문제들이 있었다.
첫째, WSA의 경우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 사이의 와인 테이스팅 개수와 시음 횟수 차이가 컸다.
예를 들어 Level2 온라인 과정의 경우 시음 와인이 11종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과정에서는 38종을 시음할 수 있다. 물론 가격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온라인의 경우 77만 원, 오프라인 경우는 108만 원. 31만 원의 가격 차이가 24종의 와인 테이스팅의 기회 차이를 만들어냈다.
거기다 온라인 수업이라고 하더라도 시음은 강남에 있는 학원에 가서 해야 한다. 시음 수업도 학원에 가는 당일 하루 만에 11종을 모두 마셔보는 터라 각 와인별 특징을 오프라인 수업 때처럼 자세히 비교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와인 수업을 여유롭게 듣고 싶은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거운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8차시에 걸쳐 수업에 참여해본 결과, 가급적 와인 수업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수업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레벨을 수강하든 와인 테이스팅은 와인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애초에 와인 자체가 마시기 위한 존재이지 전시를 위한 존재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훨씬 와인 테이스팅을 하기에 유리한 요건이다.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는 각각의 와인을 최적의 조건(온도, 습도 등, 와인은 미묘한 온도 차이만으로도 맛이 달라진다)에서 마셔야 하는데 개인이 조건들을 마추려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와인비전의 경우 온라인 수업이 Level1&Level2를 묶어서만 한다.
Level2만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실제로 WSET Level2 수업을 들어보니 굳이 Level1을 들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Level1에서 나올 만한 내용들은 거의 Level2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와인비전은 Level1과 Level2를 묶어서 수업하다보니 WSA 와인 아카데미보다 가격대가 훨씬 올라간다. WSA의 경우 Level2만 들으면 100만 원대에서 끝낼 수 있는데, 와인비전은 Level1&2를 묶어서 한다고 145~149만 원대다. 심지어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보다 4만 원이 더 비싸다(추측하건대, 와인 테이스팅 키트를 집으로 보내는 비용일 거라고 본다)
대신 장점이라면, 와인비전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와인 테이스팅 개수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와인비전이 Level2만 따로 진행한다고 했다면 나는 와인비전 커리큘럼을 WSA보다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내가 제주도, 울릉도 같이 교통 불편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서울에 가서 와인 수업을 듣는 것이 매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럼 온라인 수업이 최선일 텐데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차이가 적은 것이 수강생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기왕 자격증 공부를 할 것이라면 제대로 테이스팅을 하며 여유있게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굳이 Level1을 함께 들으며 내 예산을 초과해서 강의를 수강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WSA의 오프라인 과정을 수강하기로 결정했다.
1) WSA 와인 아카데미
WSA 와인 아카데미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논현역>이다. 지방인의 입장에서 기차를 타고 강남으로 갈 때 가장 편한 위치가 바로 이 논현역-강남역 구간이다. 왜냐하면 서울역이나 SRT 수서역에서 강남역까지 넉넉하게 30~4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학원까지의 거리도 대략 300m라 역세권이다. 2022년 1년 동안 글쓰기 수업 때문에 강남-대전을 왕복해본 입장에서, 수업을 듣고 지방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입장에서 지하철역 찾느라 헤매지 않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2) 와인비전
와인비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은 <강남구청역>이다. 수서역에서도 수인분당선을 타면 딱히 환승하지 않고 갈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WSA처럼 학원까지 도보로 300m라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3) 서울스쿨오브와인
서울스쿨오브와인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경복궁역>이다. 서울스쿨오브와인에 가려면 수서역에서는 대략 1시간, 서울역에서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서울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위치지만, 기차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지방인의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WSA나 와인비전에 비해 떨어진다.
수업이 끝나고 급하게 기차를 타러 이동하는 내 모습이 그려져서 서울스쿨오브와인은 장소를 기준으로 했을 때 내 선택지 밖을 벗어났다.
교통편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원하는 일자에 수업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강의를 가장 많이 개설한 순위를 매기자면 와인비전 > WSA 와인 아카데미 > 서울스쿨오브와인 순이다.
와인비전은 거의 상시 수업일 정도로 개설된 수업들이 많다. 하지만 WSA나 서울스쿨오브와인의 경우 생각 이상으로 수업 개설이 많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WSA의 경우 4월 1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개설된 수업이 Level1~3를 합해 15개이지만, 서울스쿨오브와인은 고작 4개였다.
일정을 고려했을 때 빠르게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면 와인비전이 좋은 선택지다. 아무래도 개설된 강좌 수가 다른 학원들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편이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서 말이다.
※자세한 강의 일정은 각 학원 홈페이지에서 강의일정을 참고하시길 추천드립니다(변동 가능)
*WSA 와인 아카데미(wsaacademy.com)
*와인비전(winevision.kr)
*서울스쿨오브와인(www.seoulschoolofwine.com)
4월 10일 기준으로 각 학원별 홈페이지에 개설된 수업들의 가격을 표로 정리했다. 학원별로 행사에 따라 금액대가 달라질 수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학원에 문의해보는 것이 정확하다.
※ WSET Level1의 경우 세 곳 모두 오프라인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온라인 수업은 4월 1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개설된 곳이 없었다. 대체로 와인 원데이 클래스 개념으로 진행된다.
1) WSA 와인 아카데미
WSA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이 바로 '동문 및 네트워크'이다. WSA는 기수별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이 끝나면 '동문'이라는 개념으로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을 그룹핑한다.
처음 수업을 알아볼 때는 '동문'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블로그들과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보니 와인을 공부할 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훨씬 더 좋은 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첫째, 와인 시음에 유리하다.
아무래도 술고래가 아닌 이상, 혼자서 테이스팅할 수 있는 와인의 종류는 한정적이다. 저렴한 가격대의 와인이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셔보면 언젠가는 많이 마셔볼 수 있다. 하지만 금액대가 있는 와인의 경우는 혼자 마시기에 비용적 측면이나, 와인의 보관 측면에서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함께 마실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와인 사업을 할 경우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작년에 다른 계정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사업하는 사람들을 제법 만나봤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사람이 반이다>이다. 사업을 할 때 그만큼 주변에 인재가 많아야 한다는 소리다.
나같은 경우 본업에 만족하며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자격증 공부를 취미 반, 커리어 반으로 한다지만 진짜 와인과 관련된 요식업 사업을 하는 경우는 절박하게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서로서로 이끌어줄 수 있는 '동료'가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얻을 수 있는 사업 정보는 한정적이니까 말이다.
다만, 이것도 Case by Case.
같은 기수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의 경우는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반면에 같이 으쌰으쌰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면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에도 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순전히 운인 것 같은데, 본인 판단에 맡기겠다.
이 밖에도 추가 수강 시 수강료의 10%를 할인해준다든지, 다양한 와인 관련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든지와 같은 장점들이 있다는 점 참고하길 바란다.
2) 와인비전
와인비전의 가장 큰 장점은 자격증 공부에 특화된 커리큘럼이다. 다른 학원들에 비해 비교적 유연한 수업 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플을 통해 수강 신청/변경이 가능하다.
와인비전은 Classting이라는 어플을 사용해서 학생들의 수업 활동을 관리한다. 단계별 수업 자료, 동영상 등 다양한 보충 자료를 제공하며 모의시험도 진행한다. 자격증 시험 공부할 때는 이런 식의 푸쉬가 중요한데 와인비전인 이쪽 방면으로 특화되어 있다.
실제로 후기들을 살펴보면 WSA는 와인 시음 노트를 작성할 때 정해진 답을 알려주기 보단 수강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는 와인을 어떻게 시음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지를 배우는데 있어서 강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와인비전의 경우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보다는 정해진 시음 노트를 쓰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편이다. WSET 시험 대비가 목적이라면 이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실제 시험에서는 정해진 용어들을 쓰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WSA는 자유분방한 학생 스타일(축구 잘하는 인싸 남학생 스타일)이라면, 와인비전은 학생 회장 스타일의 모범생 느낌이랄까?
본인이 MBTI로 E(외향형)라면 WSA에서처럼 '동문'이라는 개념으로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 수도 있을 거다(원래 모임 만드는 건 마음 먹기에 달려있으니까). 학원에서 굳이 동문이라는 개념으로 묶지 않아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임하며 와인 스터디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반면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와인 자격증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면 와인비전이 좋은 선택지라고 본다.
3) 서울스쿨오브와인
서울스쿨오브와인은 다른 학원들에 비해 개설 시기가 최근이라 후기가 그리 많지 않다. 후기들을 살펴보면 학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이 와인 유튜버(제인하우스오브와인 운영)로 유명하신 분이다. 다른 학원들과 달리(대체로 20명 정도를 기준으로 함) 서울스쿨오브와인은 12명 소수 정예로 운영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소수 정예로 하면 강사가 학생들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150명 강의했을 때와 5명 소수 정예로 강의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현격한 차이를 느낀다. 강사 입장에서는 소수 정예 강력 추천한다).
난 WSA 와인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1) 일단 비용이 다른 학원들에 비해 현실적이고,
2) 대전에서 강남을 왕래할 때 최적의 위치에 학원이 있으며,
3) 동기사랑 나라사랑의 관점에서 여유롭게 와인 시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박나래님이 <나 혼자 산다>에서 와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방송을 촬영하는 시점에서 곧 시험이 다가온다고 하셨으니 아무래도 WSET를 치지 않으셨을까 싶다(가장 가까운 날짜가 WSET 시험이라)
Best는 찬란하게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성우 같은 존재다.
그에 반해 Steady는 은은하게, 꾸준하게 빛나는 달과 같은 존재라고 본다.
대형 서점에 가면 매달 매달 베스트셀러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테디 셀러의 경우 조용하지만 견고하게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때로 화제에 올라 베스트셀러가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면서.
여태까지 내가 지켜본 와인은 Best가 아닌 Steady였다.
고대 이집트 시대 때부터 생겨난 와인이 현대까지 꾸준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와인은 전승되는 과정에서 Best를 추구하기 보단 현재보다 나은 맛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하나하나 반영됐다.
조금 더 나은 와인의 맛을 탐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그것이 오늘날의 와인이 클래식 오브 클래식, 스테디셀러가 되는 영광의 초석이 아니었을까?
조금씩 성장하는, 아주 작은 풀꽃처럼.
와인을 보며 Best가 아닌 Better than을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