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게 떡을 주면 안 된다(ft. WSET)
수강생의 수강 의도를 알고 싶다면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낫지 않나?(ft. 자기 소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와인 자격증 학원 등 검색을 통해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저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저는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며 지난 8년 동안 1000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했으며, 관련 부업으로 월 500만 원의 수익을 거둔 바가 있습니다.
이번에 6개월 휴직을 하며 삶의 변곡점을 만들고자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인 WSET Level2에 도전합니다. 그래서 지난 2023년 4월 17일 월요일부터 서울 WSA 와인 아카데미에서 관련 강의를 수강 중입니다.
*내돈내산, 직접 강의를 수강한 첫날을 기준으로 했을 때 WSA 와인 아카데미 WSET Level2 수업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5점 만점에 3.9점 정도가 되겠습니다.
*WSA 와인 아카데미에 대한 개인적인 악의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개인의 주관이 들어간 점, 강의 수강 첫날인 점을 감안하여 후기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빠르게 결론을 확인하시고 싶으면 맨 끝으로 스크롤을 내려주세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를 보면 '나봄님은 상대방의 기분을 참 잘 띄워주시는 타입이세요.' 혹은 '나봄님은 상대방의 장점을 참 잘 찾아주셔요.'라고 이야기한다. 때때로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장점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해요'라는 생각치 못한 답례를 받기도 한다.
장점을 찾아 이야기해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조금만 집중해서 상대방의 외양, 센스, 언행을 살펴보면 누구에게나 배울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내 생각을 담아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라 내게는 쉬운 일이다.
반면, 나는 누군가에게 '쓴 소리'를 잘 하지 않는 타입이다. 왜 쓴 소리를 안 하냐고? 일단 귀찮다.
1) 내가 생각하는 문제 요소를 발견하면
2) 이것이 사회적 통념상 '문제가 될 것인가? 되지 않을 것인가?'를 계산하고
3) 상대방이 내 생각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한 다음(상대의 수용 가능성을 계산하고)
4)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지 않게 최대한 정제해서
(때때로 나는 이것 때문에 워드를 작성한다)
5) 말하는 날, 상대방의 기분, 컨디션, 날씨, 요일, 시간(이거 매우 중요) 등을 고려해서 이 말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고민한 다음에
6) 상대가 좋아할 만한 식사나 다과를 준비한다
(대체로 내가 제대로 쓴 소리를 할 때는 상대에게 달달한 디저트나 와인을 먹인다. 오고가는 먹거리 속에 싹트는 애정이기 때문)
7) 온마음을 담아서 상대에게 진심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와~ 징하다' 싶지 않은가?
6단계를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는가?
무슨 말을 저렇게까지 고민하는가 싶지 않은가?
그래서 내게 있어 '쓴 소리'는 나의 애정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뜻이다.
소개팅 갈 때보다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껴놓은 신상 구두를 신었을 만큼 설렜다.
WSA 와인 아카데미 건물을 처음 봤을 때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카운터 직원분들께서 분주하게 수강생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학원과 달리 깔끔한 검은색 수트를 입은 직원들이 매너 있게 수강생 한 명, 한 명을 응대하는 모습에서 신뢰감이 생겼다. 내가 서있는 곳이 고급 레스토랑 느낌이 나서 대접 받는 기분이었다.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 수강 강좌를 이야기하면 교재와 와인 글라스 세트를 제공한다. 이때 교재는 국문과 영문이 있는데, 와인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 처음이라면, 혹은 취미 수준에서 읽고 싶다면 국문을 추천한다. 와인 관련 산업에 종사하거나(종사 예정이거나)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와인 용어를 학습하고 싶은 경우에는 영문을 추천한다. Level3 시험이 영문이라 Level3를 준비하는 경우라면 영문이 나을 것이다. (나의 경우 국문을 선택했다. 혹 영문 교재 역시 추가 구입이 가능한지는 추후 WSA 와인 아카데미에 문의해보고 문의 결과를 블로그에 게시하겠다)
내가 배정된 강의실은 루비룸이었다. 들어갔을 때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여서 깜짝 놀랐다. 평일 2시에서 5시. 보통의 직장인들이라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족히 30~40명 정도는 되어보였다.
강의실 뒷편에 이면지, 종이컵, 수업 교안, 필기구, 물이 비치되어 있다. 와인 시음용 준비물을 수강생들이 직접 챙겨가는 구조다.
비치된 준비물을 봤을 때 나는 필요한 것들만 챙겨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업 교안과 마실 물 정도만 챙겼다. 이면지, 종이컵은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질 못했다. 수업 필기야 교안에 충분히 하면 될 것이고, 환경을 생각하면 종이컵은 생수가 있는데 굳이 필요할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이면지와 종이컵 모두 필요했다. 이면지는 와인의 색깔을 확인하기 위해 배경지로 사용하고, 종이컵은 와인을 시음한 다음 뱉어내는 용도였다.
정말 듣고 싶었던 수업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중간에 준비물을 챙기러 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아쉬었다. 나뿐만 아니라 몇몇 분들 역시 수업 중간에 이면지와 종이컵을 가지러 가셔야 하는 상황이라 급히 움직이고 계셨다. 이렇게 되면 수강생 입장에서도 번거롭고, 강의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집중도가 확 깨진다. 우리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라. 수업 중간에 누군가가 뒤에서 떠들거나 장난치면 수업에 집중이 되던가?
다른 수강생분들에게도, 열심히 강의하시는 선생님께도 결례를 저지르는 것 같아 민망했다.
내가 좀 더 눈치를 챙겼어야 싶기도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블로그에 적는 것이 진상짓인 것 같기도 하지만,
처음 오는 수강생들을 위해 뒤에 준비물 안내 문구(ex 와인 시음을 위해 종이컵, 이면지가 필요하니 꼭 챙기세요)라도 붙여주셨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각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의 투자 결과값이다. 고로, 강의 8회에 100만 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강생들이 강의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수강생들의 열정에 보답하는 길은 강사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강생들의 수강 의도를 강의 시작 전에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와인의 경우라면 정말 취미용으로 즐겁게 듣는 것인지, 아니면 업계 종사를 위해 듣는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에 따라 설명해야 하는 양과 깊이가 달라질 것이니까.
강의를 결제할 때 결제창 하단에 수강 의도를 묻는 탭이라도 있다면,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수강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그런데 강의를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는 수업 시작을 하며 수강생들의 수강 의도를 파악하셨다. <자기 소개>라는 단계와 함께.
다들 자기 소개할 때의 어색함을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자기 소개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존재한다. 확실히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목적이라면 좀 더 레크리에이션 스타일로 가는 것이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편하다.
그런데 수강생 전체가 자기 소개를 다하는 것도 아니고, 1/3쯤 어정쩡하게 한 상태에서(고정 좌석도 아닌지라 다음에 누구부터 자기소개를 할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끝나버렸다. 그 시간이 대략 15~20분 정도 걸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어정쩡하게 수강 의도를 파악하고 자기 소개를 하느라 강의 시간이 예정 시간보다(딱 자기소개한 만큼 지체됐다. 15~20분 정도) 지체된 것이다. 뒤에 일정이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나처럼 지방에서 오느라 기차를 예약한 경우도 있으리라 본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수강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으셔서 그러셨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그런 의도라면 차라리 수강 의도 파악은 사전에 하고, 자기 소개의 경우 추후 있을 개강 파티에서 진행하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어영부영 보낸 시간에 차라리 수업 내용을 더 설명해주시거나 와인 테이스팅 기법을 배우는데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앞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서 그렇지, 강의 내용 자체를 보면 크게 만족한다.
이전에 나는 와인에 관해 원데이 클래스로 수강을 하거나, 클래스101과 같은 매체를 통해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와인 수업을 더 잘 듣고 싶어서 <와인은 어렵지 않아>라는 책을 사전에 읽고 갔을 정도로 와인 공부에 진심이었다.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혹은 국제 와인 자격증) 내용이라서 그런지 이전 와인 클래스에서 배우지 못한 내용들이 참 많이 나왔다(이 내용은 추후 다른 글로 다룰 예정.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 많아요).
선생님께서 와인 업계에 오래 몸 담고 계시고, 듣자하니 다른 학생들(대학생으로 추측)도 가르치고 계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와인 업계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셨다. 나야 취미에 가깝다지만 실제 와인쪽으로 종사를 하시려는 분들은 들었을 때 정말 도움이 될 내용들이 많았다.
내가 접하지 못하는 세계를 선생님을 통해 접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려주시는 프랑스 할머니와 함께 있는 느낌이랄까. 선생님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프랑스의 어느 땅을 사야 땅값이 오르는지를 설명하실 땐 '와~ 진짜 사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와인 테이스팅 수업에서 아쉬운 점이 생겼다.
앞서 설명했듯 수강생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조차 '평소 강의하던 것보다 수강생들이 많다'라는 이야기를 두어 차례 하실 만큼.
와인 테이스팅은 우리가 평소 와인을 마시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와인을 삼키지 않고 뱉는다(아쉽지만). 와인 자체의 색깔, 향, 산도, 탄닌 등을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다. 즉, 오감을 활짝 열어서 와인 자체에 몰입을 해야 한다.
문제는 처음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사람이다.
와인을 마셔본 경험들은 다들 있을 지언정 오감을 열고 와인 자체를 집중해서 분석하는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께서도 이 자체를 두고 '훈련이 많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니까.
예를 들어 와인의 산도를 느끼기 위해서는 침샘이 어떻게 자극되는지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침이 고이는 정도에 따라 '낮음-중간-높음'으로 구분이 된다. 문제는 침이 고이는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와인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내 몸을 테스트기 삼아 국제 기준에 맞춰서 와인을 평가해야 한다. 주관적인 요소를 객관적인 요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피드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이스팅 수업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생님 몸은 하나지만 수강생은 어림잡아 30~40명이다. 선생님이 아무리 노력하셔도 30~40명에게 8회에 걸쳐서 와인 테이스팅 훈련을 시키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1회차라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와인 테이스팅을 지도하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1회차처럼 단체로 하는 경우라면 적어도 팀이라도 나눠서 와인 테이스팅을 해야 수강생들이 제대로 배우고 가지 않을까 싶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10~20명 정도로 나눠서 팀을 나눠 선생님께서 봐주시는 건데, 이건 학원의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단체 강의인 것을 감안하고 수강했으니 할 말이 없다. WSET Level2 시험의 경우 객관식뿐이라서 시험을 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WSET Level3의 경우 와인 테이스팅 시험이 들어가는 만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1:1 강의나 소수 강의를 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을 내리자면, WSA 와인 아카데미 WSET Level2 수업에 대한 나의 현재 평가 점수는 5점 만점에 3.9점이다.
1) 강의하시는 선생님과 와인과 관련된 이론 내용이 휼륭했으나(실제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임),
2) 자잘한 준비 요소들(수강 준비물 안내, 수강 의도 파악 등)이 아쉽고,
3) 와인 테이스팅 수업이 조금 더 소수 그룹으로 운영됬으면 좋겠다(이후 수업에서 더 확인해볼 예정)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우는 아이에게 떡을 물려서 조용하게 만든다는 소린데,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무작정 떡만 줘서는 안 된다.
1) 이 아이가 왜 우는지(원인 파악)
2) 해결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문제 분석)
3) 아이를 위한 최선의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글을 적는 내내 솔직히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솔직히 앞으로 7번을 더 가야 하고, 심지어 개강 파티, 종강 파티도 있는데 이런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러나 내돈내산을 한 강의가 조금이라도 내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 내가 앞으로 몸 담을 곳이 보다 높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적었다. 기왕 나와 인연을 맺을 곳이라면 더 멋지가 날아올랐으면, 그리하여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 어떤 곳도 완벽한 곳은 없다.
그래서 Best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Better than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성장을 꿈꿀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