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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3 일기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뒤에 서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었다.
- 가방 지퍼 열려있어요~
- 아!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안 들어있긴 한데 잘 닫을게요.
간단한 몇 마디를 섞고 또 가만히 버스를 기다리던 찰나,
학생, 이거 하나 먹어요하며 샛주황의 오렌지 하나를 건네주시는 게 아닌가.
-아니 과일 값도 장난 아닌데 괜찮아요!
괜찮다며 사양하는데도 기어코 하나 쥐어주시는 오렌지 하나가 얼마나 귀엽고 따뜻하던지.
겉에는 농약이 많다며 꼭 씻어 먹으라며 웃으시는 그 모습에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생면부지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과 과일을 건네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인가, 그렇게 될 수 있는가.
몇 달 전에 본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나왔듯 아주 사소한 관심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장면이 오버랩됐다.
칼바람이 부는 차디찬 날이었음에도 오렌지 한 알이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날이었다.
타인에게 보내는 작은 사랑과 관심이 이 세상을 주황색으로 물들이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