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은스피치 대표 허정은
지상파 아나운서를 줄줄이 배출하는 미다스의 손이 있다면 단연 허정은 대표를 꼽고 싶다. 한때는 직장 동료였고, 이제는 지음(知音)이 된 허정은 대표에게 SOS를 청했다. 내가 지금 책을 쓰고 있으니, 도움이 될 만한 글 무엇이라도 내놓아라, 부탁을 빙자한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허 대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청을 받아주었다. 역시 친구가 좋다.
필자가 요청한 주제는 '합격한 아나운서들의 특징'이었다. 허정은 대표가 십수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숱한 사례들을 봐왔으니, 분명 합격에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었을 터.
허정은 대표가 보내온 편지를 그대로 옮겨 붙였다. 면접 준비생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여수MBC 공채 MC
불교TV 공채 아나운서
대전민영방송(TJB)리포터
아나운서(주) 모아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부원장(2019-2020)
이선미 스피치랩 실장(2011-2019)
現 허정은스피치 대표
-아나운서/기자 언론인 양성 경력
<아나운서>
KBS 김민정, 이각경, 이재성, 박소현, 남현종, 이예원, 정은혜
MBC 이재은, 김준상, 이휘준, 이선영, 김정현, 박소영
YTN 강려원, 안귀령, 조진혁, 한지원
JTBC 송민교, 박상욱, 김하은 등 다수 배출
<기자>
KBS 신지혜, 이정은, 이수민, 최인영
SBS 배준우, 서동균, 박서경
YTN 우철희, 김경수, 엄윤주
JTBC 송우영, 최수연, 강희연, 임예은, 강나윤 등 다수 배출
blog.naver.com/wisdomlaon
instagram.com/hje_speech
사랑하는 내 친구가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고대하던 순간인가. 그녀 다음으로 제일 뿌듯해할 사람이 아마도 나일 거라 자부한다. 그만큼 그녀의 책을 기다려왔다. 근 몇 년 간.
안보라만큼 많은 면접 경험을 가진 이가 있을까, 그 면접 경험을 통해 켜켜이 쌓인 노하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면접에서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할 것들과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도 되는 것들을 명쾌히 알려줄 이가 있을까. 단언컨대, 그녀의 책은 수많은 지원자들이 면접장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까지도 놓치지 않는 단 하나가 될 것이다.
“수험번호 256번 김영희 씨! 들어오세요”
영희가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간 뒤, 그녀가 앉았던 의자 위에는 이 책이 놓여 있을 것이다.
보라가 부탁을 청해왔다. 그간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내용을 써 달라고 한다. 처음엔 거절했다.
보라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에, 언변에 결국 내가 넘어갔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다.
어떤 이들이 면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지, 그들이 가진 ‘무엇’이 합격으로 이끄는지 말이다.
사실 나의 표본의 크기는 한없이 작다. 14년 가까이 언론인 지망생들을 가르쳤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내 경험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 그래서 감히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전해도 될지 부끄럽고 민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적고자 용기를 낸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 코앞으로 다가온 면접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당신에게 내 글이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해서.
사람의 심리상태가 여실히 드러나는 곳, 그래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곳, 한다 해도 들키는 곳이 면접장이기에 당신의 마음을 편안히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험 당일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면접 날짜가 잡히는 그 순간부터 나의 마음 상태를 돌봐야 한다.
아마 지금 쯤이면 시험 볼 회사도 공부했겠고,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거고, 의상도 골라놓았을 것이다. 준비는 꽤 됐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떨리고 진정이 되지 않는다면 나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읽어 주길 바란다.
신기했다, A는. 아니 부러웠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제자였지만 배울 점이 많았던 친구. 자신이 어떤 걸 했을 때 행복한 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취업 준비를 오래 하다 보면 언제 웃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그녀는 늘 웃는 상이었다. 하루는 내가 물었다. (대화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메시지 그대로를 옮긴다.) “괜찮은 거지? 쌤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 말하는 거 아니지?” “어머, 쌤! 제가 괜찮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죠? 우히히 저 정말 괜찮아요! 너어무 괜찮아요! 오늘도 동네 친구들이랑 배드민턴 치고 왔더니 기부니가 좋아요! 아, 친구들이랑 랩 동영상도 찍었어요. 보실래요?”
언론고시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공채 시즌’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출하 예정일이 정해지지 않는 사과나무 아래서 무작정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일. 뙤약볕에도, 태풍일 때마저도 사과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발 동동 구르며 나무 아래를 서성여야 하는 일.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고시생들의 얼굴에서 빛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일 지도. 그런데 A는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어떤 것을 했을 때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 점이 부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늘 빛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환하고 싱그러웠다.
평상시에도 자신의 빛을 유지하는 사람. 그 빛은, 면접 당일 화장을 곱게 한다 해서 예쁘게 차려입는다 해서 드러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민했다, B는. 늘 고민하며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단 한 번도 자기소개서를 소위 말해 ‘복붙’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 새로 쓴 거야? 지난번과 조금 다르네?” 업데이트된 자기소개서라며 파일을 보내온 B. 긴 시간 함께 지내온 터라 나름 B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기소개서에는 내가 몰랐던 B의 새로운 콘텐츠가 적혀 있었다. 고민했다는 흔적이다. 생각의 생각을 거듭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의 자기소개서.
“안 힘들어? 매번 이렇게 수정하고, 또 어떨 땐 처음부터 다시 새로 쓰는 거.”
“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데, 그 사이 또 발전된 제 모습이 있더라고요. 그럼 써넣어야죠. 아깝잖아요. 발전한 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그래서 B의 면접 답변은 점점 풍부해졌다. 하나의 질문에도 최소 3-4가지 다른 버전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뭘 골라서 말하지?’라는 배부른 소리도 하게 됐다.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하더라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게 없더라도 분명히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생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깊은 생각을 했던 경험. 그리고 그것을 글로 옮겼던 경험은 나라는 존재를 더 탄탄하게 세워준다. 어떤 면접위원들의 가시 돋친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기록했다, C는. 그것도 아주 세세히. C의 기록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한눈에 그려질 정도로. C는 자신을 참 자세히 들여다봤다. 학창 시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른 사람의 눈에 나는 어떻게 비치는지, 내가 바라보는 나와 남이 바라보는 나와의 차이점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어떤 계기로 내가 이 업을 삼고 싶어 졌는지, 내가 가장 행복했었던 때는 언제인지, 언제 우울한지, 어떨 때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최근에 가장 분노했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기록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아니 알려하지 않는다가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기억은 왜곡되고 미화되기 마련이다. 세세한 것들은 묻히게 된다. 그 점을 C는 알고 있었다. 면접 답변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세세한 것들이 묻히게 되면, 결국 일반화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C는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으로 하여금 느꼈던 바를 모두 메모해 두었다. 하물며 유튜브를 보면서도, 타인과의 대화를 하면서도 나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것들이 있다면 일단 적었다. 소소한 것까지 다 적는 C가 면접 복기본을 적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니었을까?
떨어졌어도 괜찮았다. 복기본을 다시 들여다보면, 나에 대해 적은 노트를 읽으면 곧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 셋은 모두 합격해서 언론계에 종사하고 있다. 그것도 제 역할을 확실히, 제대로 해내면서 말이다. 자, 공통점이 보이는가? 세 가지다.
<합격하는 아나운서들의 특징 세 가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
자기소개서를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 그래서 답변의 콘텐츠가 점점 쌓이는 사람.
나를 기록하는 사람. 결국 나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
‘어? 어떡하지? 나는 평소에 이렇게 하지 않았는데?’라고 뜨끔하는 분들도 있겠다 싶다. 그럼 이번 면접에서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아니! 절대 아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 손에 이 책이 들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어렵다면… 그렇다면! 이 한 가지만 기억해 주길 바란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그때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그때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면접장에 들어가 보자. 당당함과 그 당당함 뒤에 흩뿌려지는 빛을 보여주자.
면접위원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빛일 것이다. 신입사원의 빛으로 하여금 조직 전체가 밝아지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수험번호 256번 김영희 님,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차례이길 바라며.
그런데 보라야, 이 책에 부제도 있어야겠는데?
“면접이 끝난 후에 바로 보는 책”
늘 자랑스러워하는 내 친구, 안보라 앵커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허정은 스피치 허정은